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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인공지능(AI) 경쟁력 분석해보니… 한국 14위, 美·英이 1, 2위… 세계 각국 인재 모시기 경쟁
입력 : 2021.03.09 14: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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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시대’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미래다. AI는 지금까지 인류가 활용해온 그 어떤 기술보다 ‘파괴적 혁신’과 ‘승자독식 구조’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사람들의 일상생활까지 송두리째 바꿀 원천 기술이다. AI가 2030년까지 전 세계 GDP에 기여하는 규모가 13조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매킨지 글로벌 연구소)도 나온다. 세계 각국 정상이 직접 나서 AI 연구와 생태계 조성에 공을 들이며 이 분야를 선점하려는 이유다.
게다가 AI의 파급효과는 해가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전망이다. 매킨지 글로벌 연구소에 따르면 향후 국가의 인공지능 활용 역량에 따라 국가 경쟁력에 큰 차이가 난다. 2025년 스웨덴과 잠비아의 GDP 차이는 3pp지만, 2030년에는 무려 19pp까지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이쯤 되면 AI 경쟁력에 국가의 명운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AI 경쟁력은 어느 수준일까? 국가별 AI 전체 경쟁력을 판단할 수 있는 통합 지표는 아직 없다. 무엇을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업계와 학계에서는 한국의 AI 경쟁력을 세계 9~14위로 보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아직 본격적인 AI 시대가 열리지 않았기 때문에 이 정도면 충분히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부와 기업, 학계 등에서 꾸준히 AI 경쟁력을 키우고 있어 전망이 밝다는 평가도 있다. 대한민국 AI 국가경쟁력의 현주소를 분석해본다.
한국은 14위였다. 연구 수로만 따지면 한국은 6940건으로 91개 국가 중 9위를 차지했다. 양적 지표로는 TOP 10 안에 들었지만 질적인 지표에서 밀리면서 14위로 떨어졌다. 이 결과는 2016~2019년 총 4년간 91개 국가가 수행한 AI 관련 연구를 분석한 것이다. 보고서는 AI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며, 한국은 질적 성과를 강화하면 상위 10위 내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국가가 한정된 자원을 쓸 때 IT에 골고루 쓰는 국가가 있고 예를 들면 사우디아라비아처럼 AI와 SW에 집중하는 국가가 있다. 둘 중 어느 나라의 AI 경쟁력이 높아지겠는가”라며 “한국이 10위권에 진입하려면 특히 질적인 부분에 집중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0년 한국의 AI 연구 지수 순위는 올라갔을까? 이 팀장은 “전체 데이터를 다 보지는 않았지만 작년 한국 순위가 올랐을 것으로 본다. ICML 등 톱저널에 카이스트 논문이 많이 실리는 등 질적 향상이 눈에 보인다. 기존 순위에 비해 질적 지표는 개선되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승현준 사장이 CES 2021 삼성 프레스콘퍼런스에서 ‘삼성봇™ 케어’, ‘제트봇 AI’, ‘삼성봇™ 핸디’를 소개하고 있다.
2020년 평가에서는 거버넌스, 기술, 데이터·인프라 등 3개 지표를 기준으로 삼았다. 100점 만점에 미국이 85.479점으로 1위를 차지했고 영국과 핀란드, 독일, 스웨덴, 싱가포르가 뒤를 이었다. 한국이 7위였고 덴마크, 네덜란드, 노르웨이가 10위권 안에 들었다. 작년 10위권에 올랐던 프랑스, 캐나다, 일본, 태국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옥스퍼드 인사이츠는 1위를 차지한 미국이 민간 혁신과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 확대, AI 채택을 유인하는 AI 이니셔티브, 세계적인 공과대학·인재 등을 기반으로 글로벌 AI 시장을 주도한다고 평가했다. 2위 영국은 정부 차원의 AI·데이터 종합 전략, 공공 오픈 데이터 가용성, 우수 연구기관,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커리큘럼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1위였던 싱가포르는 올해 6위로 하락했지만, 디지털 수용력과 적응성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
영국 데이터분석 기업 토터스미디어가 지난해 2월 발표한 ‘글로벌 AI 지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 조사대상 54개국 중 8위였다. 제품 혁신 등 개발 부문(3위)에서 높게 평가받았지만 인재 수급(28위), 개발환경(30위), 정부 전략(31위) 및 스타트업 현황(25위) 등은 상위 10개국 평균보다 떨어졌다. 우리가 AI 응용 및 적용 면에서는 뛰어나지만, AI 원천 기술 연구 수준은 부족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500개 대학을 국적별로 분류해 보면, 중국이 101개(20.2%), 미국 61개(12.2%), 인도 45개(9.0%), 영국 29개(5.8%), 일본 25개(5.0%), 프랑스 21개(4.2%)였다. 지표의 양과 질을 모두 고려하여 연구 지수를 측정한 결과, 500개 대학의 연구 지수 평균은 46.01점이었다. UC버클리가 1위(92.93점), MIT가 2위(87.97점), 스탠퍼드가 3위(85.85점)로 1~3위를 미국이 휩쓸었다. 미국은 7위에 오른 카네기멜론대(81.46)까지 모두 4곳을 TOP 10에 올렸다. 4위는 스위스 취리히 공대(84.77점), 5위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킹압둘아지즈대학(84.64점)이었다. 싱가포르 국립대와 영국 캠브리지, 중국과학원, 호주 시드니공대가 10위권에 들었다.
국가 인공지능 연구 지수와 마찬가지로 상위 그룹과 평균 그룹의 점수 격차가 크다는 점이 눈에 띈다. 상위 100개 대학의 평균은 67.26점이었고, 중국·미국·영국 대학 등의 비중이 높았다. 특히 상위 10개 대학 중에서 4곳이 미국 대학으로 나타나는 등 미국이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 국내 대학들은 이번 연구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학계에서는 국내 상위 대학들이 글로벌 100위권 진입을 눈앞에 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팀장은 “카이스트나 고려대, 서울대 등은 글로벌 100위권 진입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양으로만 따지면 이미 100위권 안에 든 곳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금은 미국과 중국이 이끌고 있지만 향후 중국과 영국, 호주 대학들이 상위권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상위 100위 내 대학이 39개, 영국과 호주가 각 6개 등으로 상위 10위권 진입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스위스 대학들은 숫자는 적지만 강한 인공지능 연구 역량을 보유하고 있었다. 스위스는 연구 수 기준 500대 대학으로 3개가 선정되었으며, 세 곳 모두 상위 100대 대학에 포함되어 있고 그중 1개는 TOP 10에 상위 10개 대학으로 선정됐다.
SK텔레콤, 삼성전자, 카카오는 미래 AI기술 개발, 사회적 난제 해결을 위한 AI 활용 방안 연구, AI기술 저변 확대를 공동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AI 국가 경쟁력은 ‘인재’가 좌우… 톱티어 인재 모시기 전쟁 AI 국가 경쟁력은 결국 ‘인재’가 좌우한다. 거의 모든 분야에 AI가 접목되면서, 전 세계 기업은 인재난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 각국이 AI 인재 모시기에 혈안이 되면서 우수 인재 유치는 말 그대로 ‘전쟁’이 됐다.
우수 인재를 모셔오기 어렵자 전 세계 기업들이 앞다퉈 자체적으로 AI 인재 육성에 나서고 있지만 부족한 인력난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국제무역연구원과 IITP에 따르면 세계 AI 인력은 2017년 말 기준 20만4575명이다. 미국이 2만8536명(13.9%)으로 가장 많은 인재를 확보했고, 중국이 1만8232명(8.9%)로 2위다. 한국은 2664명으로 조사대상 15개국 중 가장 적었다.
지난 2~9일 세계 최고 수준의 AI 학회로 평가받는 ‘전미인공지능학회(AAAI 2021)’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우리나라에서도 네이버, 카카오, LG AI 연구원 등 국내 대표 기업을 비롯해 카이스트, 서울대학교 등이 참여했다. AAAI 2021에 투고된 논문 수는 총 9034편이었고, 이 중 21%인 1692편이 채택됐다.
네이버 랩스는 ‘2020 글로벌 기계기술 포럼’에서 로봇팔 앰비덱스(AMBIDEX)의 태스크러닝 프로젝트와 새로운 딜리버리 로봇 어라운드D(AROUND D)를 공개했다.
요즘 핫한 머신러닝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ICML 논문 수로 보면 작년 기준 한국 AI 핵심기술 경쟁력은 세계 11위(총 28편)다. 또 다른 최고 권위 학회인 뉴립스(NeurIPS)에도 작년 기준 카이스트가 총 31편의 논문을 발표하면서 세계 12위로 이름을 올렸다.
이 팀장은 “우리 대학들이 열심히 AI 연구를 하고 있지만 ‘열심히 하니까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 거야’ ‘우리는 컴퓨터 사이언스 역량이 좋으니까 AI도 잘할 거야’라는 오류에 빠질 수 있다”면서 “존스홉킨스대학이 컴퓨터 사이언스 역량은 높지 않지만 핵심 경쟁력인 의료에 AI를 접목해 인공지능 연구 지수를 높인 것처럼, 우리 대학들도 본인들이 잘하는 특장점을 살려 거기에 AI 붙이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찬옥 매일경제 디지털테크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6호 (2021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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