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미술 시장의 풍향계, 아트 컬렉터를 주목하다 <아트 컬렉터의 시대 >

    입력 : 2025.04.17 16:2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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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렉터는 예술가나 후원자에 비해 창작 과정에 직접 참여하지 않다 보니 미술사에서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21세기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컬렉터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1950~1960년대 뉴욕에서 택시 운송업으로 돈을 번 로버트 스컬은 팝아트의 후원자이자 컬렉터로서 앤디 워홀만큼 명성을 얻었다. 1990년대와 2010년대 전 세계적으로 경매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았고 테이트 미술상에 다수 선정된 영국의 젊은 작가(YBA)를 발굴하고 초기부터 수집했던 것도 찰스 사치였다. 컬렉터가 미술관, 온라인 시장, 경매를 통해 작가의 가격을 장악하는 역할까지 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미술 시장에서 아트 컬렉터의 힘이 어떻게 거대해졌는가? 아니, 더 근본적으로 시장에서 컬렉터의 역할은 무엇인가? 창작의 영역을 담당하는 예술가, 매개 기관에 해당하는 화상, 미술관, 2차 시장의 경매, 그리고 수용자에 해당하는 관객과 컬렉터는 서로 어떻게 연결돼 있는가? 그리고 컬렉터의 존재감이 증폭되면 미술시장에 어떠한 득과 실이 발생하는가?

    이 책은 단순히 아트 컬렉터의 행보만을 추적하지 않는다. 『아트 컬렉터의 시대』는 컬렉터를 풍향계로 미술시장의 발전, 돈의 흐름, 시장 확보를 위한 새로운 전략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를 면밀히 들여다보고자 한다. 컬렉터의 역사를 되짚어본다는 것은 미술시장에서 경제적인 논리와 미학적인 논리 사이의 균형 관계를 살펴보려는 것이다.

    『아트 컬렉터의 시대』는 미술시장이 형성되는 조건을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례별로 다루고 있으며, 미술시장의 컬렉터가 갖게 되는 기초적인 질문도 함께 다루었다. 컬렉터 입문서이자 학술적인 예를 다루고 있는 역사서이자 교과서로서, 미술시장에서 작품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세밀히 다룬 것이다. 경영학을 공부하는 학생부터 컬렉터 지망생, 그리고 문화예술과의 협업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는 기업인에게 일독을 권한다.

    더치 황금기의 미술시장: 사유재산으로서의 유화

    15세기 유럽의 극상류 계층에 의해 공유되었던 아마씨유를 안료에 섞어 그리던 회화는 16~17세기 더치 공화국에서 이동과 보관이 쉬운 유화로 진화했다. 전통적인 성상화가 성당의 벽과 천장의 부착된 ‘공공미술’ 프로젝트라면 캔버스 위에 그려진 유화는 사고팔 수 있는 사유재산에 해당했다. 이처럼 미술시장의 탄생에 있어 유화는 필수조건이었다.

    동서양을 통틀어서 가장 민주적인 사례로 손꼽히는 더치 공화국의 미술시장은 어떻게 등장했는지, 해상의 시대를 점령하던 네덜란드는 어떻게 현대적인 의미에서 미술시장이 형성되고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되었는지를 살펴본다.

    화상의 네트워크와 전위예술 시장: 폴 뒤랑-뤼엘의 화랑가

    19세기 후반 파리의 중산층은 ‘현대’ 혹은 ‘동시대’ 미술에 경도되었다. 나폴레옹 3세의 공화정 하에 오스만의 도시계획에 따라 개조된 그랑 블루바드로 보석상, 금융인, 그리고 유명인이 몰려들었다. 뒤랑-뤼엘을 비롯해서 인상파와 후기인상파를 다루는 전문적인 화랑이 미술학교 근처가 아닌 라핏가와 문화예술의 중심지에 위치하게 되었다. 이들은 1870~1871년 보불전쟁 이후 파리뿐 아니라 런던, 베를린, 미국의 새로운

    컬렉터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파리와 유럽뿐 아니라 세계 미술시장의 중심거리인 라핏가의 화상 네트워크는 이처럼 탄생했다. 라핏가의 화상은 20세기 초까지 런던과 뉴욕 미술시장에 지점을 내는 등 세계 미술시장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미국 미술관과 슈퍼 컬렉터의 등장

    20세기 초 유럽의 곡물 시장이 쇠퇴하고 유럽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면서 영국의 대표적인 화상 조셉 두빈이 주장한 바와 같이 미국은 미술시장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올랐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영국의 경매시장이 고미술이나 영국 풍경화, 프랑스의 바르비종파에 한정되어 있었던 것에 반해 1930년대 미국의 주요 컬렉터 등은 투자와 미술관 건립을 통한 교육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시작했다.

    현대미술 시장의 사회적인 구조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미국 컬렉터들과 미술관의 관계는 어떠했는지, 1950~1960년대 미국의 현대미술 시장이 새로운 황금기를 맞이하면서 어떻게 뉴욕현대미술관의 공격적인 컬렉터와의 위험한 동반자 관계를 시작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사치 효과: 매개자에서 컬렉터의 시대로

    21세기 들어 경매시장과 아트페어는 전에 없는 성장을 거듭했다. 1970년에 설립된 국제적인 광고대행사 사치 앤드 사치의 대표인 형 찰스는 1982년에 영국의 문화예술위원회에서 만든 새로운 작가 후원회에 위원이 되면서 미술계의 후원, 창작, 유통의 모든 분야에 깊숙이 관련되었다. 19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전 세계 미술시장과 심지어 창작과 정책의 영역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치의 발자취를 되짚어본다. 이를 통해 21세기 투자 중심의 미술시장과 미술계의 지평이 어떻게 매개자의 존재를 약화시키고 컬렉터가 중요 주체가 되는 시장을 만들었는지를 살펴본다.

    21세기 컬렉터 입문

    미술시장의 컬렉터가 갖게 되는 기초적인 질문을 다룬 장이다. 아울러 올바른 미술 투자를 위한 세 가지 측면을 강조했다. 첫째, ‘정보의 질’이다. 어떻게 작가와 작품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얻을 수 있는가? 작품가의 적정성을 따지고 위작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올바른 정보를 얻는 일이다. 둘째는 과연 작품이 ‘오랫동안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의 측면이다. 소장한 작품의 성장 가능성에 관한 것이기도 하지만 작품과 컬렉터의 궁합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유연성’이다. 소장품을 되팔아서 이윤을 남기고 싶다면 과연 이 작품을 어떻게 팔 수 있을지도 고민해 보아야 한다.

    차 례

    프롤로그_ 아트 컬렉터의 시대

    1장_ 더치 황금기의 미술시장: 사유재산으로서의 유화

    더치 황금기: 미술시장의 조건/ 유화의 탄생과 더치 공화국의 예술가/ 세속화: 종교개혁과 미술시장/

    장르화와 일상성의 신화/ 동인도 회사와 중국 도자기/ 예술가 계층의 양극화와 키치/

    더치 황금기 미술시장으로부터 배우다

    2장_ 화상의 네트워크와 전위예술 시장: 폴 뒤랑-뤼엘의 화랑가

    19세기 파리 화랑가는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오스만의 파리와 화랑가의 탄생/ 라핏가의 시작: 뒤랑-뤼엘 갤러리/

    후견인에서 동력자로: 입체파의 화상 칸바일러/ 파리에서 세계로, 세계에서 파리로/ 라핏가의 유산을 물려받다

    3장 미국 미술관과 슈퍼 컬렉터의 등장

    ‘미술계’와 제도 이론/ 미술시장과 미술관: 멀고도 가까운 사이/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개인 컬렉션의 탄생/

    반스 재단: 유럽 모더니즘을 컬렉팅하다/ 뉴욕현대미술관: 1950~1960년대 미국 미술을 컬렉팅하다/

    뉴욕현대미술관과 팝아트: 공격적인 컬렉터, 로버트 스컬/ 뉴욕현대미술관과 미술시장으로부터 배우다

    4장 사치 효과: 매개자에서 컬렉터의 시대로

    미술계의 맨부커상을 꿈꾸다/ 컬렉터와 투기꾼 사이에서 1: 젊은 작가의 후원자?/

    컬렉터와 투기꾼 사이에서 2: 21세기 경매를 향하여/ 사치의 유산: 글로벌 예술시장과 글로벌 예술가/

    뉴노멀: 경매의 시대/ 『Frieze』와 Freeze: 신 아트페어의 시대/

    수수께끼: 컬렉터의 시대, 예술가와 매개자의 변화된 위상

    5장 21세기 컬렉터 입문

    누가 예술작품을 구입하는가/ 어떤 예술작품이 인기가 있고, 가격대는 어떠한가/

    작품에 대한 수요는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작품을 구매하기에 좋은 시즌이 따로 있는가/

    투자 목적의 작품 구매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작품 구매에 앞서 확인할 것은 무엇인가/

    작품의 가격은 어떻게 정해지는가/ 구매 후 법적인 이슈와 보관은 어떻게 하는가

    에필로그_ 투자의 시대와 독립적인 컬렉터

    저자 소개

    고동연

    지난 20여 년간 국내외 아트 레지던시의 멘토, 운영위원으로 활동해오고 있으며 냉전의 기억, 소비문화와 젠더의 관계성을 다뤄온 미술사가이자 비평가이다. ‘신도 작가지원 프로그램’ 국제심사위원(2011~2014),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집행위원(2017~2021), ‘강원국제트리엔날레2024’ 예술감독을 역임했다.

    미술사, 영화이론, 미술경영 분야의 논문 40여 편을 등재 학술지(KCI)와 국제 유명 저널(AHCI)에 발표해왔다. 특히 「인터-아시아 문화연구」(러틀리지), 「플래시 아트」, 「모던 아트 아시아」, 「입장들」(듀크대학교), 「사진과 문화」(러틀리지) 등에 1990년대 이후 한국의 동시대 미술에 관한 글과 연구가 게재됐다.

    한국 미술 현장을 분석하고 미술계 인사들을 인터뷰한 것을 바탕으로 다수의 저서를 집필, 『응답하라 작가들』(2015), 『Staying Alive: 우리 시대 큐레이터들의 생존기』(공저, 2016), 『소프트파워에서 굿즈까지』(2018), 『비평의 조건: 비평이 권력이기를 포기한 자리에서』(공저, 2019), 『누가 선택을 강요하는가?: 여성, 엄마, 예술가 사이에서 균형 찾기』(공저, 2022), 『The Korean War and Postmemory Generation: The Arts and Films in South Korea(한국전쟁과 전후기억의 세대: 남한의 동시대 미술과 영화)』(런던, 러틀리지, 2021) 등을 펴냈다. 또한 이정실 교수와 공저한 『Modern and Contemporary Korean Art in Context, 1950-Now(전후 맥락에서의 한국미술사)』(런던, 블룸스버리)가 2025년 5월에 출간될 예정이다.

    현재 이화여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글로벌 미술시장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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