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두규의 권력과 風水] 성공과 실패의 상수 ‘운’과 개운법

    입력 : 2023.03.08 10:25:13

  • 성공한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의 성공이 자신의 재능과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그에게 “운이 좋아서 성공했다”고 말하면 불쾌해한다. 맞는 말이다. 재능과 노력 없는 성공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동일한 재능과 노력을 쏟아부은 사람들은 모두 성공하는가? 그렇지 않다.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간단한 등식 하나를 소개한다.

    성공=재능+노력+운(運)

    실패=재능+노력-운(運)

    운이 문제다. 성패를 가르는 것은 ‘운’ 말고는 다른 설명이 불가능하다. 혹자는 반론한다. 재능 말고도 금수저·흙수저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금수저·흙수저도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란 재능에 의해 결정된다. 흔히 사람들은 ‘운명(運命)’을 한 단어로 알고 있다. 그렇지 않다. ‘명(命)’은 선천적인 것, 즉 금수저·흙수저로 태어난 것을 말한다. 반면 ‘운’은 ‘타이밍’, 즉 때(時)를 말한다. 비유컨대 명(命)을 배(船)에 비유하면, 운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바람과 같은 것이다. 운을 본다는 것은 순풍·역풍을 살피는 것이다. 진실로 운(時)은 한 사람(집단)에게 영향을 주는 것일까?

    운 좋았던 <모나리자>

    미국 코넬대 경제학과 프랭크 교수(R.H. Frank, 1945~)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운’이 기업 혹은 공동체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하여 <Success and Luck: Good Fortune and the Myth of Meritocracy>(2016)란 단행본을 출간하였다(국내에서 ‘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당신에게’로 번역·출간).

    대표적 사례로 프랭크 교수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1452~1519) 작품 <모나리자>의 운명을 소개한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을 찾는 방문객들이 가장 많이 보려 하는 그림이다. 다 빈치는 15~16세기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이탈리아 예술가이다. 그림으로는 <최후의 만찬><성 안나와 성 모자><앙기아리 전투> 등 대작들이 많다. <모나리자>는 크기나 구성 면에서 작고 단순하다. 본질적 질문이다. <모나리자>는 다 빈치 생전부터 유명하였을까? <모나리자>가 유명해진 것은 불과 100여 년 전 일이다. 그 이전까지 400년 동안, 사람들은 <모나리자>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다 빈치의 <모나리자>
    다 빈치의 <모나리자>

    <모나리자>가 유명해진 것은 순전히 ‘운’ 때문이었다. ‘1911년 루브르 박물관 잡역부 페루자가 퇴근길에 <모나리자>를 작업복 속에 숨겨 나왔다. 2년 후 페루자는 <모나리자>를 고향 이탈리아 미술관에 팔려다가 체포되었다. 사건은 전혀 다른 반향을 불렀다. 프랑스인들은 분노와 충격에 빠졌다. 반면, 이탈리아인들은 <모나리자>를 조국으로 ‘반환’시킨 페루자를 영웅시하였다. ‘모나리자 절도 사건’은 세계적 뉴스가 되었다. 갑자기 <모나리자>가 유명해졌다.’

    프랭크 교수는 이것은 순전히 <모나리자>의 운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운’은 동서고금의 권력자부터 천민에 이르기까지 영원한 화두였다. 운에 관한 많은 격언들이 생성되었다.

    운은 나쁜 놈이지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인간을 지배하는 것은 운이지 지혜가 아니다.

    운은 자기 갈 길을 갈 뿐이다.

    운에 대항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운이 좋으면 영웅이 되고, 운이 나쁘면 역적이 된다. 때(時)를 잘 만나야 한다는 말이다. 녹두장군 전봉준 처형을 앞두고 ‘운’ 앞에서 굴복하여 말한다. “운이 다하니 영웅도 스스로 어찌할 바를 모르겠구나(運去英雄不自謨)!” 장군만 그러한 것이 아니다. 영남 좌도(경북)를 대표하던 이황(1502~1571)과 영남 우도(경남)를 대표하던 조식(1501~1572)은 동시대 사람으로 당대 최고 유학자였다. 그러나 이황과 달리 조식은 그리 ‘빛’을 보지 못하였다. 두 학자보다 조금 먼저 태어나 조금 늦게 죽은 성운(1497~1579)은 조식이 뜻을 펼치지 못함을 두고 비문에서 “운(時) 때문일까, 명(命) 때문일까(時耶命耶)?”라며 안타까워했다.

    초간단 풍수 개운법(開運法)

    타고난 명을 바꿀 수는 없으나, 운의 흐름을 바꿀 수는 있다는 것이 풍수이다. 사무실·거실에 그림(조각품) 한 점으로 운을 바꿀 수 있다. 인테리어 풍수의 핵심 내용이다. 기운생동(氣韻生動)한 그림 한 점으로 좋은 기운을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림을 벽에 걸어두거나 감상하는 이유이다. <세한도>는 국가 보물로 사랑받지만 정작 그림이 주는 기운은 고단무정(孤單無情)하다. 백무산 시인은 <세한도>를 보면서 “목수가 보면 웃을 그림”이요, “풍수가 보면 혀를 찰 집”으로 “방위도 살피지 않고 지형도 살피지 않고” 그린 그림이란 시를 썼다(‘세한도’). 풍수상 좋지 않은 그림이다.

    남명 조식의 비석과 비문에 ‘운’을 한탄한 대목이 나온다.
    남명 조식의 비석과 비문에 ‘운’을 한탄한 대목이 나온다.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1931~2019)는 “하나의 물체가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고 하였다. 그 가운데 하나로 ‘색’을 꼽았다. “다채로운 색상은 에너지와 즐거움을 선사하며,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채로운 색상은 행운을 불러온다”고 하였다(최경원, <알레산드로 멘디니>).

    ‘다채로운 색상’ 가운데 풍수에서는 붉은색은 재물운, 푸른색은 사람 보는 안목, 노란색은 권력과 재물운을 불러온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하여 기존의 실내 벽지를 모두 뜯어내고 고채도 색으로 다시 도배할 필요는 없다.

    3월이 되면 보게 될 노란 수선화 화분 하나, 4월에 보게 될 고채도의 튤립 화분 하나로 일주일의 운을 바꿀 수 있다. 4월 하순에 보게 될 모란꽃은 부귀와 건강장수(輕身益壽) 운을 준다. 중국과 조선에서 모란이 선호되었던 이유이다. 모란 한 포기를 심을 땅이 없다면? 한 폭의 모란꽃 그림으로도 충분하다. 필자가 시골 서재 대문 입구에 모란을 심은 이유이다.

    김두규 우석대 교수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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