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승의 사례로 풀어보는 세금 이야기] 주된 상속자와 재산세, 나이 많다고 상속재산에 대한 재산세를 혼자 내야할까?

    입력 : 2025.04.21 17:47:33

  • 사진설명
    사별한 배우자와 사이에 아들 2명을 두고 있던 영희는 결혼을 앞둔 장남에게 아파트 전세자금을 증여한 직후인 2023년 1월경 사망했다. 사망한 영희는 서초구 소재 오피스텔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차남은 장남이 영희로부터 생전에 많은 지원을 받았다며 자신이 단독으로 그 오피스텔을 상속받겠다고 했다. 하지만 장남은 각 2분의 1 지분씩 상속받아야 한다고 다퉜다. 오랜 논의 끝에 2024년 4월경 장남과 차남 사이에 차남이 오피스텔을 단독으로 상속받는 내용의 상속재산 분할협의가 이루어졌다. 차남은 2024년 8월경 분할협의에 따라 오피스텔에 관한 상속등기를 마쳤다.
    그런데 서초구청장은 2025년 1월경 오피스텔의 2023년, 2024년분 재산세를 전부 장남에게 부과했다. 장남은 차남이 오피스텔을 단독으로 상속받았으므로 차남이 재산세를 전부 부담해야 된다며 이의신청을 했다.

    재산세는 부동산이나 선박의 소유자에게 부과하는 지방세다. 지방세법은 과세기준일인 매년 6월 1일에 재산을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자를 원칙적인 납세의무자로 정하고 있다. 여기서 사실상의 소유자란 등기부등본 등에 소유자로 등재되어 있는지와 관계없이 실질적인 소유권을 가진 자를 말한다(대법원 2003. 11. 28. 선고 2002두6361 판결). 한편, 재산이 공유재산인 경우에는 각 공유자는 자신의 지분에 해당하는 재산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고(지방세법 제107조 제1항 제1호), 다른 공유자의 지분에 해당하는 재산세에 대해서는 다른 공유자와 연대하여 납부할 의무가 있다(지방세기본법 제44조 제1항).

    사례에서 상속재산인 오피스텔의 재산세 납세의무자는 누구일까? 이는 영희의 사망에 따른 상속의 효과와 관련된다. 지난 칼럼에서 본 것처럼 영희가 사망하면 장남과 차남은 오피스텔을 법정상속분인 각 2분의 1 지분씩 공유하다가 상속재산 분할협의가 있으면 상속재산분할의 소급효(민법 제1015조)로 인해 상속이 개시된 시점부터 차남이 단독상속인인 것으로 법적으로 간주된다. 즉 실질적으로 차남은 영희가 사망한 2023년 1월경부터 상속재산 분할협의가 있은 2024년 4월경까지 오피스텔의 2분의1 지분을 소유하다가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한 2024년 4월에 장남으로부터 나머지 2분의 1 지분을 넘겨받은 것이지만, 법적으로는 상속재산분할의 소급효로 인해 영희가 사망한 때부터 계속 오피스텔의 단독 소유자인 것으로 간주되는 셈이다.

    그런데 서초구청은 왜 장남에게 오피스텔에 관한 2023년분, 2024년분 재산세를 모두 부과했을까? 실질을 중시한다면 2023년분은 장남과 차남에게, 2024년분은 차남에게 부과해야 할 것이고, 법적 간주를 중시하면 2023년분, 2024년분을 모두 차남에게 부과해야 하지 않을까?

    그 이유는 지방세법이 재산세 징수의 편의 등을 위해 사실상 소유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재산세를 부과하는 특별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세법 제107조 제2항 제2호는 과세기준일인 6월 1일 당시 상속이 개시된 재산으로 상속등기가 이루어지지 않고 사실상의 소유자도 신고되지 않은 경우에는 주된 상속자가 재산세를 납부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주된 상속자란 민법상 상속지분이 가장 높은 자를 뜻하고, 상속지분이 가장 높은 자가 두 명 이상이면 그 중 연장자를 의미한다(지방세법 시행규칙 제53조).

    다시 사례를 보자. 상속재산인 오피스텔의 상속은 영희가 사망한 2023년 1월경 개시되었지만 상속등기는 2024년 8월에야 이루어졌다. 약 1년 8개월 동안 상속등기가 없었고, 사실상 소유자 신고도 없었다. 따라서 특별 규정에 따라 2023년분, 2024년분 상속세는 주된 상속자인 장남이 납부해야 한다. 상속등기나 사실상 소유자 신고가 없었던 이상 2024년분 상속세의 과세기준일인 2024년 6월 1일 이전에 상속재산 분할협의가 있었어도 장남은 2024년분 재산세 납세의무를 면할 수 없다[수원고등법원 2021. 7. 9. 선고 2020누15525판결(상고되었으나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

    사실 공동상속인 중 가장 나이가 많은 1인에게 상속재산의 재산세 납세의무를 부과하는 지방세법 규정이 부당하게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본 것처럼 상속재산에 관한 상속등기가 이루어지지 않고, 사실상 소유자에 관한 신고도 없는 경우에만 주된 상속자가 상속재산의 재산세 납부의무를 부담한다. 공동상속의 경우 상속인 중 1인은 법정상속분에 의하여 나머지 상속인들의 상속등기까지 신청할 수 있으므로(1996. 10. 7. 등기 선례5-276), 장남은 차남의 동의 없이도 오피스텔이 장남과 차남이 각 2분의1 지분씩 상속받았다는 내용의 상속등기를 신청할 수 있다. 또한 상속등기를 마치지 않더라도 장남은 과세기준일인 매년 6월 1일부터 15일 이내에 서초구청장에게 사실상 소유자를 신고할 수 있다(지방세법 제120조 제1항 제2호). 이를 통해 장남은 주된 상속자로서 부담하는 재산세 납부의무를 면할 수 있다.

    만약 사례처럼 상속등기를 마치지 않았고 사실상 소유자가 누구인지 신고하지도 않아 오피스텔에 관한 재산세를 부담하여 납부했다면, 장남은 차남을 상대로 자신이 납부한 재산세 상당액을 청구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종합부동산세에 관한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다103394 판결 참조). 장남은 서초구청에 오피스텔의 재산세를 모두 납부한 후 차남을 상대로 2023년분 재산세 상당액 중 2분의1 과 2024년분 재산세 상당액 전부를 청구할 수 있다.

    허승 판사

    세법, 공정거래법에 관심을 갖고 현재 한국세법학회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대전변호사회 우수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저술로는 <사회, 법정에 서다> <오늘의 법정을 열겠습니다>가 있다.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