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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승의 사례로 풀어보는 세금 이야기] 공실인 오피스텔도주택 수에 포함될까?
입력 : 2023.05.03 15: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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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는 아파트를 분양받아 거주하면서 인근 오피스텔에서 임대수익을 얻고 있었다. 이사를 위해 아파트 매도를 알아보던 김철수는 공인중개사로부터 오피스텔이 주택으로 인정되면 1세대 1주택 비과세 혜택을 받지 못해 수억원이 넘는 양도소득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수억원의 양도소득세를 납부하면 원하는 집으로 이사 갈 수 없고, 그렇다고 오피스텔을 먼저 양도하고 세금을 납부하고 나면 기존 오피스텔을 다시 살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김철수는 인터넷에서 “오피스텔이 주택인지 여부는 양도 당시 주거용으로 사용되고 있는지에 따라 판단한다”라는 글을 보고 묘수가 생각났다.
김철수는 오피스텔의 임대차가 종료되자 더 이상 세입자를 받지 않았다. 공실 기간이 1년이 지난 후에 김철수는 아파트를 양도하였고, 1세대 1주택의 양도에 해당한다며 양도소득세를 수천만원만 신고·납부했다. 하지만 세무서장은 아파트 양도 당시 김철수가 소유하고 있던 오피스텔이 주택에 해당하기 때문에 1세대 1주택의 양도로 볼 수 없다며 양도소득세 수억원을 추가로 부과했다.
김철수는 아파트 양도 당시 오피스텔이 주거로 사용되고 있지 않았으므로 주택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며 세무서장을 상대로 양도소득세 부과처분의 취소를 요청했다.
오피스텔은 오피스와 호텔의 합성어로 사무실과 주거의 기능을 함께 가진 건축물을 의미한다. 건축법 시행령은 오피스텔을 “업무를 주로 하며, 분양하거나 임대하는 구획 중 일부 구획에서 숙식을 할 수 있는 건축물로서 오피스텔 건축 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처럼 오피스텔은 건축법상 업무시설에 해당한다.
예전에는 오피스텔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었다. 이를 이용하여 일부 건설 회사가 상업지구에 업무시설로 건축허가를 받아 주거가 가능한 건축물을 신축한 후 아파트인 것처럼 분양하는 사례가 있었다. 이에 정부는 1988년경부터 바닥 난방을 금지하는 방법 등으로 주거용 오피스텔의 건축을 제한했다. 하지만 1인 가구의 증가로 소형 주택의 수요가 증가하자 정부는 소형 주택 공급 차원에서 바닥 난방 금지를 해제하는 등 주거용 오피스텔 관련 제한을 완화했다. 그에 따라 현재 소형 오피스텔은 발코니 설치가 금지되는 것 외에는 주택과 큰 차이가 없게 되었다. 주거용 오피스텔 건축 제한이 완화되자 건설 회사들은 중심상업지역을 중심으로 주거용 오피스텔을 대규모로 공급했다.
현재 대부분의 오피스텔은 주거용 오피스텔이다. 즉 건축법상 업무시설에 해당하지만, 실제로는 주거로 사용되고 있다. 이와 같은 형식과 실질의 불일치가 주거용 오피스텔 관련한 세금 분쟁의 한 원인이다. 특히 주거용 오피스텔은 업무용 오피스텔과 달리 취득, 보유, 양도 국면에서의 세법상 취급이 달라 납세자가 예상하지 못한 세금이 부과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중 양도소득세와 관하여 보면 소득세법 제88조 제7호 전문(이 사건 규정)은 “주택이란 허가 여부나 공부상의 용도구분과 관계없이 사실상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건물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주택을 양도한 자가 다른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 그 건물이 ‘주택’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건물공부상의 용도 구분에 관계없이 실제 용도가 사실상 주거에 공하는 건물인가에 의하여 판단하였다.
사례에서 김철수가 1세대 1주택의 양도로서 비과세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아파트 양도 당시 오피스텔이 이 사건 규정의 ‘주택’에 해당하지 않아야 한다. ‘주택’에 해당하는지는 실제 용도에 따라 판단한다. 실무상 오피스텔에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한 경우에는 극히 예외적인 사정이 없는 한 오피스텔을 이 사건 규정의 ‘주택’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김철수는 왜 오피스텔을 공실로 두면 ‘주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소득세법 제88조 제7호 후문은 “이 경우 그 용도가 분명하지 아니하면 공부상의 용도에 따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김철수는 오피스텔이 공실이 되면 주거용으로 사용되는지, 업무용으로 사용되는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되고, 그 경우에는 소득세법 제88조 제7호 후문에 따라 공부상의 용도인 ‘업무시설’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던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일찍부터 “일시적으로 주거가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구조·기능이나 시설 등이 본래 주거용으로서 주거용에 적합한 상태에 있고 주거기능이 그대로 유지·관리되고 있어 언제든지 본인이나 제3자가 주택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건물의 경우에는 이를 주택으로 보아야 한다”라고 판시하여 왔다. 나아가 양도소득세 비과세 대상으로서 1세대 1주택의 양도라는 사실에 관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납세의무자에게 증명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즉, 과거 주거용으로 사용되었던 오피스텔의 경우에는 단순히 공실로 비워두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적극적으로 주거기능이 유지·관리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주장·증명해야 한다. 위 사례와 유사한 사건에서 법원은 오피스텔이 이 사건 규정의 ‘주택’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김철수에게 패소 판결을 선고하였다.
필자가 고등법원에서 조세소송을 담당할 당시 반복해서 접수되는 사건이 있었다. 1세대 1주택 비과세요건을 갖추었는지를 두고 오피스텔이 주택인지 다투는 사건이었다. 조세사건의 경우, 특정 쟁점에 대해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면 유사 사건은 크게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오피스텔을 주택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취득, 보유, 양도 국면에서 오피스텔에 대한 세법상 취급이 다르다는 점, 관련 세법 규정의 개정이 빈번하다는 점, 1세대 1주택의 양도에 해당하는지가 양도소득세액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 등도 한 원인이 되겠지만, 오피스텔이 주택인지 여부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생각된다. 오피스텔과 관련한 불필요한 세금 분쟁이 없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 본 칼럼은 필자의 소속기관과는 관련 없음.
허승 판사
현재 대법원 재판연구관(부장판사)으로 근무 중이며 세법, 공정거래법에 관심을 갖고 있다. 대전변호사회 우수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저술로는 <사회, 법정에 서다> <오늘의 법정을 열겠습니다>가 있다.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52호 (2023년 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