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적재산권(IP)에 꽂힌 편의점, 우영우 김밥에 메이플스토리 빵까지

    입력 : 2022.12.15 13:53:03

  • 드라마광을 자처하는 20대 김유미 씨는 최근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우영우 김밥’을 발견하고, 환호성을 질렀다. 김 씨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1화부터 마지막 화까지 빼놓지 않고 봤는데, 드라마의 시그니처 아이템을 발견하니 기분이 좋았다”며 “요즘 편의점들이 스토리가 담긴 즐길 만한 상품을 꾸준히 내놓고 있어, 살 게 없더라도 편의점 구경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우영우 김밥’에 ‘메이플스토리 빵’, ‘드래곤볼 핫팩’까지 편의점들이 지적재산권(IP) 협업 상품을 활발히 내놓으며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이름이 알려진 콘텐츠나 애니메이션, 게임 캐릭터를 활용한 IP 기반 상품으로 소비자들이 친숙하게 상품을 체험해볼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들이 MZ세대를 만나는 창구로 완벽하게 거듭났다”며 “편의점과 컬래버하고 싶어 하는 IP 회사들도 더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세븐일레븐의 ‘우영우 통소시지 김밥’
    세븐일레븐의 ‘우영우 통소시지 김밥’

    최근 세븐일레븐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 IP를 활용한 상품인 ‘우영우 듬뿍참치김밥’과 ‘우영우 통소시지김밥’을 내놓았다. 우영우 듬뿍참치김밥은 김밥 속에 참치 마요네즈 샐러드 토핑이 가득 들어갔으며 우영우 통소시지김밥은 국내산 돈육 함량 96.3%의 육즙 가득한 통소시지가 메인 재료인 프리미엄 김밥이다.

    이번에 출시한 김밥은 2종 모두 당근과 오이, 계란, 단무지, 햄, 우엉 등 7가지 재료가 정갈하게 담겼다. 사각형 박스에 재료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눕혀서 담겨있는데, 드라마 속 주인공인 우영우가 김밥을 먹기 전에 속 재료가 모두 보이도록 눕혀서 정렬하는 특징을 살렸다. <우영우> 드라마 속 세계관 맞춤형 상품이다.

    세븐일레븐이 우영우 김밥을 내놓은 이유는 회사가 지난 10월 <우영우> 제작사 에이스토리의 IP 비즈니스 자회사 AIMC와 지적재산권을 활용한 차별화 상품 개발 및 마케팅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김병철 세븐일레븐 마케팅팀장은 “선풍적 인기를 끈 화제의 드라마 <우영우>와 업무협약을 맺고 다양한 이벤트와 상품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우영우 김밥은 협업의 첫 단추다. 드라마의 시그니처 아이템을 활용한 공간 체험형 마케팅도 기획했다.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 광장에 ‘우영우 체험존’을 설치해 운영하고, 우영우 김밥집을 구현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우영우> 드라마 속 세상을 체험하는 듯한 재미를 줄 수 있도록 드라마 애청자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우영우 김밥집과 같은 외형으로 꾸며졌다”고 설명했다.

    ‘우영우 체험존’에서는 드라마 주인공들의 사진과 일러스트, 명대사, 그리고 하이라이트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 공간과 드라마 속 세트장을 옮긴 듯한 포토존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주인공들이 드라마에서 착용했던 가방이나 헤드셋 등을 비롯해 80여 종의 공식 굿즈도 만날 수 있다.

    CU ‘도구리 컬래버 시리즈’ 200만 개 돌파.
    CU ‘도구리 컬래버 시리즈’ 200만 개 돌파.

    세븐일레븐은 앞서 지난 7월에는 분홍 돼지 <페파피그> 등 글로벌 인기 애니메이션 IP를 다수 보유한 완구 업체 ‘데이비드토이’와도 손을 잡았다. 데이비드토이는 CJ ENM의 자회사로, 페파피그 외에도 옥토넛, 벅스봇, 슈퍼윙스 등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tvN <신서유기> 등 예능 관련 IP를 다수 보유한 완구 제조업체다.

    세븐일레븐은 <페파피그> 캐릭터를 활용해 단독으로 F&B(Food&Beverage) 상품·굿즈를 개발하고자 한다. <페파피그>는 분홍 돼지 ‘페파’와 가족들의 따뜻하고 유쾌한 일상을 그려낸 인기 애니메이션이다. 이 밖에도 데이비드토이가 보유하고 있는 기타 IP를 활용한 제품 개발도 고심 중이다.

    협업의 타깃은 유·아동 고객층 확대다. 차별화된 캐릭터 상품을 선보이며 편의점 캐릭터 성지로서의 입지를 다져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4월부터 서울 지역 7개 점포를 <페파피그>로 꾸미고, 점포 전면을 캐릭터 이미지로 장식하고, 페파의 대형 피규어를 설치해 포토존을 꾸미는 것 등이 예다. 해당 점포에서는 <페파피그> 대표 완구 17종도 10% 할인해 판매했다.

    한편 세븐일레븐이 업계 최초로 출시한 차별화 상품 ‘캐릭터 마이키링’ 3종(포켓몬, 짱구, 산리오)은 지난 8월 기준 누적 판매 200만 개를 돌파하기도 했다. 7월에 업계 최초로 ‘포켓몬 서프라이즈 마이키링’을 출시했고, 앞서 짱구와 산리오 마이키링도 올해 5월부터 판매해왔다. 해당 상품들은 모두 공식 라이선스사(포켓몬코리아, 대원미디어, 산리오코리아)와 계약을 맺은 정품이다.

    CU 드래곤볼 방한용품.
    CU 드래곤볼 방한용품.

    세븐일레븐에서 캔디와 캐릭터 상품이 함께 구성된 ‘토이캔디’ 카테고리의 7월 매출은 마이키링 3종의 판매량 급증 영향에 전년 동기 대비 9배 증가했다. 특히 해당 상품은 편의점 대표 품목으로 인식되는 ‘새우깡’, ‘포카칩’을 모두 제치고 과자 카테고리 판매 1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CU의 ‘도구리 시리즈’, ‘드래곤볼 핫팩’도 대표적인 IP 협업 사례다. CU는 엔씨소프트와 손잡고 ‘도구리’ 캐릭터를 활용한 컬래버 상품을 내놓았는데, 도구리 시리즈는 지난 9월 출시 후 한 달 만에 누적판매량만 200만 개를 돌파했다. 도구리 시리즈는 출시 일주일 만에 30만 개 이상 판매되며 대박 상품의 등장을 알렸다. 이후 둘째 주 43만 개, 셋째 주 59만 개, 넷째 주 68만 개를 기록하며 판매에 가속도가 붙었다.

    협업 한 달 만에 누적판매량 200만 개 돌파한 CU

    전체 판매량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카테고리는 전체의 60%가량을 차지하는 간편식사류였다. CU 관계자는 “간편식사류에는 도구리 캐릭터 스티커가 동봉돼 있는데, 최근의 캐릭터 컬렉팅 트렌드를 타고 4종의 스티커를 수집하는 고객들이 구매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같은 IP 상품의 인기는 단연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가 주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CU에서 판매 중인 도구리 캐릭터 상품 등 연령대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20대 35.5%, 30대 32.8%로 전체 68.3%를 차지할 정도로 MZ세대의 구매가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CU는 롯데홈쇼핑의 ‘벨리곰’과 협업해 ‘꿀슈크림 호빵’, ‘꿀크림치즈 호빵’을 내놨고, 겨울철 수요가 높아지는 핫팩은 <드래곤볼Z> 주인공 손오공이 초사이어인으로 변신하는 만화 속 장면을 모티브로 열을 내는 모습을 발열 콘셉트로 담았다.

    전국 GS25 편의점에 자사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 캐릭터를 이용해 제작한 빵 5종을 출시했다.
    전국 GS25 편의점에 자사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 캐릭터를 이용해 제작한 빵 5종을 출시했다.

    CU가 최근 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유튜브 웹예능 <딩대>와 손잡고 컬래버 상품을 출시한 것도 IP 협업의 일환이다. <딩대>는 EBS의 장수 프로그램인 <딩동댕 유치원>의 대학교 버전으로 20~30대가 관심 갖는 다양한 지식을 다루는 캐릭터 토크쇼다. 코끼리 교수 ‘낄희’와 부엉이 조교 ‘철’이 등장해 재치 있는 입담으로 연애, 인간관계, 라이프 스타일 등을 유쾌하게 풀어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CU는 점포를 방문하는 전체 고객의 65% 이상이 20~30대라는 점과 <딩대>의 주 시청 연령대가 이와 유사하다는 것을 고려해 이번 협업을 기획했다. 정제된 B급 감성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콘텐츠를 활용해 신선한 재미를 불어넣는 전략이다. 컬래버 상품은 가공유와 문구용품으로 출시했다.

    김명수 BGF리테일 MD기획팀장은 “CU는 2030세대의 놀이터를 지향하는 만큼 MZ세대 유머 코드를 겨냥해 활발한 컬래버 상품들을 출시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CU는 편의점 주요 소비층의 관심도가 높은 인기 콘텐츠와 연계한 이색 마케팅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세계 속 편의점 꾸민 GS리테일

    GS25는 이달 게임사 넥슨의 메타버스 플랫폼 ‘메이플스토리 월드’에 GS 테마로 구현한 ‘우리동네 GS’ 가상 월드를 열었다. 넥슨의 인기 게임인 ‘메이플스토리’ 콘셉트로 재탄생한 GS25 편의점과 GS더프레시, 요기요 매장을 만나볼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고객이 배달앱 우딜 서비스를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우친배달게임’을 준비했다. 우리동네 GS 월드에 접속한 이용자는 배달원 ‘우친’이 돼 주문을 받고 상품을 배달하는 과정을 체험해볼 수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 ‘메이플스토리 월드’에 GS 테마로 구현한 ‘우리동네 GS’ 가상 월드를 오픈했다.
    메타버스 플랫폼 ‘메이플스토리 월드’에 GS 테마로 구현한 ‘우리동네 GS’ 가상 월드를 오픈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메이플스토리’ 캐릭터로 디자인한 ‘메이플스토리 빵’ 5종을 출시했다. 이 빵에는 ‘핑크빈’, ‘슬라임’ 등 메이플스토리 캐릭터로 구성된 80종의 스티커가 들어있다. 출시 첫날 초도물량 10만 개가 전부 판매됐고 18일부터는 하루 최대 발주량인 5만 개씩 팔려나갔다. 출시 18일 만에 100만 개가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는 설명이다.

    메이플빵 수집은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진이 팬 커뮤니티 ‘위버스’에 수집 게시물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진은 메이플빵 사진과 함께 “편의점 15군데는 갔다. 뒷사람들을 위해 모두 사오진 않았다. 웡키(캐릭터) 나와라”라는 글을 올렸다.

    4월에는 세계적인 콘텐츠 제작사 워너브라더스와 손잡고 ‘배트맨콜라’와 ‘슈퍼맨사이다’를 출시하기도 했다. 콜라와 사이다는 코카콜라와 칠성사이다 등 유명 브랜드의 점유율이 견고한 시장이지만, MZ세대들이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유명 브랜드 소비 경향이 덜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GS25가 내놓은 콜라와 사이다는 각각 배트맨의 검은색, 슈퍼맨의 파란색 의상 콘셉트로 캔 용기를 디자인했다. 또 10개월여의 개발 기간 수차례의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쳐 내놨다.

    GS25 격투기 선수 ‘코리안 좀비 정찬성’ 컬래버레이션 음료 상품.
    GS25 격투기 선수 ‘코리안 좀비 정찬성’ 컬래버레이션 음료 상품.

    올해 3월에는 격투기 종목의 정찬성 선수를 공식 후원하며 정 선수만의 캐릭터를 살린 ‘코리안좀비 에너지드링크’ 2종을 출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정 선수의 ‘결코 쓰러지지 않는 좀비’의 이미지를 에너지드링크 겉면에 살렸다.

    당시 정 선수는 한국인 최초로 UFC 챔피언에 도전했고, GS25는 정 선수의 도전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을 높이는 게 목표였다. 업계 관계자는 “각국의 유명 격투기 선수들처럼 정 선수 정도의 유명세면 스폰서를 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하지만, 아직 격투기가 폭력적이라는 인식이 많아 대기업에서는 스폰을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GS리테일은 정 선수와 스폰서 계약을 맺고, 정찬성 캠프의 훈련비 일체를 지원했다. GS25 관계자는 “스폰서를 찾기 힘든 격투기 종목에서 유통사가 이례적으로 후원한 사례였다”며 “정 선수의 소속사인 AOMG와 협업해 정찬성 선수 공식 티셔츠 등 경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여는 등 앞으로도 차별화 상품 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홍성용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7호 (2022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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