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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름의 차곡차곡 술 이야기] 지금 가장 뜨겁고 차가운 술, 하이볼
입력 : 2023.08.03 13:3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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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류 시장에서 하이볼(Highball)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하이볼의 본래 의미는 칵테일을 만들 때 사용하는 긴 잔을 의미하는데, 칵테일 종류를 뜻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하이볼은 주로 위스키나 브랜디에 얼음과 함께 탄산수, 토닉워터, 진저에일 등을 넣어 만든다. 하이볼 열풍은 올해 최대치를 기록한 위스키 수입량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위스키 수입량은 총 1만4169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56% 증가했다. 하이볼의 경우40도 이상의 높은 도수를 지닌 위스키를 좀 더 편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이볼의 인기 요인 저도주·탄산감·가성비하이볼의 주요한 인기 요인은 소비자들의 저도주에 대한 선호,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 취향에 맞게 술을 직접 만들어 먹는 믹솔로지(Mixology) 문화의 유행,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가성비 등으로 분석할 수 있다. 특히 하이볼의 가치는 주류업계에서 성수기로 여겨지는 무더운 여름철과 맞물리며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편의점의 경우 캔하이볼 형태의 신제품을 공격적으로 선보이며 트렌드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하이볼의 기원과 역사를 살펴보자면 19세기 스코틀랜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제적인 음료를 만들기 위한 시도에서 탄생한 하이볼은 깔끔하고 청량한 맛을 지니고 있어서 위스키를 즐기는 클래식한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여러 칵테일 가운데 비교적 만드는 방법이 쉽고 간단하며, 취향에 따라 다양한 레시피를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는 점도 하이볼만의 장점이다. 피트향이 나는 위스키로 하이볼을 만들 때 통후추를 살짝 뿌린다거나, 스카치위스키에 레몬이나 오렌지 등 시트러스한 과일을 더하는 등 각자의 기호에 따라 레시피를 응용할 수 있다.
집에서도 완벽한 하이볼을 만들 수 있는 방법만약 좀 더 정교한 방식으로 하이볼을 만들고 싶다면 온도에 특히 신경을 쓰면 좋다. 2022년 월드클래스 코리아 우승자인 파인앤코 소속 유민국 바텐더는 집에서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하이볼을 만들어 볼 것을 조언했다.
“기주로 사용할 위스키를 냉동고에 보관해 두었다가 하이볼을 만들어 보세요. 잔도 미리 차갑게 칠링해 둔다면 훨씬 온도의 일체감이 느껴지는 완성도 높은 하이볼을 만들 수 있죠.”
탄산감이 빠르게 사라지지 않도록 탄산수를 살포시 조심해서 따르는 것도 맛에 미세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어떤 탄산수를 사용하는지에 따라서도 하이볼의 질감이 달라질 수 있다. 입안을 가득 채우는 청량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싱하탄산수를 추천한다. 싱하와 비교해 탄산감이나 지속력은 덜하지만 초정탄산수의 경우 부드러운 기포감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하이볼의 재료로 가장 유명한 스카치위스키는 ‘조니워커 블랙’, 은은한 피트향을 느낄 수 있는 ‘탈리스커’, 바닐라나 오크 등의 달콤한 향이 매력적인 ‘불렛 버번’ 등을 추천하며, 무엇보다 본인의 취향에 맞는 위스키를 발견해 하이볼을 즐기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싶다.
음식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는 하이볼의 진가하이볼의 장점 중 하나는 푸드 페어링과도 훌륭하게 어우러진다는 점이다. 하이볼 문화는 바를 넘어서 레스토랑, 일반 음식점 등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매장에서 콜키지 비용을 지불하고 좋아하는 위스키를 들고 가서 음식과 함께 페어링을 즐기는 문화도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하이볼의 청량한 기포감은 스파클링 와인처럼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며, 위스키 고유의 풍미에 따라 육류부터 해산물까지 다채롭게 페어링할 수 있다. 특히 요즘에는 소고기 전문점이나 삼겹살집 등 기존에 주로 소주나 맥주 소비 비중이 높았던 한식 전문점에서도 다양한 위스키 리스트와 하이볼 메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최근 서초동에 오픈한 ‘청간막국수’에서는 특이하게도 코냑의 풍미를 섬세하게 살린 코냑 하이볼과 함께 수육과 같은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위스키 애호가들 사이에서 유명한 장어구이 전문점 ‘유나기’에서도 다양한 장어 요리에 위스키와 하이볼을 가성비 좋게 즐길 수 있다. 몸도 마음도 지치는 무더운 여름철, 몸에 좋은 보양식과 청량한 하이볼로 함께 이겨내 보는 것도 좋겠다.
김아름 술 칼럼니스트
패션 매거진과 남성지 피처 에디터로 술과 음식에 대한 글을 써왔다. 현재는 낮에 콘텐츠 에디터로, 밤에는 바를 유랑하면서 미식과 다양한 주류를 탐닉하며 자유로운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