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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역사상 최악 인플레이션에서 돈 지키는 법
입력 : 2023.07.15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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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붕괴
데이비드 A. 스톡맨 지음/ 한다해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
만들어진 붕괴 2023년 3월 벌어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는 전 세계 경제 주체들을 놀라게 했다. 40년 동안 건실하게 꾸려온 것으로 보였던 미국 내 16위 규모의 은행이 불과 몇 시간 만에 뱅크런을 선언하며 문을 닫게 된 것이다. 그로부터 며칠 사이에 유럽의 대표 투자은행 중 하나인 크레디트스위스(CS) 역시 사실상 파산하면서 UBS 산하로 들어가게 됐다. 오랜 시간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평판도 좋고 실제로 신용 등급도 탄탄했던 대형 은행들이 연이어 무너지자 사람들은 모두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던 때를 떠올렸다. 건실해 보였던 금융 기업의 갑작스러운 파산과 뒤이어 찾아오는 불황은 재난이다.
전 세계는 10여 년 전의 악몽을 다시금 겪게 될까. 만약 그런 상황이 또 벌어진다면 평범한 사람들은 어떻게 그 파편을 피할 수 있을까. 이 책은 미국의 워싱턴 정가와 월스트리트 금융계에서 40년 동안 경력을 다져온 저자 데이비드 A. 스톡맨이 눈앞에 닥친 경제 시스템의 붕괴에 대해 쓴 책이다.
저자는 지금의 금융위기는 1987년 앨런 그린스펀이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으로 취임한 이후부터 잉태됐다고 주장한다. 앨런 그린스펀 뒤를 이어 연준을 이끈 벤 버냉키와 재닛 옐런, 그리고 현 연준 의장 제롬 파월까지 그린스펀 기조를 이어받아 시장에 무분별하게 달러를 공급한 탓에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야기 됐고, 그에 따른 청구서가 날아들고 있다는 것이다. 2007년 미국 주택시장이 붕괴하기 직전 공공과 개인 부채 합산액은 국내총생산(GDP)의 358%인 52조6000억달러였다. 코로나19 이후 2021년 9월 총 부채는 GDP의 370%인 85조9000억달러에 이르렀다.
저자는 초대형 복합 위기가 엄습할 수 있으며 살아남을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별다른 실적 없이 주가만 높은 기업, 노동자의 소득 증가와는 상관없이 폭등한 부동산 가격, 정체를 알 수 없는 암호화폐 등으로 현재의 자산시장은 무법지대나 다름없다고 단정한다. 물이 100도에 이르면 끓어오르듯 자산 거품도 임계점에 다다르면 터지게 마련인 것처럼 준비 안 된 상황에서 자산시장의 거품이 빠지게 되면 엄청난 혼란을 맞게 될 것이라는 경고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핫한 투자처로 떠오른 가상화폐시장의 경우 금융시스템의 현실과 괴리가 커 붕괴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암호화폐 세계는 새로운 화폐가 태어나는 금융 산부인과가 아니다”라며 “역사적 투기 광풍으로 기록된 1630년대 네덜란드 튤립 파동부터 지금까지 발생한 모든 투기 열풍을 하찮게 보이게 할 만큼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현시점에 돈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상황에서 투자수익을 얻기는 매우 어렵다. 저자는 “지금은 연준이 초래한 자산 인플레이션이 워낙 파괴적인 시기인 만큼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려 하기보다 지출과 빚을 줄여 당분간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일단 최대한 돈을 아낄 것을 권한다. 우선 부채부터 상환하라고 한다.
새로운 인류 알파세대
노가영 지음/ 매일경제신문사 펴냄새로운 인류 알파세대 ‘알파세대’는 2010년 이후에 태어났고 2024년까지 태어날 아이들을 포함한다. 알파세대는 2010년대 초반 호주의 미래학자이자 인구통계학자인 마크 매크린들이 처음으로 명명했다. <새로운 인류 알파세대>는 기업의 미래 트렌드를 좌우할 알파세대의 특성, 산업에 주는 영향은 물론 이들과 소통하는 법을 다룬 책이다. 저자는 이러한 알파세대를 어떻게 양육할 것인지에 대한 해법도 제시한다. 가정과 교육기관들이 이들을 융합형 인재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융합적 사고를 위해서는 기초 지식과 유연성이 요구된다. 융합의 시대에선 다방면에 열려 있는 유연한 사고로 지식과 기술, 비즈니스를 연결하는 인재가 필요하다. 알파세대는 이런 부분에서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식의 암기는 AI에 맡기고 그 지식을 검색해서 서로 연결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중요하며 융합과 관용, 유연한 인재로 만들어 이들이 세상을 이끌어가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칩워
크리스 밀러 지음/ 노정태 옮김/ 부키 펴냄칩워 반도체는 미·중 갈등은 물론 국제 정치와 경제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다. 이런 점에서 칩워(Chip War)는 읽어볼 만한 책이다. 반도체 기술의 탄생, 미국에 이어 일본과 한국이 반도체 생산 강국이 된 이유, 중국과 소련이 반도체 생산국이 되는 데 실패한 사연 등을 종합적으로 다룬다. 책은 저자 크리스 밀러가 100여 명이 넘는 과학자와 엔지니어, 최고경영자, 관료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시간 순서대로 펼쳐진다. 지금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반도체가 사실 군사 목적으로 개발됐다는 점, 1960년 최초의 반도체 연구 기관을 세우고 집적회로 개발까지 성공했던 중국이 왜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는지, 반도체시장을 주름잡던 일본이 어쩌다 한국, 대만에 밀려났는지 등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한국인 독자로서 가장 눈길이 가는 대목은 저자가 보는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다. 1970년대 세계 반도체시장을 장악한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한국을 지원했으며, 한국의 성공은 미국이 구축해놓은 공급망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얼굴 없는 중개자들
하비에르 블라스·잭 파시 지음/ 김정혜 옮김/ 알키 펴냄얼굴 없는 중개자들 전 세계 석유와 곡물, 광물 가격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은 실존한다. 흔히 천연자원시장은 투명하며 수요와 공급이 가격을 결정한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실제 가격을 움직이는 건 소수의 독점적 중개업자다. 파이낸셜타임스를 거쳐 블룸버그뉴스까지 20여 년간 원자재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약한 하비에르 블라스와 잭 파시는 취재와 인터뷰, 비밀문서를 통해 탐욕스러운 원자재시장 중개자들의 비밀을 파헤쳤다. 저자들은 원자재 중개업체를 세계화된 자본주의가 낳은 ‘위험 사냥꾼’이라고 정의한다. 비상장된 개인회사로 공개 의무가 없는 원자재 중개업체의 재무 상황과 거래 방식 등을 철저히 해부한 저자들은 독점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우려한다. 이 책은 자본주의의 숨겨진 퍼즐을 세상에 드러낸다.
킹달러의 미래
김정호 지음/ 북오션 펴냄킹달러의 미래 세계 제1의 기축통화, 달러는 그 지위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 달러가 붕괴할 것이라는 예측은 50년 넘게 이어져왔다. 중국 위안화, 디지털 위안화나 암호화폐 등이 그 자리를 대신하거나 여러 통화들이 각축을 벌이는 다극 통화 체제가 될 거라는 예측도 등장했다.
대표적으로는 브레튼우즈 체제 붕괴 예언이 있다. 그러나 이 체제가 붕괴되었어도 달러는 여전히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책은 세계 통화의 위기와 달러의 역사에 대해 기술한다. 신생 독립국인 미국의 화폐가 어떻게 세계의 기축통화가 되었는지, 각 나라의 통화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달러 체제의 사령탑인 연준이 어떻게 세계 통화시장을 조절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아울러 중국 위안화와 유로, 금, 디지털화폐 등 달러의 경쟁자들을 다룸으로써 달러를 둘러싼 다양한 상황과 그 미래를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세계의 각축전과 미국 내부의 정치적 분열은 달러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김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