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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슈퍼앱 꿈꾸는 韓 웹툰, 비밀병기는 유료결제 이용자
입력 : 2022.10.31 17:2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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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웹툰’이 만화 강국 일본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일본의 소비자 동향 조사업체인 MMD연구소가 웹툰을 읽은 적이 있는 사용자를 상대로 올해 6월 실시한 조사에서 ‘라인망가’(만화)가 이용률 41.9%로 1위를 차지했고 ‘픽코마’가 37.3%를 기록했다. 두 회사가 80%에 육박하는 점유율로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라인망가는 네이버의 일본 내 계열사인 라인디지털프론티어가 서비스하고 있고 픽코마는 카카오의 일본 자회사인 카카오픽코마가 출시한 앱을 말한다. 모바일 시장 조사 업체 데이터에이아이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일본에서 가장 많은 소비자 지출이 발생한 애플리케이션(앱) 1, 2위를 카카오픽코마의 ‘픽코마’와 네이버웹툰 계열사의 ‘라인망가’가 각각 차지했다.
사실 웹툰과 만화는 다르다. 웹툰은 모바일 스크롤에 최적화된 50~60컷의 디지털 만화를 의미한다. 이미지와 사운드 텍스트를 동시에 활용해 기존 만화보다 짧고 굵은 재미를 추구한다. 빠른 생산과 유통에 최적화된 포맷이라는 분석이다. 통상적으로 주 1편씩 연재되는데, 무료로 일부 회차를 보여준 후 유료로 다음 회차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수익화가 이뤄진다. 콘텐츠에 궁금증 유발 장치를 둬 독자 이탈률이 낮고 댓글을 통한 공유와 소통이 가능한 것도 특징이다.
전 세계적으로 웹툰 생태계를 확장하고 지식재산권(IP) 밸류체인을 조성하는 ‘성장전략’이 그동안의 전략이었다. 네이버는 최근 이같은 전략에 변화를 주고 있다. 글로벌 이용자 수가 1억 명에 육박하는 등 충분한 규모를 확보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일본과 북미 등 해외 이용자 규모가 국내 이용자의 4배에 달하지만 이들 시장에서의 유료 이용자 비중은 국내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수익모델 전환과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네이버웹툰의 전 세계 월간활성사용자수(MAU·2분기 기준)는 8560만 명에 달한다. MAU는 플랫폼 가치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로 인터넷 기반 서비스를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지를 파악하는 데 널리 쓰인다. 그동안 네이버웹툰은 그간 MAU 확대를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웹툰 이용자와 창작자를 늘려 웹툰 생태계와 IP 밸류체인을 조성하는 데 주력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이용자 수가 1억 명에 달하는 서비스의 경우 수익화를 위한 충분한 ‘규모의 경제’를 확보했다고 평가한다. 네이버웹툰의 경우 전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사용자·매출 규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웹툰의 ‘본산지’로 이미 시장이 성숙화된 한국과 달리 일본, 미국, 유럽 등은 초기 단계로 글로벌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의 경우 유료 결제 이용자 비율이 26%에 달하지만 글로벌 시장 전체로 봤을 때는 10%에 불과하다. 일례로 네이버웹툰의 미국 MAU는 1500만 명에 달하는데, 미국 이용자의 80%가 24세 이하의 Z세대로 구성돼 있다. 이들의 구매력이 점차 커지면서 미국 시장에서 PU와 ARPPU 모든 자연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전 세계에서 ARPPU가 가장 높은 시장이다. 웹툰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통 큰’ 소비자가 가장 많다는 뜻이다. 네이버가 일본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라인망가와 이북재팬이 ARPPU(2분기 기준)는 각각 3만5000원, 4만8000원으로 한국(9000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네이버가 2000억원을 넘게 들여 일본 전자책 업체 이북이니셔티브재팬을 인수한 배경에는 이북재팬의 높은 ARPPU가 한몫했다는 후문이다.
네이버웹툰은 최근 라인망가와 이북재팬의 사업 확장을 위해 최근 공동 시너지 태스크포스(TF)를 설립했다. 라인망가와 이북재팬의 시너지를 통해 일본에서 인기 디지털 만화 플랫폼으로서 지위를 구축하기 위한 행보다. 모바일 앱(app) 중심의 라인망가와 웹(web) 중심의 이북재팬을 통해 앱과 웹 시장을 모두 장악해 콘텐츠 유통을 확대하고 수익성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네이버웹툰은 글로벌에서 경쟁력을 확대하고 ‘큐레이션’ 기능을 강화해 이용자 편의성을 높인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네이버 라인 웹툰 미국 뉴욕 전광판 광고.
카카오픽코마는 올해 일본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성장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구상이다. 일본 픽코마 모바일 앱에는 ‘채널’ 탭을 도입했다. 픽코마에 작품을 제공하는 만화출판사 소속 레이블이 발행하는 출판 만화 작품을 픽코마 플랫폼에 직접 게재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공간이다.
픽코마는 2016년 4월 출시 이후 25분기 연속 성장세를 기록하는 등 외형을 키워왔다. 이에 따라 지난 2분기 월간 열람 이용자 수는 950만 명을 넘어섰고, 월간 거래액도 사상 최고치인 80억엔을 초과 달성했다. 픽코마 역시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을 동시에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 픽코마가 25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일본과 프랑스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면서 글로벌 만화 플랫폼으로 몸값을 높이고 있다.
▶K웹툰 수익화… ‘슈퍼플랫폼’ 전철 밟아 네이버웹툰은 2012년 업계 최초로 ‘미리보기’ 유료 서비스를 도입했다. 유료 회차를 기다려서 웹툰을 무료로 보거나, 결제를 통해 미리 볼 수 있는 모델을 한국에 적용한 것이다. 지난 2019년 약 6000억원이었던 글로벌 전체 거래액이 2021년 1조원을 돌파한 데는 한국 시장의 역할이 가장 컸다.
무엇보다 콘텐츠 유료화를 정착시켜 작품 수익이 창작자에게 돌아가고 다시 양질의 콘텐츠가 생산돼 유통되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된 것이 웹툰 시장 성장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점진적으로 수익성을 강화하는 방향을 통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웹툰 작품과 팬들이 모이는 유일무이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선두 음원 스트리밍 업체인 스포티파이의 경우 처음엔 무료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 수를 모았다. 이후 무료 구독자를 프리미엄 멤버십 구독자로 전환시키는 방식을 음원 스트리밍에 처음 적용해 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스포티파이 프리미엄 구독자 수는 2015년 전체 이용자 중 29%에서 2021년 45%까지 늘었다. 현재 스포티파이 매출의 약 90%는 구독 수입에서 나온다.
[황순민 매일경제 디지털테크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6호 (2022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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