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est-Drive] 기아 ‘The Kia EV6 GT’ 제로백 3.5초… 눈썹 휘날리며 달린다

    입력 : 2022.12.12 17:41:34

  • 자동차 업계에서 자주 쓰이는 ‘제로백(Zero+百)’이란 말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을 의미한다.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제로백은 소수점 단위까지 기록되며 차량의 성능을 대변한다.

    출발신호와 함께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으면 앞으로 튀어나가듯 질주하던 차량은 기어를 변속하느라 잠시 멈칫한 후 다시금 속도를 높인다. 파워트레인의 힘과 변속기의 합이 매끄러울수록 이 변속시간이 단축되며 제로백의 숫자가 낮아진다. 그러니까 제로백이 빠르다는 건 시간이 짧다는 말이다. 당연히 짧은 시간은 차량의 성능이 높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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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과연 이러한 공식은 전기차에서도 유효할까. 한때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와 독일 3사 내연기관 차량의 제로백을 놓고 이러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비교가 타당하냐”는 의견부터 “변속기와 엔진이 없는 전기차의 백전백승”이란 말까지 다양한 댓글이 온라인 게시판을 채우기도 했다.

    최근 출시된 기아의 ‘EV6 GT’(이하 GT)가 ‘한국 자동차 역사상 가장 빠른 차 등장’이란 수식어를 동원하자, 다시금 이러한 의견의 댓글이 종종 눈에 띈다. 결론부터 말하면 무의미한 비교가 아닐까.

    아니 그보단 파워트레인의 구성을 떠나 국산 완성차 중 제로백이 3.5초에 불과한 차가 등장했다는 게 좀 더 놀라웠다. EV6 GT를 타고 서울에서 강원도까지 왕복 약 300㎞를 시승했다. 국도에선 탄탄한 코너링이, 고속도로에선 차고 나가는 힘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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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terior&Interior
    네온 색상으로 완성된 존재감

    평일 낮, 강원도 평창을 종착지로 정하고 나선 길이 비교적 한산하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의 교통이야 이미 예상했지만 고속도로가 이리 뻥 뚫려있을 줄은 몰랐다. 도로 위에 올라선 GT는 예열 따위는 전혀 필요 없다는 듯 그릉거린다. GT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완성된 EV6의 고성능 버전이다. 겉모습은 별다를 게 없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특별한 뭔가가 있다. 우선 GT 전용 21인치 휠과 그 안쪽에 (언뜻 연두색 같은) 네온 색상 캘리퍼가 도드라진다. 뒷부분 범퍼 아래쪽에 차량의 하부 공기 흐름을 최적화하는 디퓨저도 적용됐다.

    실내는 시트부터 스포츠모드다. 스티어링 휠엔 네온색 GT모드 버튼이 중앙에 자리했다. 이 버튼을 누르면 계기판의 주행모드가 달라지며 제로백 3.5초 모드로 전환된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마침 옆자리에 주차된 EV6와 비교해보니 네온색 캘리퍼만으로도 존재감이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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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wer Train&Function
    사륜구동 모터, 585마력이 동원된 질주

    사륜구동 단일 트림으로 운영되는 GT는 최고출력 270㎾의 후륜모터와 160㎾의 전륜모터를 더해 총 430㎾(585마력)의 성능을 갖추고 있다. 3.5초의 제로백은 바로 이 높은 출력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다. GT에 적용된 고성능 모터의 분당 회전수(rpm)는 최고 2만1000회에 달해 최고속도가 260㎞/h에 이른다.

    과연 이 수치가 도로에서도 유효한지 알아보고 싶어 차량이 거의 없는 고속도로 구간에서 GT 버튼을 누르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가뿐히 100㎞/h를 넘어선 차량은 별다른 흔들림 없이 곧바로 직진한다. 차고 나가는 힘이 몸에 그대로 전해지는데 운전석과 조수석에 왜 버킷시트가 적용됐는지 확실히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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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속 주행 시 외부 소음 차단도 기대 이상이다. 충전 시스템도 400V·800V 멀티 시스템이 적용돼 800V 초급속 충전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18분 만에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가격은 개별소비세 3.5%, 세제 혜택 적용 후 기준 7200만원이다. 아, 여기서 잠깐. GT 시승의 옥의 티는 강원도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였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선 그나마 제대로 이용할 수 있지만 강원도 국도변에 마련된 전기차 충전소는 이름뿐인 곳이 많았다. 공공기관 앞에 마련된 충전소가 먹통일 땐….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7호 (2022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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