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경의 미국 부동산 투자 바이블] 애틀랜타 | 부동산 침체 비껴간 ‘성장형 미래도시’

    입력 : 2023.04.10 16:48:44

  •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야!”

    비비언 리의 명품연기가 잊히지 않는 명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배경이 된 곳. 미국 남부 목화밭 지대가 IT와 금융, 바이오 기업이 몰려오는 ‘첨단 산업 허브’로 탈바꿈한 도시. 코카콜라와 CNN, 건축 자재 등을 유통하는 세계 최대의 소매 체인업체 홈디포(The Home Depot), 델타항공, 운송업체인 UPS 본사가 있는 곳. 이쯤 되면 독자 분들은 어디인지 금세 눈치챘을 것이다. 바로 조지아주의 주도인 애틀랜타이다. 애틀랜타의 인구는 600여만 명. 조지아주 전체의 평균 연령이 36세인데, 애틀랜타는 미국 내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동남부 최대의 도시로 경제, 문화, 교통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IT 직종 일자리 급증

    애틀랜타는 1996년 하계 올림픽이 열린 곳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개회를 선언하고 ‘역사상 최고의 권투선수’인 무하마드 알리가 성화 점화를 하는 장면이 전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현재 인천에서 애틀랜타까지는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이 직항 노선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전미부동산협회(NAR)에 따르면 애틀랜타는 낮은 실업률에 IT 직종의 일자리가 급증하면서 주택 임대료가 지난해 무려 10.4%가 올랐다고 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 주택 임대료는 계속해서 미끄럼을 타서 서부의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4.2%가 하락했다. 코로나19 대유행에도 관계없이 창업 및 기술 분야의 스타트업 기업들이 몰려오자 애틀랜타의 부동산은 ‘꺼지지 않는 불’처럼 강하게 타오르고 있다.

    NAR는 “애틀란타에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비자와 같은 IT, 금융 기업들이 새 지사를 여는 등 일자리 시장이 매우 탄탄하다”라면서 타 지역에서 유입되는 인구가 많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애틀랜타는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나 NAR가 올해도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열풍이 거세게 불어올 곳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부동산 전문 사이트 ‘질로’에 따르면 올해 1월 조지아의 평균 주택 값은 30만1978달러로, 지난해보다 11.1%나 상승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애틀랜타의 부동산 시장은 한 해 내내 덥고 따뜻한 날씨처럼 ‘핫틀랜타(Hotlanta)’라는 별명이 붙을 법하다. 애틀랜타가 이처럼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핫한 존재로 떠오른 곳은 어떤 연유 때문일까.

    조지아주 어거스타
    조지아주 어거스타

    먼저, 애틀랜타는 옛 지명이 ‘터미널’이었다고 할 정도로 숨가쁘게 움직이는 교통의 중심지인 점이 주목된다. 애틀랜타는 미국 동부를 가로지르는 중요한 고속도로와 철도가 교차하고 있다. I-75, I-85, I-20 고속도로가 이곳에서 연결하며, 그 외에도 다양한 주요 도로가 지나가고 있다. 세계적 물류 운송회사인 UPS(United Parcel Service)가 있는 연유가 이 때문이다.

    또 중요 교통망으로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 중 하나인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이 있다. 이 공항을 통해 애틀랜타는 전 세계의 도시와 입체적으로 유기적으로 탄탄하게 연결된다. 대한항공, 델타항공을 통해 인천공항과 애틀랜타 직항 노선이 생기면서 한국인 유입 인구가 부쩍 늘어났다. 플로리다나 사우스캐롤라이나, 앨라배마주 등에서 국제선 이용은 모두 애틀랜타공항을 통한다. 물류 운송 중심지로서 세계적 공항 허브로서 델타항공이나 UPS 같은 기업들이 왜 애틀랜타에 있어야 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애틀랜타는 한인들이 미국 내에서 살기 매우 편한 도시다. 귀넷카운티의 둘루스(Duluth) 한인타운과 가까운 편인 데다 인천까지 대한항공과 델타항공 직항이 모두 운항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도시이다. 미국 남부로 한정시키자면 인천공항행 직항이 있는 도시로는 댈러스와 애틀랜타뿐이다. 영어가 쉽지 않은 40~50대 한인들에게 무엇보다 미국에서 한인 커뮤니티가 있는 곳에 산다면 심리적 안정감과 의사소통의 불편 해소가 가능하다. 그래서 필자가 애틀랜타에서 만났던 분들 가운데 집에서도 우리말을 사용하고, 쇼핑도 한인 마켓에서 보고, 넷플릭스로 국내 드라마를 시청하는 분들이 대다수이다.

    한인 인구도 증가세

    현재 조지아주 인구는 모두 100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인 인구는 약 15만 명으로 여겨지는데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그래서 조지아주는 한국 마트로 다섯 곳의 H마트, 두 군데의 아씨마트, 남대문시장, 메가마트, 시온마켓 등등 엄청난 개수를 자랑한다. 또 BBQ 치킨, 파리바게트, 뚜레주르를 비롯한 한인 프랜차이즈 식당도 많이 들어와 있기도 하다. 먹거리와 놀이문화가 어우러져 가격경쟁이 치열해져서 타 도시에 비해 생필품 물가와 식당 음식 값도 싸다. 한인이 운영하는 개인 병원이 많아진 데다 변호사와 회계사 같은 전문직 종사자가 이민을 와서 미국 내 다른 어떤 도시보다 의료나 법률 서비스가 잘 이루어져 있기도 하다.

    여기에 미국 내에서도 명문 대학과 명문 고교가 있어서 교육열이 높은 한국의 부모들이 선호하는 곳이기도 하다. 10대 자녀를 둔 필자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변호사로, 필자는 미국으로 이민 가는 분들의 영주권 수속을 하는 업무가 본업이다. 부수적으로 미국에 탈 없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게끔 도와드리고 있다. 그런데 필자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미국 투자이민을 목적으로 상담 오는 고객의 절반은 10대의 자녀를 둔 40~50대 부모님들이다. 이런 분들은 대개의 경우 자녀들과 함께 미국 영주권 취득을 우선 고려한다. 그리고 미국에서 새로운 직장을 구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 투자이민을 떠난다.

    이렇게 10대 자녀를 둔 40~50대 부모님들, 특히 영어로 의사소통 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최근 들어 최후의 미국 ‘투자이민 목적지’로 애틀란타를 부쩍 꼽고 있다. 미국에서 ‘은퇴자의 천국’이라 불리며 노인층이 많은 플로리다와는 달리 애틀랜타는 ‘젊은 도시’인 데다 교육 인프라가 더할 나위 없이 잘 갖추어져 있다. 무엇보다 조지아에는 명문 대학이 즐비한 게 특징이다. 우선 세계적인 명문 대학으로 미국 3대 명문 공과대학 중 하나인 조지아공과대학교, 조지아주립대학교가 있다. 이와 함께 명문 사립대학으로 ‘남부의 하버드대’로 불리는 에모리대학이 있다. 에모리대는 국내에서 송도 글로벌 캠퍼스나 수도권의 대학교에서 편입 합격한 경우가 많아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명문고·대학 다수 포진

    또 애틀랜타 주변에는 명문 대학 못지않게 명품 고등학교도 상당히 많이 포진하고 있다. 지난해 ‘뉴스&월드리포트(U.S. News & World Report)’는 미국 전역 고등학교의 학업성취도, 대학진학률, 교사의 경험 등을 토대로 평가한 적이 있다. 이에 따르면 250위권 내에 조지아에서는 월튼(Walton High School), 노스뷰(Northview High School), 차타후치(Chattahoochee High School) 등이 있다. 여기에 조지아주는 현재 산업 인력을 양성하는 전문대학(테크놀로지 칼리지)도 159개 카운티에 1개씩 세운다는 목표로 건립 중이라고 한다.

    애틀랜타로 이주하는 한국인들에게 가장 큰 장점을 물으면, 으레 10명 중 7~8명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꼽는다. 온난한 아열대성 기후를 보이며 겨울에도 눈이 거의 오지 않고 영상의 날씨를 보인다. 평균 기온은 1월에는 대략 16°C 정도. 여름인 7월에는 대략 평균 27°C 정도이다. 또 하나 애틀랜타는 북조지아 산지의 기슭에 자리잡고 있어 산책이나 하이킹, 등산 등 산악 활동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340개 이상의 공원과 4개의 큰 국립공원에 거대한 호수들이 있다. 이 호수에서는 낚시, 보트 타기, 수상스키, 수영과 같은 레크리에이션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애틀랜타에서 자동차로 3시간 가면 되는 조지아주 어거스타는 골프로 유명한 데 ‘골프 황제’ 타이거의 ‘영원한 마음의 고향’인 마스터스골프장이 이곳에 있다. 골프대회는 지난해를 제외하고 해마다 4월에 열려 ‘PGA에 봄이 왔음을 알리는 골프장’이다. 올해도 4월 6~10일 닷새간 어거스타 내셔널골프클럽에서 열린다. 목련길과 완연한 봄의 전령사인 분홍 철쭉꽃이 흐드러져 있어, 초록 세상에 아름다운 봄 햇살이 비치면 어려운 홀들의 심술도 금세 잊히는 곳이다. 지난해 챔피언은 2023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도 우승한 스코티 셰플러였다.

    애틀랜타는 기업하기 좋은 곳으로 미국 내에서도 정평이 나있다. 애틀랜타를 품고 있는 조지아주는 미국에서 법인세가 낮은 주 중에 하나. 30년 이상 법인세를 6%로 유지해오다가 지난 2019년에는 5.75%로 0.25%를 더 내렸다. 법인세가 낮은 덕분에 현대차그룹이나 SK 같은 ‘글로벌 국내 기업’들이 몰리고 있기도 하다. 또 조지아에서 생산된 제품의 경우 다른 주나 해외 수출로 발생한 수익에는 법인세 면제의 특혜를 준다. 여기에 조지아주 정부는 기업이 필요한 인력을 대신 교육시켜주는 ‘퀵스타트’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가 결정되면 주정부가 적극 나서 곧바로 공장 준공 때에 투입할 인력을 교육시키고 채용까지 연결해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RB)의 잇단 금리 인상, 실리콘밸리은행의 파산, 전 세계로 번지는 인플레이션.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불안한 경제 위기와 더불어 침체기에 들어간 미국 주택 시장에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부동산은 눈여겨볼 만하다. 평균 연령 36세의 이 ‘젊은 조지아’는 미래를 향해 힘차게 달려가는 ‘성장형 미래도시’ 애틀랜타를 품고 있기에 부동산 시장 전망이 밝기만 하다. 미국 내의 부동산은 늘 안전자산으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 그 ‘안전자산’ 가운데 애틀랜타는 첨단 기업들의 거듭되는 투자에다 일자리 창출, 자녀 교육이 미국 내 어떤 곳보다 뛰어나기에 가장 매혹적인 도시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김민경 국민이주 미국변호사

    미국 이민전문 변호사. 미국투자이민, 고학력독립이민, 사업가비자 등을 담당하며 미국 내 부동산 거래 관련 실무 및 상담을 하고 있다. 관련된 전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미국이민변호사협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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