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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늘 깨어 있는 참언론을 꿈꾸다
입력 : 2021.08.30 17:5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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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기 매일경제 창업주의 딸 정현희 정진기언론문화재단 이사장이 올해 정 창업주의 40주기를 맞아 부친의 삶의 궤적을 정리한 책 <우리, 공부합시다-늘 깨어 있는 참언론을 꿈꾸다>를 냈다. 이 책은 원래 2011년 정 창업주의 30주기 때 낸 책이지만, 지난 10년간 매경미디어그룹의 이야기 등을 보강해 개정판을 냈다. 아버지에 대한 딸의 회고록인 이 책은 그 어떤 인물평전보다도 생생한 에피소드로 가득해 정 창업주를 다각도에서 조명한다. 저자의 어린 시절 한 신문배달 소년이 집에 편지 한 통을 보냈다. “저는 고학하며 ○○일보를 돌리고 있는 김철수입니다. (중략) 여유가 되신다면 ○○일보 한 부 구독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당시 저자의 집에선 이미 ○○일보를 구독하고 있었지만, 정 창업주는 신문 지국에 전화를 걸어 한 부 더 넣어달라고 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그는 집 앞에서 신문배달 소년을 기다렸다가 봉투를 내밀며 이렇게 말했다. “편지 잘 봤다.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거라.”
이 책의 제목 <우리, 공부합시다>는 정 창업주가 직원들에게 가장 자주 했던 말이다. 학습에 대한 그의 의지가 가장 잘 드러난 게 늦깎이 어학연수였다. 정 창업주는 창간 후 7년이 지난 197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떠났다. 2년 전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 언론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영어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었다. 그는 본토에서 확실히 영어 실력을 키우겠다고 마음먹고 혈혈단신으로 미국으로 떠나 영어 공부에 매진했다. 정 창업주는 직원들에게 지식의 필요성을 늘 강조했다. “여러분은 자신의 힘으로 일정한 수준까지 성장해야 합니다. 자기에게 맞는 방법을 택해 실력을 높여 가는 길밖에 없습니다.”
매일경제가 최고의 지식미디어를 목표로 내세우고, 2000년부터 대한민국 최고·최대 지식나눔축제인 세계지식포럼을 개최해 세계 각국의 국가 원수와 세계적 석학,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들의 강연을 펼쳐내는 것도 정 창업주의 지식철학이 바탕이 된 것이다.
현재 매달 10억 명이 넘는 사람이 사진과 동영상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면서 관계를 다지고 자신의 네트워크와 브랜드를 강화한다. 인스타그램은 ‘인플루언서’들을 탄생시켰고, 이들이 창출한 경제 규모는 수조원이 넘는다.
블룸버그통신의 기술 전문 기자인 저자는 3년간 두 창업자 케빈 시스트롬과 마이크 크리거를 비롯해 관련 취재원들을 인터뷰해 인스타그램의 스토리를 담았다. 회사를 페이스북에 팔기까지의 과정, 소비자를 자극하는 기능을 계속 추가하면서 성장을 거듭한 비결, 두 창업자들이 성공을 뒤로하고 회사를 떠난 이유 등 인스타그램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풀어준다.
저자들은 AI에 대한 과대광고들 속에서 우리가 하루빨리 기술의 현 상태를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방식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딥러닝과 머신러닝의 등장으로 알렉사나 웨이모 같은 기계들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이들의 발전은 왠지 기대보다 더디다. 책에서는 오늘날의 인공지능의 한계를 설명하면서, 삶을 믿고 맡길 수 있는 AI를 얻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논의한다.
특히 인간의 정신 구조를 들여다보는 것이야말로 AI 연구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이라고 주장한다. 기계가 스스로 추론하고, 언어와 세상을 이해하고, 효율적으로 학습하고, 유연성을 갖추기를 원한다면 우선 인간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종 기술 중독을 유발하고 소수가 대중의 행동을 설계하는 관심 경제, 첨단 기술이 낳은 생태 오염과 기업형 자본주의 알고리즘의 편향, 가짜뉴스와 여론 조작, 강대국의 데이터 감시와 반인권, 데이터 매매의 실상, 실리콘밸리의 실체 등 신흥 디지털 권력의 문제들을 경고한다. 더불어 P2P와 평등 문화, 자유소프트웨어 운동, 스노든과 위키리크스 등의 내부 폭로, 여러 사회혁명과 전자 저항운동의 역사도 살핀다.
저자는 인터넷 기술 정치의 흐름과 사건들을 통해 가장 민주적인 의미를 담을 수 있는 도구가 어떻게 소수 지배계급과 새로운 형태의 제국을 위해 쓰이게 되었는지 디지털 기술 발전의 이면을 낱낱이 보여준다. 그리고 어떻게 이 새로운 위기를 극복해나갈 수 있을지 모색한다.
또 윤리적 채굴에 대한 관심, 앤티크·빈티지 주얼리 등 지속가능한 주얼리를 통찰하면서, 어떤 주얼리를 소비해야 할지 질문을 던진다.
[김병수·김유진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2호 (2021년 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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