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 씹기 힘들다면 노쇠 위험 270% 늘어
입력 : 2023.04.14 10:33:51
-
일반적인 노화보다 급격히 신체 기능이 허약해져 장애나 입원 가능성이 커진 상태를 노쇠라고 한다. 생활습관이 불규칙적이거나 질병, 약제 복용이 관리되지 않고 신체 활동이 저하되면 노쇠 위험이 증가하는 것이 상식이다. 최근 구강 건강도 노쇠와 큰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강민구 빛고을 전남대학교병원 노년내과 교수팀은 65세 이상 노인 3018명의 노쇠 정도와 음식을 씹는 기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음식을 씹기 어려운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에 비해 노쇠 비율이 약 2.68배 높은 것을 최근 확인했다.
또한 씹는 기능이 떨어지는 노인은 정상 노인보다 잇몸병이 많고, 치아 개수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구강 건강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면 노년기 노쇠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65세 이상 노인 3018명을 대상으로 노쇠 정도와 씹는 기능을 조사했다.
저작기능은 음식을 씹는 데 어려움이 있는지를 설문 조사했으며, 노쇠 여부는 노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36가지 항목 중 현재 해당하는 항목의 비율로 계산했다. 노쇠에 영향을 주는 항목으로는 ▲천식, 당뇨, 뇌졸중 등의 동반 질환 ▲운동 능력, 사회활동 제한, 난청 등 기능적 평가 ▲우울, 체중 감소, 스트레스 등의 노쇠 징후와 증상 등이 포함됐다.
먼저 전체 조사 노인 중 노쇠하지 않은 건강한 집단은 1222명, 노쇠 전 집단은 1014명, 노쇠 집단은 782명으로 분류됐다. 집단별 저작기능을 확인하면, 건강한 집단 1222명 중 365명(29.9%), 노쇠 전 집단 1014명 중 426명(42%), 노쇠 집단 782명 중 465명(59.5%)이 씹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이를 비교집단 간 나이와 성별, 체질량 지수, 각종 질병 등이 유사하도록 수치를 바로잡아 분석한 결과, 저작 어려움을 호소하는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노쇠 집단에서 약 2.68배, 노쇠 전 집단에서 1.4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잇몸병 방치하면 노쇠 위험 커져연구팀은 저작 어려움과 연관된 요인들도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잇몸병이 있으면 음식을 씹는 어려움이 약 1.29배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사랑니나 충치 치아를 제외한 건강한 영구치가 1개 감소할수록 음식을 씹는 기능이 3%씩 감소했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음식을 씹는 능력이 영양 섭취와 식단 선택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노년기의 전신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라며 “평소 구강 검진을 통해 치아 상태를 건강하게 관리하고, 이미 음식을 씹는 데 어려움이 있는 노인의 경우 고령친화식품이나 보충제 등을 통해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해 노쇠를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신체의 치아 건강이 치매와 연관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의 치매 질환 전문의 하세가와 요시야는 책 <뇌 노화를 멈추려면 35세부터 치아 관리 습관을 바꿔라>를 통해 “정기적으로 치아 관리를 받으면 치매를 예방하고 개선할 수 있다”라며 치매 예방을 위한 치아 관리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인간의 대뇌에는 ‘감각령(Sensory Area)’과 ‘동작령(Motor Area)’이라는 구역이 존재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각각은 우리 몸의 감각과 동작을 담당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치아와 혀, 입술을 포함한 입이 감각령과 운동령의 3분의 1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입은 영양을 받아들이는 창구인데 입을 자주 사용하면 감각령과 동작령을 자극할 수 있고, 이는 두뇌의 활성화를 돕는다는 것이다.
실제 치아로 음식을 한 번 씹을 때마다 뇌에 많은 양의 혈액을 공급할 수 있다. 우리의 몸이 무언가를 씹을 때 치아는 약 30µ(미크론·1미크론은 1000분의 1㎜) 내려앉았다 올라오면서 혈액을 뇌로 보내는 펌프 역할을 한다. 결국 치아가 온전히 보전될수록 뇌는 계속 자극받아 활성화될 수 있고 나아가 뇌의 노화를 방지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반면, 치아 개수가 줄어들수록 치근막 쿠션에 가해지는 압력이 감소해 뇌로 가는 혈액의 양이 줄어든다. 그 결과 뇌에 미치는 자극 역시 약해져 의욕 상실이나 건망증, 치매 등 뇌 기능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