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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은 기자의 미식미담(美食美談)] 페페신사 | 상큼함을 머금은 이탤리언 다이닝
입력 : 2025.02.21 14:3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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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이탤리언이라고 하면 느끼한 음식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다른 음식들과 마찬가지로 이탤리언의 핵심 역시 신선한 재료들의 조화다. 일례로 카프레제 샐러드는 간편한 요리지만 신선한 토마토와 바질, 치즈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맛은 천차만별이 된다. 일식을 배우러 일본에 갔다 이탤리언에 푹 빠진 김형철 페페신사 오너 셰프는 일식의 깔끔함과 이탤리언의 다양함을 정교하게 접목시킨 요리를 선보인다. 김 셰프는 “항상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느끼함이나 물림 없이 이탤리언 디시를 계속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고민한다”고 말했다. 새콤달콤한 샐러드처럼 표현한 뇨끼가 대표적이다.
서울 신사역 4번 출구 쪽 대로변에 위치한 이탤리언 레스토랑 페페신사는 매장에서 직접 뽑은 생면 파스타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현지에서 공수한 식재료는 물론, 한국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로 정통과 모던을 넘나드는 다양한 이탤리언 메뉴를 운영하고 있다. 이름의 ‘페페(pe… pe)’는 이탈리아어로 후추란 뜻이다. 누구에게나 친근한 재료이면서도 감칠맛을 살려줘 강한 인상을 남기는 후추처럼 사람들의 뇌리에 남는 레스토랑이 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울의 많은 레스토랑이 정기 휴일을 두고 운영되고 있지만, 페페신사는 매일 문을 연다. 명절 당일을 제외하고는 쉬는 날이 없어 사실상 연중무휴다. 특히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새벽 2시까지 영업을 한다. 김 셰프는 “늦은 시간까지 음식과 와인을 즐기고 싶은 손님들을 위해 일주일에 3일은 연장 영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식과 이탤리언의 만남 ‘일탤리언’일식의 느낌을 살린 이탤리언 음식은 보통 ‘재패니즈 이탤리언’으로 불린다. 하지만 페페신사는 일식 자체의 요소를 이탤리언에 가져온다기보다는 일식에서 재료를 다루는 섬세한 방식을 응용해 이탤리언 요리를 완성한다. 모든 메뉴는 단품으로 운영되지만, 일반적인 이탤리언 레스토랑보다 메뉴의 구성은 전채부터 파스타, 피자, 메인, 디저트까지 다양한 편이다. 메인은 송아지, 양, 오리, 닭, 생선 등을 아우른다. 디저트 역시 매장에서 직접 만든다. 점심 시간대에 운영되는 ‘런치 세트’에는 빵과 수프, 스몰 플레이트, 파스타, 디저트가 제공된다.
문어 페페신사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메뉴 가운데 첫 번째로 꼽히는 것은 매장에서 가장 잘 나가는 메뉴인 ‘문어(Octopus)’다. 구운 문어 다리에 샐러드 채소와 감자튀김, 특제소스를 곁들여 낸다. 파프리카 오일로 시즈닝한 스페인산 문어 다리를 팬에서 구운 다음 오븐에 넣었다 빼길 반복하면서 쫄깃한 식감을 살렸고, 마지막으로 숯불에서 한 번 더 구워 불향을 입힌 요리다. 새콤달콤한 맛과 쫄깃한 식감 뒤로 짭짤한 고소함이 입안 가득 퍼진다. 특제소스는 ‘살사 베르데’라고 불리는 이탤리언 소스에 직접 만든 마요네즈를 배합한 것이다. ‘초록색 소스’란 뜻의 살사 베르데는 케이퍼와 파슬리, 그린페퍼 등을 올리브 오일에 섞어 만드는 소스로, 산뜻한 맛이 특징이다.
뇨끼 ‘뇨끼(Gnocchi)’ 역시 페페신사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창적인 메뉴다. 겉보기엔 차가운 샐러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 스푼씩 떠먹기 좋은, 따뜻한 뇨끼다. 감자에 밀가루 대신 감자전분을 섞어 만든 쫄깃한 뇨끼에 사워크림을 깔고 발사믹 크림, 새콤달콤한 비트, 아삭한 식감의 초석잠(석잠풀의 뿌리열매) 피클, 여러 가지 허브를 조화롭게 올린 뒤 치즈와 올리브 오일을 뿌려서 낸다. 페페신사의 뇨끼는 감자의 부드러움이 느껴지면서도 상큼한 비트, 초석잠 피클 등이 중간중간 입안에서 톡쏘며 느끼함을 잡아준다.
김형철 셰프는 “저는 이탤리언 셰프인데도 뇨끼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다. 대부분 느끼했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샐러드 같은 뇨끼를 만들고자 했다. 따뜻한데 느끼하지 않아 마지막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메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산미다. 모든 요리에 어느 정도의 새콤하고 달콤한 맛을 주려고 노력을 한다”며 “파스타도 마찬가지다. 약간의 산미가 있어야 손님들이 물리지 않고 음식을 마지막까지 맛있게 드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상큼한 토마토와 부드러운 부라타 치즈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부라타(Burrata)’는 유자의 특유한 산미로 입맛을 사로잡는다. 이탈리아에서 직수입한 부라타를 사용한 메뉴로, 이탈리아 전통 포도 시럽인 사바 소스와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유자청을 사용해 새콤달콤한 맛을 살렸다. 올리브 오일과 소금, 후추로 간을 했지만 오일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산뜻하다. 향긋한 바질과 민트 젤리, 방울토마토로 만든 피클 역시 입안 가득 상큼함을 머금게 한다.
봉골레 이탤리언 애호박(주키니)과 쫄깃한 생면 파스타, 신선한 조개로 만든 ‘봉골레(Vongole)’도 페페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메뉴다. 김 셰프는 “오일 파스타를 생면으로 만드는 것은 난도가 높다. 면이 뜨거운 오일을 머금으면서 잘 붇고, 면과 오일이 잘 버무려지지 않고 따로 놀기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페페신사의 봉골레는 조금 특별한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일반 파스타 면보다 얇게 생면을 뽑았고, 올리브 오일에 애호박을 갈아 만든 퓨레를 섞어 소스를 만들었다. 소스가 면에 더 잘 엉기게 만든 것이다. 또 국물 파스타처럼 소스를 넉넉히 부어 중간 중간 소스를 계속 섞어가면서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이탈리아식 바지락 칼국수에 가깝다. 또 애호박을 볶을 때 페퍼론치노(이탈리아의 매운 고추) 가루를 넣어 살짝 알싸한 맛이 느껴진다. 조개는 익힌 뒤 껍데기를 까서 조갯살만 듬뿍 올렸다.
페페신사는 매일 아침에 뽑는 생면을 사용하다 보니 면 자체에서 색다른 맛을 내기도 한다. 봉골레 면의 경우 면 반죽에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어 산미를 더했다.
크림을 사용하지 않은 클래식 스타일의 ‘까르보나라(Carbonara)’ 면에는 후추가 박혀 있다. 납작한 생면에 야채, 미트소스를 겹겹이 쌓은 ‘라자냐(Lasagna)’ 면에는 코코아를 넣어 달콤함을 살렸다. 현재 매장에서 운영 중인 생면 파스타 종류는 6~7가지다. 페페신사의 메뉴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조금씩 바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페페신사가 유명세를 타도록 만든 주인공은 달콤한 맛과 함께 보는 재미를 주는 ‘티라미수(Tiramisu)’다. 스테인리스 몰드를 위로 들어 올리면 시트 사이사이에 있던 크림이 부드럽게 흘러나오면서 초코 가루로 만든 하트가 커진다. 직접 구워 만든 시트를 커스터드 크림과 함께 차곡차곡 쌓아 올린 뒤 초코가루를 뿌려 완성한 디저트인데, 개발에만 2개월이 걸렸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김 셰프는 “티라미수 때문에 가게를 찾아주신 분들도 상당히 많았다”고 전했다.
‘따로 또 같이’ 손님에게 맞춰진 공간페페신사의 공간적인 장점 중 하나는 다양한 고객층을 아우를 수 있다는 것이다. 각각 4인, 6인, 8~10인, 15~25인을 수용할 수 있는 프라이빗 룸이 4개가 있고, 홀 테이블도 넉넉한 편이다. 대관용으로 운영되는 가장 큰 룸은 매장 뒤편으로 따로 마련돼 있어 소음 걱정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또 대관 손님에게는 요청할 경우, 매장 음식을 활용한 별도의 코스 메뉴 구성도 가능하다.
와인 페어링은 와인 전문 소믈리에가 전담하고 있다. 와인 리스트가 다양한 편이지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중간 가격대 와인이 가장 많다. 김 셰프는 “손님의 요청에 따라 와인에 맞춰 요리를 추천할 때도 있고, 주문한 요리에 맞춰 와인을 추천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김형철 셰프는 당초 일식을 배우기 위해 유학을 떠난 일본에서 이탤리언 셰프의 길을 걷게 됐다. 요리학교 재학 시절 우연히 이탤리언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양식으로 전공을 바꿨다. 특히 일본 도쿄에서 ‘만사르바’라는 이탤리언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다카하시 큐에이 셰프 밑에서 일을 배우며 실력을 쌓았다. 그는 “주방에 셰프 3~4명이 전부였지만 한 달에 한 번씩 코스 메뉴 전체를 완전히 바꾸는 곳이었다. 크리스마스 시즌까지 하면 1년에 13번씩 완전히 새로운 메뉴를 만들었다”며 “연간 만드는 파스타 종류만 50가지가 될 정도로 혹독하게 훈련을 받았다”고 말했다.
30대 초반 한국으로 돌아온 김 셰프는 스와니예 그룹의 이탤리언 레스토랑 ‘도우룸’에 막내 셰프로 들어가 헤드 셰프에 이르기까지 차근차근 경력을 쌓았다. 이후 강민철 셰프의 레스토랑 ‘아툼’을 거쳐 지난 2023년 페페신사의 문을 열었다. 김 셰프는 “페페신사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들로 손님들에게 ‘또 오고 싶은 레스토랑’이 되는 게 목표”라며 “꼭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이 아니어도 좋다. 우리 직원들이 이 레스토랑 출신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매장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페페신사(Pe… Pe SINSA)장르 이탤리언
위치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581 푸른빌딩 2층
헤드 셰프 김형철 셰프
영업시간 일·월·화·수 11:30~22:00, 목·금·토 12:00~02:00(15:00~17:30 브레이크 타임)
가격대 3만~4만원대
프라이빗 룸 4개(4인·6인·8~10인·15~25인)
전화번호 0507-1402-4410
주차 야외 주차장(무료)
[송경은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