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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칼럼] BTS 10년이 남긴 것
입력 : 2023.07.24 13:4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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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받기 위한 투쟁의 역사
BTS처럼 한류도 같은 길
높아진 위상에 걸맞은
문화감수성으로 외연확장해야김주영 월간국장 매경LUXMEN 편집인 얼마 전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한강공원 페스타에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BTS 팬 40만여 명이 인산인해를 이뤘고, 10년간의 활동을 갈무리하는 멤버들의 인터뷰를 엮은 책은 전 세계 23개 언어로 출간됐다. 그런가 하면, 내년 6월 멕시코 대통령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여당 예비후보가 ‘BTS 초청’을 공약처럼 내걸어 청년층 표심 잡기에 나섰다는 국제뉴스도 날아들었다. BTS 10년의 현주소다.
데뷔 당시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제도권 미디어에서 주목받지 못한 BTS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SNS채널을 통해 일상을 기록하고 팬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며 성장했다. 그렇게 글로벌 팬덤 ‘아미’가 탄생했고 BTS는 자신들만의 성공공식을 만들었다. 리더 RM은 책에서 “BTS의 지난 10년은 인정받기 위한 투쟁의 역사였다”고 회고한다.
BTS의 성장스토리는 세계무대에서 한류의 성장스토리와 오버랩된다. 아시아의 변방, 세계의 변방이였었던 한국 문화는 BTS를 비롯해, <기생충> <오징어게임>을 만든 한국 문화계 인재들의 꺾이지 않은 노력을 기폭제로 ‘세계인의 한류’가 됐다. U.S News·와튼스쿨의 집계에 따르면, 한국 문화의 세계 영향력은 2017년 80개국 중 31위에서 지난해 85개국 중 7위로 5년 만에 24계단이나 드라마틱하게 상승했다. 글로벌 위상뿐만 아니라 경제적 성과도 경이롭다. 지난해 K-콘텐츠 총 매출액은 148조1607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매출을 합한 액수를 뛰어넘었다.
이제 K-팝 4.0시대를 맞아 ‘스타’가 아닌 ‘시스템’을 전파하며 철저하게 현지화하는 방식으로 현지인으로만 구성된 K-팝 그룹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K-팝의 정체성에 대한 본질적 물음에 직면하게 된다. ‘비(非)한국인이 외국 가사로 노래를 부르면 과연 그들을 K-팝 그룹이라 부를 수 있을까?’
국적, 인종의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 ‘세계인의 K-팝, 세계인의 한류’ 위상에 걸맞다. 그게 K-팝의 외연을 더욱 확장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이제는 더 이상 자신들을 증명해 보일 필요가 없는 BTS도 다음 10년을 위해 높아진 위상에 걸맞은 글로벌 스탠더드와 문화감수성으로 무장해야 한다.
최근 한 아이돌 그룹의 해외 팬사인회에서 주최 측이 과도한 몸수색으로 인권침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또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한국드라마는 특정 국가를 비하했다는 이유로 소송에 걸릴 뻔하기도 했고 특정 국가에 관한 부정적 내용으로 방송이 중단되기도 했다. 일련의 마찰은 한국콘텐츠에 대한 세계인의 주목도가 높아졌다는 방증이자, 변두리 문화콘텐츠 생산국에서 주류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의 통과의례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는 외국작품 속 한국, 한국인에 대한 차별적이고 왜곡된 표현에 항의하고 분노했다. 그런 만큼 역지사지로 더욱 책임의식을 갖고 부작용 또한 충분히 고려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류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다. 요즘처럼 문화적 국경이 허물어진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대’에 문화감수성 없이 콘텐츠를 만들고 비즈니스를 영위하면 ‘문화적 제국주의’로 비판받기 십상이다.
[김주영 월간국장 매경LUXMEN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