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엔솔 vs SK온 배터리 수주전쟁, 370조 vs 200조원… 수주잔고 매출로 바꿔라

    입력 : 2022.12.12 15:06:12

  • 국내 배터리 3사의 100조 단위 수주전이 격화되고 있다. 수십년 치 생산분을 쌓아둔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는 전 세계 각지에서 우군을 찾고 신규 생산설비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연기관의 시대가 저물고 전기차의 시대가 오는 가운데, 가장 먼저 동이 트는 곳은 배터리 업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1위는 중국 CATL… 한국은 2, 5, 6위

    시장조사 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 1위는 약 34.8%를 차지한 중국의 CATL이 차지했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이 14.4%로 2위, SK온이 6.5%로 5위, 삼성SDI가 4.9%로 6위에 올랐다. 국내 배터리 3사 점유율을 모두 합하면 25.8%로, CATL 한 기업에도 조금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배터리 3사 점유율 합이 30.4%이고 CATL 점유율이 32.6%였던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격차는 더 벌어졌다.

    CATL은 자국 내에 막대한 물량을 저가로 공급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글로벌 수주전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CATL은 지리자동차, 상하이자동차 등 중국 업체뿐 아니라 테슬라, 폭스바겐에 이어 최근에는 BMW 수주에도 성공했다.

    CATL의 선전은 경계되는 지점이지만 국내 배터리 3사에는 유리한 조건도 있다. 중국을 제외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꼽히는 북미, 특히 미국 지역에서 도입된 ‘인플레 감축법’ 때문이다. 올해 8월 발효된 인플레 감축법(IRA·Inflation Reduction Act)은 다양한 분야의 신재생에너지 지원책을 담고 있는데, 그중 전기차와 관련해서는 중국을 견제하고자 하는 의지가 읽힌다.

    SK온 미국 조지아 배터리 공장.
    SK온 미국 조지아 배터리 공장.

    신규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세액공제를 받기 위한 요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차량을 북미 지역에서 최종 조립해야 한다. 둘째, 배터리 부품의 원산지를 제한했다. 부품이 핵심 광물일 경우 2024년이 도래하기 전까지 40%, 2027년부터는 80% 이상을 미국 또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된 국가를 원산지로 하거나 북미 지역에서 재활용한 광물이어야 하며, 그 외 부품은 2024년이 도래하기 전 50%에서 2029년부터는 100%를 북미 지역에서 제조하거나 조립한 것이어야 한다. 셋째, 우려외국단체를 출처로 하는 부품은 핵심 광물의 경우 2025년부터, 그 외 부품의 경우 2024년부터 세액공제 적용을 금지했다.

    미국이 당장 IRA법으로 중국산 전기차에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면 한국 배터리 3사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 배터리 3사는 미국에서 세액공제(보조금)를 받기 위해 전략적 동맹을 구하는 한편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중국산 배터리 업체들이 주춤한 사이 중국을 제외한 다른 시장에서 인기가 높아지면, 늘어난 매출을 통해 장기 경쟁력을 제고하고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매출·영업이익은 LG-삼성-SK 순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배터리 3사 매출 순위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순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3분기 연결기준 7조6482억원의 매출과 5219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은 전 분기 기록한 5조706억원보다 50.8% 늘어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SK와의 배터리 소송으로 인한 일시적 영업이익 증가를 제외하면 분기 기준 역대 최대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3분기에도 호실적을 거둔 만큼 연간 매출 목표를 상향 발표했다”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연간 매출 목표치를 기존 22조원에서 25조원으로 상향했다. 이미 지난 2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연간 매출 목표를 19조2000억원에서 22조원으로 상향한 바 있는데, 여기서 추가 상향 목표까지 제시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 막대한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배터리 제품 수율 등이 기대보다 잘 나오자 매출 목표를 올린 것 아니겠나”라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밝혔다. 향후 막대한 양의 수주잔고(고객사에 공급하기로 했으나 아직 생산하지 못한 잔고)를 바탕으로 성장세를 가속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설명

    삼성SDI는 전자재료 부문을 제외하고 에너지 및 기타(배터리) 부문만 집계하면 3분기 연결기준 4조8340억원의 매출과 484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 부문 영업이익률은 무려 10%에 달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그간 삼성SDI는 막대한 양의 수주를 벌이기보다는 질적 성장에 집중해왔다”며 “각형 배터리와 원통형 배터리 분야에서 경쟁력을 다져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이번 3분기 들어 SK온은 2조1942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을 내는 데는 실패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부문 영업손실은 1346억원이었다. SK온은 아직까지 분기기준 단 한 번도 영업이익을 내지 못했다. SK온 측은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충해 실적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배터리 3사 수주잔고는

    국내 배터리 3사는 빠르게 커나가는 전기차·전동화 시장을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를 뒷받침할 가장 중요한 지표는 수주잔고다. 수주잔고는 각 사가 고객들에게 공급하기로 약정한 물량이 얼마나 남아있는지를 의미한다. 즉 향후 매출로 연결될 것이 확실한 생산량 또는 금액이 얼마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수주잔고 측면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수주잔고가 370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향후 고객사에 공급하기로 계약한 제품이 370조원어치라는 의미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이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설비를 늘리고 있는데, 이를 통해 발주받은 물량이 수주잔고로 반영됐을 것”이라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말 수주잔고가 260조원으로, 불과 9개월 만에 수주잔고가 110조원어치 늘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수주잔고가 환율 상승으로 인해 상승한 것 아니냐는 문의가 있었지만,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연간 정해진 환율을 적용해 수주잔고를 밝히기 때문에 환율로 인한 변동분 없이 순전히 수주량이 증가한 것”이라고 했다.

    통상 배터리 업계에서는 1테라와트시(1000GWh)를 수주하면 약 130조원어치 배터리를 수주했다고 본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약 2840GWh어치 배터리를 수주했다는 추정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의 수주 규모는 원 단위로만 밝히기 때문에 상세한 내용을 알리기 어렵다”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신설 및 증설에 2조7000억원을 집행한 바 있으며 오창 공장에도 7300억원을 투자해 원통형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신설 및 증설에 2조7000억원을 집행한 바 있으며 오창 공장에도 7300억원을 투자해 원통형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다.

    삼성SDI는 수주잔고를 밝히지 않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수주잔고와 생산능력 현황을 밝히며 적극적으로 미래 경쟁력을 어필하고 있다”며 “반면 삼성SDI는 조용히 내실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수주잔고와 케파를 모두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SDI가 글로벌 자동차 기업 등과 협업을 통해 생산능력 증대를 꾀하고 있는 분위기로, 이에 따라 수주잔고도 상당 폭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온은 LG에너지솔루션과 달리 수주잔고를 배터리 용량(GWh)으로 발표하고 있다. SK온의 수주잔고는 올 중반 기준 1600GWh로 알려져 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200조원가량으로 추정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SK온은 지난해 2월까지 수주잔고가 130조원이라는 입장을 폈으나 이후부터 금액 기준 수주잔고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했다. SK온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1000GWh 수준에서 올 상반기 말 1600GWh까지 증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SK온도 해외 주요 고객사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어 수주량이 급증했을 것”이라고 했다.

    경쟁사인 글로벌 1위 배터리 기업 CATL은 올 상반기까지 1153GWh의 수주잔고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CATL이 중국산 전기차를 중심으로 공급을 확충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국내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북미 완성차 업계로도 공급을 확대하고 있어 향후 매출 증대가 기대된다”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나 포드, 삼성SDI는 BMW,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등과, SK온은 포드, 현대·기아차, 폭스바겐, 다임러 등과 협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설비투자 경쟁 치열

    국내 배터리 3사들은 국내외 완성차 기업, 양극재 등 소재 기업과 협력해 설비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오창공장에 7300억원을 투자해 원통형 배터리 생산 라인을 증설하는 한편, 2025년에는 400GWh까지 생산 능력을 확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5월 미국 인디애나주 코코모에서 열린 삼성SDI와 스텔란티스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 체결식에서 타일러 무어 코코모 시장(왼쪽)이 연설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5월 미국 인디애나주 코코모에서 열린 삼성SDI와 스텔란티스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 체결식에서 타일러 무어 코코모 시장(왼쪽)이 연설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SK온은 수주잔고를 매출로 전환하기 위해 막대한 설비 투자를 진행해왔다. SK온은 올해 말께 생산능력을 77GWh까지 끌어올리고, 2025년까지 생산능력을 220GWh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2030년에는 글로벌 배터리 선두주자로 발돋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SK온은 매년 4조~5조원의 투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은 자금 확보 능력이다. 이 부분에서 SK온보다는 LG에너지솔루션이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초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면서, 이를 통해 10조2000억원의 실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8조8000억원을 설비 증설에 투입할 계획으로, 각각 미국에 5조6000억원, 유럽에 1조4000억원, 중국에 1조2000억원을 투입할 전망이다.

    반면 SK온은 IPO 타이밍을 놓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초 SK온은 기업가치를 35조원가량으로 추산하고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프리 IPO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프리 IPO는 본격적인 기업공개에 앞서 투자를 모색하는 것으로, 기업공개의 부담은 줄이면서 자금은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당초 계획과 달리, 주요국 경기가 둔화되고 기준금리 인상 등 자금 조달의 부담이 커짐에 따라 SK온은 평가 가치가 22조원가량으로 하락했으며, 이 영향으로 프리IPO를 통해 조달하려던 자금 규모도 4조원가량에서 2조원가량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 막대한 생산 능력을 자랑하며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SK온은 아직 분기 적자 탈출에 성공하지 못했다”며 “향후 안정적인 자금 조달이 가능한지가 SK온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온의 단기 차입금은 지난해 말 5000억원가량이었으나 올 3분기 5조2718억원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송민근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7호 (2022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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