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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칼럼] 챗GPT 시대, 책·신문 읽기
입력 : 2023.05.23 13:5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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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1AI 비서 둘 날 성큼
한 줄 요약 익숙한 젤파세대
책·신문 읽기로 AI 오류 잡고
균형 있는 생각의 근육 키워야김주영 월간국장 매경LUXMEN 편집인 챗GPT의 위력이 대단하다. 인터넷과 아이폰이 등장할 당시의 충격파에 비할 바가 아니다. 출시 1주일 만에 하루 사용자 100만 명, 두 달 만에 1억 명을 돌파하며 전 세계에 생성형 AI 열풍을 일으키더니 순식간에 우리사회 도처에 스며들고 있다. 인터넷·모바일로 대변되던 디지털 세상이 챗GPT로 인해 단숨에 인공지능(AI) 시대로 넘어가는 인류문명사의 대전환기에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빅테크 기업들이 각축을 벌이면서 관련 기술의 발전 속도도 전광석화다. 레이 커즈와일은 2005년 출간한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에서 인공지능이 빠른 속도로 진화해 2029년에는 사람처럼 감정을 느끼고, 2045년에는 인간을 초월하는 ‘특이점’에 도달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작금의 기술 발전 속도를 보면, 특이점의 시기는 예상보다 훨씬 더 앞당겨질 듯하다.
무엇보다, 챗GPT는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다 믿어온 창작 영역조차 여지없이 허물어트렸다. AI가 그린 그림이 미술 대회 1위를 차지하는가 하면, 소설책을 쓰고 작곡도 한다. 얼마 전, 싱어송라이터 더 위켄드와 힙합스타 드레이크의 신곡으로 알려진 팝송 ‘하트 온 마이 슬리브’도 사실은 두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생성형 AI로 합성해 만든 것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됐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직업군으로 거론됐던 예술가 같은 창작 영역에서마저도 인간이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챗GPT의 대단한 위력에 대한 우려는 또 있다. 악의적 조작 정보나 편협하고 오염된 데이터를 양산하고 사실이 아닌 내용을 마치 옳은 답처럼 내놓는 할루시네이션(Hallu cination)을 야기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세계적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 MIT 교수는 챗GPT가 도덕성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에 ‘사이비 과학’이라고 비판한다. 챗GPT의 아버지, 샘 올트먼 오픈AI CEO조차도 “챗GPT를 포함한 AI가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엄청난 위험도 갖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AI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라고 역설한다. 인간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AI가 가져올 인류의 미래가 유토피아가 될 수도, 디스토피아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국가적 차원의 AI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잘못된 정보를 걸러내고 균형감을 갖는 것은 결국 인간의 몫이다. AI의 오류에 대응할 창의적, 비판적 사고를 기르기 위해선, 다양한 책을 정독해 사고의 깊이를 확장하고 신문을 열독해 생각의 균형감을 키워야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로 태어나 ‘10초 짤’과 ‘한 줄 읽기’에 익숙한 젤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나, 편향된 이념에 매몰돼 유튜브가 큐레이션해주는 유사영상만 반복적으로 보는 구독자들에게 책 읽기는 외국어로 인한 ‘1인치 장벽’보다 더 두꺼운 장벽으로 느껴질 게 틀림없다. 하지만, 생각의 근육을 키워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려면 반짝 재미만 좇고 정보의 편식만 해선 안 될 일이다.
오픈AI는 최근 챗GPT 앱을 출시해 모바일에서도 생성형 AI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1인 1스마트폰처럼 ‘1인 1AI 시대’도 멀지 않았다. 다가올 전 국민 AI 시대를 맞아 다시 책을, 신문을 읽어야 할 때다.
[김주영 월간국장 매경LUXMEN 편집인]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53호 (2023년 6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