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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칼럼] 100년 기업의 꿈
입력 : 2023.01.27 10:5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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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超)불확실성의 디지털 전환기
업종 경계 사라진 빅블러 시대
애자일 경영으로 파도를 넘어
100년 후에도 건재할 기업은김주영 월간국장 매경LUXMEN 편집인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박람회 CES에서 일본 가전 업체 소니는 전기차 ‘아필라’를 선보였다. E-커머스 기업 아마존은 자율주행 기술 ‘아마존 포 오토모티브’와 로봇택시를 공개했다.
가전 회사가 새 가전을 소개하고 자동차 회사가 새로운 자동차 기술을 선보이는 것은 이제 그리 놀라운 뉴스가 아니다. 이번 CES에서 ‘초연결’을 주제로 전시한 삼성전자는 얼마 전 로봇 회사를 인수하고 궁극적으로 AI 기업을 목표로 선언했다. 올해 안에 주행 보조 로봇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은 이미 지난해 CES에서 자동차가 아닌 4족 로봇 ‘스폿’을 들고 나와 화제가 됐었다. 당시, 현대차는 더 이상 자동차 회사가 아닌, ‘메타 모빌리티’ 회사로의 변신을 예고했다. 현대차는 올해는 건너뛰고 내년 행사를 이미 예약해 PBV(목적기반모빌리티), UAM(도심항공모빌리티), 소형원자로(SMR) 등 혁신기술을 선보일 것으로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모빌리티는 이동수단이 아닌 공간 개념이다. 사무, 레저,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라이프스타일 서비스로 연결, 융화, 확장하고 있다. 가전은 어떤가. AI를 장착하고 로봇으로 발전하며 초연결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빅테크 기업들은 모빌리티 기업으로, 모빌리티·가전 기업은 로봇·AI 사업으로 확장, 변신하는 움직임이 합종연횡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자와 자동차라는 전혀 다른 업종에서 업력을 키워온 삼성과 현대차는 이제 로봇 시장에서 경쟁하게 됐다. 수년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유통업의 경쟁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라고 했을 당시만 해도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제 그렇게 생각할 사람은 거의 없을 듯하다.
기술융합의 발전이 만들어낸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다. 결국은 속도의 문제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향후 100년 동안 2만 년에 걸쳐 발생할 기술적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서 요즘처럼 산업 간의 경계가 급격히 무너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에는 ‘파도’를 타듯 ‘적시’의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초(超)불확실성의 디지털 시대를 맞아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선 조직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애자일(Agile) 경영이 필수인 이유다. 속도, 포커스, 유연성을 살린 애자일 경영으로 ‘파도’를 타지 못하면 기업은 영속할 수 없다. 한국의 메타버스 시초라 할 수 있는 ‘싸이월드’가 그랬고 수년 전 혜성처럼 등장했던 음성 채팅 앱 ‘클럽하우스’도 그렇다. 클럽하우스를 해야 ‘인싸’로 평가받던 게 불과 몇 해 전인데, 지금 클럽하우스를 얘기하는 사람은 주변에 아무도 없다.
속도가 생명인 인터넷 기업뿐이 아니다. 131년 전통의 글로벌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은 경영의 신 잭 웰치가 수장인 시절 세계 시총 1위 기업의 명성이 아스라하게 사라졌다. GE는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에서 퇴출당하는 굴욕을 겪고 현재 항공-헬스케어-에너지 3개사로 쪼개 운영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영원한 강자는 없다. 급변하는 파도를 애자일 경영으로 넘어서 100년 후에도 살아남을 기업은 어느 기업일까. 국민기업 삼성은 그때도 여전히 건재할까.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9호 (2023년 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