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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집단 새 얼굴] BGF | 편의점 사업 1위 경쟁…2세 투톱체제 본격화
입력 : 2023.09.15 13:5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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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CU로 알려진 BGF그룹은 올해 처음으로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BGF그룹은 2022년 말 기준으로 공정자산 5조700억원을 보유해 공시대상기업집단 순위 82위에 올랐다. BGF그룹의 공정 자산은 2021년과 비교해 2700억원이 증가했다.
1983년 설립된 ‘보광’이 BGF그룹의 모태다. 1996년 삼성그룹 계열로 정식 편입됐다가 1999년 분리됐다. 보광 그룹은 2002년 반도체회사를 인수한 뒤 관련 분야로의 확장을 추진했지만, 레저 사업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유통회사로 탈바꿈했다. 주요 계열사로 BGF리테일을 비롯해 BGF로지스, BGF푸드, BGF네트웍스, BGF에코머티리얼즈 등이 있다. 대부분 편의점 CU와 관련한 사업들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BGF그룹이 공시대상기업 집단으로 신규 지정된 이유에 대해 편의점 사업 관련 영업이익 증가로 인한 자산 증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편의점업체 BGF리테일이 주축BGF그룹의 핵심 계열사는 BGF리테일이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지난해 매출 7조원을 돌파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영업이익 역시 전년보다 26.6% 증가한 2524억원으로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여기에는 국내 편의점 시장의 성장세도 한몫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유통업 중 편의점 매출 비중은 16.6%를 차지했다. 이는 같은 기간 백화점 점유율 17.6%와 불과 1%포인트 차이다.
BGF리테일의 CU는 그간 GS25와 치열한 1위 경쟁을 벌여왔다. 올해 상반기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GS리테일 편의점 사업 부문 매출은 3조9585억원을 기록했다. BGF리테일은 CU를 운영하는 편의점 사업 부문 매출이 같은 기간 3조9202억원이었다. 두 편의점 업체 간 매출 차이는 383억원에 불과했다.
반면 점포 수는 CU가 1위다. 각 사 추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CU 점포는 1만 7400개, GS25는 1만 7000개다. 양 사 점포 수 차이는 300~400개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선 GS25의 수도권 점포가 많은 반면, CU는 신선 식품과 간편식 ‘차별화 상품’이 경쟁력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점포 수와 수익성 면에서 앞서 있는 CU 입장에선 매출까지 GS25를 뛰어넘어야 반박 여지가 없는 편의점 업계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다. 점포 수보다 점포당 매출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GS25 역시 매출 1위라는 자리만큼은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편의점업계는 매년 3분기를 연중 최대 성수기로 꼽는다. 따뜻한 날씨 등으로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음료와 빙과 포함 다수 상품 카테고리 매출이 상승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GS25와 CU는 하반기 차별화 상품 출시와 공격적 마케팅으로 성수기 공략에 나설 전망이다.
해외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CU는 몽골과 말레이시아에 각각 330개, 14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8년 4월 CU는 몽골 기업인 센트럴익스프레스(Central Express)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하고 업계 최초로 몽골 시장에 진출했다. CU는 2018년 8월, 울란바토르에 몽골 1호점인 CU샹그리아점을 개점했으며 2023년 3월 300호점을 달성했다. 대한민국 유통기업이 해외에서 300호점을 개점한 것은 CU가 처음이다. 현재는 약 330여 개의 점포를 운영하며 몽골 편의점업계에서 70%가 넘는 압도적인 점유율로 1위에 올라 있다.
지난 3월 7일 몽골 CU 300호점인 ‘게를룩비스타점’이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CU는 몽골의 성공적인 진출을 기반으로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로 그 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말레이시아 기업 마이뉴스홀딩스 자회사인 MYCU리테일(MYCU Retail)과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2021년 4월 말레이시아에 1호점을 오픈했다. 현재 140여 개 점을 운영 중이다.
올해 6월에는 세 번째 해외 진출 국가로 카자흐스탄을 낙점했다. 현지 기업인 ‘신라인(Shin-Line)’의 편의점 전문 신설 법인 ‘CU Central Asia’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었다.
후계 지분구조 정리 진행형BGF리테일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2023년 1분기 기준으로 지주사 BGF가 지분 30%로 최대주주다. 홍석조 회장은 7.3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홍 회장은 2022년 12월 자신이 53.54%를 보유하고 있던 지주사 BGF 주식을 두 아들에게 매각하며 BGF 지배구조에 변화를 줬다. 지주사 BGF는 홍석조 회장이 지분 32.4%로 최대 주주이며 장남 홍정국 BGF 사장이 20.77%로 2대주주다. 뒤를 이어 차남 홍정혁 BGF에코머티리얼즈 사장이 지분 10.5%를 가지고 있다. 홍석조 회장의 차남인 홍정혁 사장이 BGF리테일 주식 0.08%를 가지고 있었지만 지난해 말 가지고 있던 주식 전부를 매각했다. BGF리테일 지분 관계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이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홍 회장의 장남인 홍정국 사장과 차남 홍정혁 사장 ‘투톱’ 체제가 본격화한 것으로 본다. 홍정국 사장은 주력인 리테일 사업을 담당하고, 홍정혁 사장은 신사업 육성에 집중한다는 구도다.
홍석조 BGF 회장 실제 홍정국 사장은 편의점 사업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CU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주류·금융·HMR(가정간편식) 특화 편의점 등 새로운 모델을 지속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담부서인 NCS(New Concept Store)팀을 만들었다. 지난해 신설한 주류TFT(태스크포스팀)도 같은 맥락에 있다. 온·오프라인 원스톱 쇼핑 플랫폼 구축을 위해 ‘포켓CU’ 기능을 꾸준히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다만 홍정국 사장이 주도했던 헬로네이처 사업은 실패로 돌아간 바 있다. 헬로네이처는 2012년 출범한 농산물 직거래 쇼핑몰이다. 2016년 SK플래닛에 매각됐다가 2018년 BGF 품에 안겼다. BGF는 헬로네이처를 5년 내 신선식품 1위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후 매출은 늘었으나 영업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매각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자회사인 BGF네트웍스에 넘겼다. 결국 BGF는 2022년 4월 14일 그동안 500억원 이상 투자한 신선식품 플랫폼 헬로네이처의 B2C(기업과 소비자 사이 거래) 서비스를 중단하고 헬로네이처의 사업을 B2B(기업 사이 거래)로 전환했다.
차남 홍정혁 사장은 2018년 BGF 신사업개발실장을 역임하면서 신사업 발굴에 집중해왔다. 그가 대표로 있는 BGF에코머티리얼즈는 BGF에코바이오와 2021년 인수한 KOPLA가 합쳐진 소재기업이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제조업체 BGF에코머티리얼즈는 최근 BGF의 지원을 등에 업고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반도체와 2차전지 소재업체 KNW를 인수했다. BGF에코머티리얼즈 외형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2633억원, 영업이익 15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29.4%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28.5% 감소했다.
신소재 사업은 동생 몫?BGF리테일 관계자는 “일단 형이 본업 격인 리테일을 이끌고 동생이 신사업을 추진하는 구조는 완성됐다”면서 “장기적으로 리테일과 신소재로 기업의 두 축이 나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다만 홍석조 회장이 아직 32% 넘는 주식을 보유한 BGF 최대 주주이기 때문에 홍석조 회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1953년생인 홍석조 회장이 아직 경영 일선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기 때문에 경영권 승계를 논하는 것은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사업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는 시점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김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