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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시대 각광받는 첨단 전장산업, 삼성·LG가 미래 먹거리로 공들이는 車 부품
입력 : 2020.08.28 11: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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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삼성은 차세대 스마트카 시대에 대비해 차량용 반도체, 이미지센서, 디스플레이, 오디오 등 전장부품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사실상 경영을 총괄한 직후인 2015년 전장사업팀을 조직하고 이듬해 글로벌 전장업체 하만을 80억달러(약 9조216억원)에 인수하는 빅딜을 주도하는 등 시장 선점을 위해 기민한 움직임을 보여 왔다. 자율주행에 핵심적인 5G·6G 등 차세대 통신기술과 인공지능(AI) 등 소프트웨어 역량과 관련 분야 핵심 인력 확보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전장사업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다른 계열사에서도 전방위적으로 육성되고 있다. 하만은 인포테인먼트, 삼성SDI는 배터리, 삼성전기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카메라 모듈을 맡고 있다.특히 이 부회장은 최근 삼성종합기술원, 삼성SDI, 삼성전기를 잇달아 방문해 자동차 배터리, 전장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등 자동차 전장부품과 관련한 현장 행보를 이어가면서 핵심 미래 먹거리인 전장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하만이 보유한 전장사업 노하우와 방대한 고객 네트워크에 삼성의 IT와 모바일 기술, 부품사업 역량을 결합해 커넥티드카용 전장시장에서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삼성전자는 2022년께부터 전장부문 매출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양사는 2018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공동 개발한 디지털 콕핏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디지털 콕핏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안전성 등 운전자에게 최적의 운전 환경을 제공하는 디지털 전장 부품으로 자율주행·전기차 시대를 맞아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하만은 디지털 콕핏 부문의 1분기 매출액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시장조사업체 리포트링커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용 디지털 콕핏 시장은 2018년 139억달러(약 17조1300억원)에서 2025년 323억달러(약 39조8200억원)로 연평균 약 12.8%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390대였던 하만의 디지털 콕핏 생산량은 2019년 646만 대로 65.6% 급증했다. 삼성전자와 하만이 공동 개발한 5세대(5G) 이동통신 차량용 통신장비(TCU)는 2021년 양산되는 BMW의 전기차 ‘아이넥스트(iNEXT)’에 탑재된다. 5G TCU가 실제 차량에 적용되는 첫 사례이자 삼성전자와 하만이 공동 개발한 제품의 첫 수주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전장업계 선도 기업으로 오래전부터 탄탄한 입지를 구축해온 하만의 노하우에 역시 업계 최고 수준인 삼성전자의 디지털 기술이 더해지면서 거래처 확대가 쉽지 않은 자동차 업계에서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차량용 반도체는 스마트기기에 탑재되는 제품보다 사용 환경과 수명 측면에서 더 높은 품질 수준이 요구되는데, 삼성전자는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을 기반으로 자동차용 반도체의 제품 신뢰성을 고객사 요구 수준에 최적화한다는 전략을 세워놨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구 IHS마킷)에 따르면 2018년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418억달러(약 49조7000억원)이며 2024년에는 656억달러로 6년간 57%나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이미 차량용 반도체사업 확대에 본격 착수한 만큼 현대차와의 협력이 확대될 가능성도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2018년 차량용 반도체 브랜드인 ‘엑시노스 오토’를 출시하고, 지난해 아우디에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용 고성능·저전력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 V9’을 공급하는 등 실적을 쌓고 있다. 현대·기아차도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삼성전자의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를 일부 장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기는 MLCC 시장에서 일본 무라타에 이어 글로벌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전장용 MLCC 시장은 무라타와 TDK 등 일본 업체들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전기제품에 이어 전장용 MLCC 시장에서도 글로벌 ‘톱2’에 올라서겠다는 게 회사가 내부적으로 세워놓은 목표다. 전체 매출에서 전장용 MLCC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4년까지 3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삼성전기는 2016년 전장용 MLCC의 첫 양산에 돌입해 유럽·중국 등 주요 자동차업체와 거래하며 점유율을 점차 늘려 나가고 있다. 삼성전기가 부산사업장에 조성해 작년부터 가동에 들어간 5공장도 전장 전용으로 운영되고 있다.
삼성전기는 부산사업장에 전장용 MLCC 전용 신원료동을 짓고 있고, 중국 톈진에 전장용 MLCC 생산공장도 내년 양산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부산사업장을 신기종 개발, 원재료 혁신을 위한 재료 중심 단지로 육성하고, 중국 톈진공장을 전장제품 주력 양산기지로 운영할 계획이다.
삼성전기 2분기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천진 공장 가동 시점과 관련해 “하반기 내 마무리 공사 및 설비 셋업 등을 진행해 공장 가동을 위한 모든 준비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IT와 산업용 MLCC라도 추가 수요가 있으면 하반기 중 공장 가동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일단 시장 수요가 있는 제품을 우선 생산하면서 수율을 높이고 향후 전장 수요가 회복됐을 때 천진 신규라인을 통해 증설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신원료동과 톈진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삼성전기의 전장용 MLCC 생산능력이 대폭 확대되면서 일본 업체들을 따라잡을 수 있는 강력한 추진력을 얻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술난이도가 높은 파워트레인용까지 개발에 성공하며 삼성전기는 자동차용 MLCC 전체 라인업을 구성하면서 ‘출격준비’를 마쳤다는 평가다.
ZKW 직원이 차세대 헤드램프 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다.
LG전자는 2018년 ZKW를 인수하면서 ‘자동차 전장사업 성장’ 프로젝트에 속도를 높여왔는데 고성장이 예상되는 차량용 램프사업을 통합함으로써 성과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장동력으로 밀고 있는 VS사업본부가 ‘캐시카우’로 도약하면 가전사업에 이어 LG전자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LG전자로부터 차량용 램프사업을 모두 넘겨받은 ZKW는 아시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LG전자가 전장 관련 사업에서 성장에 중점을 맞춰왔다면 이제는 수익성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서서히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인수합병(M&A) 등 적극적인 투자로 차세대 기술 선점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황순민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0호 (2020년 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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