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유망 빅데이터 강소기업 24

    입력 : 2020.02.03 13:58:48

  • 데이터 기업으로 성공하고 싶다면? 모으고, 개인화하고, 틈새를 찾아라.

    ‘데이터 경제’를 천명한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았던 데이터 3법이 지난달 9일 국회 문턱을 넘었다. 무려 1년 2개월 만이다. 데이터 3법이란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일컫는 것으로, 이 법들은 빨리 개정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일명 ‘개망신법’으로 불렸다. 데이터 3법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만든 ‘가명정보’를 활용할 길이 열렸고 ICT는 물론 핀테크, 바이오, 디지털 헬스케어, 미디어콘텐츠, 유통물류, 에듀테크 등 다양한 분야의 신규 서비스 출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 정도 규제완화로는 변죽만 울리고 말 것이라는 ‘회의론’도 나온다. 모든 기업이 자신들이 보유한 데이터로 돈을 벌고 싶어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 등을 우려해 망설이고 있기 때문이다. 매경럭스멘은 데이터 경제의 성공비결을 엿보기 위해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K-DATA)과 함께 깐깐한 규제환경 속에서도 데이터로 돈을 벌고 있는 ‘대한민국 빅데이터 강소기업’을 뽑았다. 지난 2014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K-DATA가 지원하는 ‘K-GLOBAL DB-스타즈(DB-Stars) 기업’ 중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한 회사들을 분야별로 세 곳씩 추렸다. 이 기업들은 한국투자파트너스, KB인베스트먼트, 알토스벤처스, IMM인베스트먼트 등 국내 대표 벤처캐피털과 투자사들로부터 많게는 수백억원을 유치한 ‘예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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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테크 베스트 3

    핀테크는 이번 데이터 3법 통과로 가장 활성화될 산업으로 꼽힌다. 경쟁이 치열했던 핀테크 분야 우수 기업으로는 레이니스트와 핀다, 딥서치 세 곳이 꼽혔다. 레이니스트가 만든 ‘뱅크샐러드’는 은행과 보험, 카드사 등 개별 금융기관에 흩어져있는 개인 금융데이터를 한곳에 모아 보여주면서 지출과 자산을 계획할 수 있는 자산관리 서비스다. 720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고 작년 중소벤처기업부 기술보증기금이 선정한 ‘예비 유니콘’으로 이름을 올렸다. 뱅크샐러드 앱은 누적 다운로드 500만 건을 기록했으며, 고객이 연동한 관리자산은 150조원에 달한다. 한 달간 서비스를 이용한 순수 사용자(Monthly Active Users·MAU)가 150만 명을 돌파했다.

    핀다는 국내 최대 규모 금융상품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 금융상품’을 추천해주는 금융정보 플랫폼이다. KB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 등 6개사와 사업제휴를 맺었고, 작년 과기정통부와 ICT대연합이 주최한 대한민국 정보방송통신(ICT) 대상에서 신성장분야 대상(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학자금 대출, 카드론 등 다양한 상품을 이용 중인 다중채무자를 위한 대출통합관리 서비스, 연말정산 쥐어짜는 ‘꿀팁’ 계산기 등 금융소비자 편의를 높인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딥서치는 기업(상장·비상장사)의 가격과 거래량, 공시, 재무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통합 제공하는 서비스로, 작년부터 두나무·삼성증권 등과 제휴해 ‘비상장 주식 통합거래 플랫폼’을 공동개발 중이다.

    다양한 조건을 입력해 원하는 범위의 기업을 찾아주는 것이 특징이다. 약 20억 건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한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딥서치는 삼성전자 모바일 크리에이티브 스퀘어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음성인식 비서 ‘빅스비’의 금융 질의응답 시스템을 공동개발하기도 했다.

    뱅크샐러드
    뱅크샐러드
    ▶스마트미디어 베스트3

    5G 시대를 맞아 급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스마트미디어’ 분야에는 마이쿤과 왓챠플레이, 데이블이 추천됐다. 마이쿤은 ‘스푼라디오’라는 개인 오디오 실시간 방송 플랫폼으로 글로벌 시장까지 진출한 회사다. 누구나 라디오 보이스 BJ가 될 수 있는 서비스로 ‘오디오계 유튜브’를 꿈꾸고 있다. 미국과 일본, 인도네시아, 베트남, 사우디, UAE,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등 해외 9개국에 진출했으며 작년 매출은 약 460억원(예상치)으로 2018년 대비 100% 성장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알토스벤처스와 KB인베스트먼트 등 VC들이 발전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665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왓챠는 알고리즘으로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영화를 추천해주고 직접 볼 수도 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ver the Top·OTT) ‘왓챠플레이’를 만든 회사다. 작년 중소벤처기업부와 기술보증기금이 선정하는 ‘예비 유니콘’이 됐으며 570만 명의 가입자(2019년 기준)를 확보하고 있다. 동영상 콘텐츠 리뷰와 평점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왓챠)로 시작해 현재 6만 편 이상의 영화와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확보하고 있다. 5억 개에 달하는 리뷰와 평점을 활용해 이용자 성향을 분석한다. 지난해 영어권 국가와 일본에 진출했으며,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데이블은 독자 성별, 연령, 행동패턴 등을 자동분석해 독자 개인별 맞춤콘텐츠를 추천하는 ‘개인화 뉴스 서비스(데이블 뉴스)’를 제공한다. 우리나라 MBC를 비롯해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 주요 미디어 1800개사와 제휴를 맺고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추천기사 형태로 만든 네이티브 애드(웹사이트 콘텐츠 형식의 광고) 시장도 공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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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듀테크 베스트 3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에듀테크 분야 유망기업은 뤼이드와 매스프레소, 알고리즘랩스다. 뤼이드는 ‘산타토익’이라는 AI 튜터 앱으로 유명한 회사다. IMM인베스트먼트 등에서 337억원 이상을 유치할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레이니스트, 왓챠와 함께 작년 ‘예비 유니콘’으로 선정됐고 2020년 1월 기준 누적이용자 111만 명을 확보했다. 많은 토익 준비생들이 몇 점 이상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빠른 시간 안에 해당 점수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콘셉트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 회사는 작년 12월 국내 스타트업으로는 유일하게 미국에서 열린 ‘AI 서밋’에 참석해 AI 연구 방향을 발표하기도 했다.

    매스프레소는 ‘콴다’라는 딥러닝 교육 플랫폼을 개발했다. 수학문제를 풀다가 스마트폰으로 문제를 촬영하면 600만 건의 문제풀이 데이터에서 5초 만에 관련 풀이를 찾아서 알려준다. 초기에는 명문대 재학생들이 직접 학생이 질문한 문제를 풀어주는 방식이었지만, 데이터가 누적되면서 자동으로 풀이를 보여준다. DB에 없는 문제는 ‘콴다쌤’이라고 불리는 명문대 과외교사가 직접 풀이해준다. 누적이용자 350만 명, 누적 이용건수 2억 건(작년 7월 기준)을 돌파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일본, 베트남, 싱가포르 앱스토어에서 교육부문 1위에 올랐고, SK텔레콤과 손잡고 교육격차 해소에도 앞장서고 있다.

    SW와 코딩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알고리즘랩스가 개발한 ‘Algorithm LABS’도 눈길을 끈다. 다른 SW 교육 프로그램이 게임형태 도구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방식인 데 비해, 알고리즘랩스는 초중고 입문자부터 취업과정, AI 전문가 양성과정까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개인의 이해능력과 목적을 파악해 문제 상황을 제시하고 알고리즘으로 해결하는 과정을 관찰해 본질적인 역량을 기르고 경쟁력 있는 SW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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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헬스케어 베스트3

    지난 2018년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상장한 네오펙트는 뇌졸중 등 신경계·근골격계 질환 환자의 재활을 돕는 스마트 기기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로 유명한 회사다. 2017년과 2018년 세계최대 가전전시회 CES에서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 라파엘 스마트 페그보드로 연이어 혁신상을 수상했고, 올해 CES에서도 하지 재활 훈련기기 ‘스마트 밸런스’로 혁신상을 받으며 3관왕에 올랐다. 간단한 게임을 즐기며 재활훈련을 할 수 있는 혁신적인 솔루션으로 CNN 등 글로벌 미디어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진단조차 하기 힘든 희귀질환을 유전자 검사 한 번으로 찾아준다는 스타트업도 있다. 쓰리빌리언은 AI 기술로 약 7800여 종의 희귀질환을 진단해주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기존에 5년 이상 걸리던 진단 기간을 20~40시간으로 줄였고, 미국 대학병원을 기준으로 1000만원이 넘던 진단비용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최종 진단은 물론 의사가 내리지만, 유전자를 읽고 해석하는 과정과 증상을 보고 질병을 판단하는 모든 과정에 AI가 활용된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도 상장되어 있는 코인(HUM)을 발행한 휴먼스케이프는 개인 건강데이터를 신약개발과 임상시험 등에 활용하는 블록체인 커뮤니티 앱 ‘모아(MOAAH)’를 운영하고 있다. 내 건강 데이터를 블록체인으로 수집해 제약사, 연구기관 등에 제공하고 HUM 토큰으로 보상하는 방식이다. 환자는 데이터를 제공한 보상을 받고, 희귀난치질환 치료법 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 이 회사는 GC녹십자지놈, 싸이퍼롬, 서울대 의대 정보의학실 등과 협력해 희귀질환자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했고, 서울성모병원 스마트병원과 암환자 데이터를 연구하고 있다.

    네오펙트의 스마트 글러브
    네오펙트의 스마트 글러브
    ▶스마트시티 베스트3

    스마트시티 분야 유망기업은 서울로보틱스와 딥핑소스, 어반 베이스다. ‘AI Labeler’를 서비스하는 서울로보틱스는 실시간 라이다 인식 솔루션을 활용한 인공지능 기반 라벨러를 개발했고, 3D 라이다 인공지능 엔진인 ‘SENSR’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라이다란 레이저를 발사한 후 반사되는 레이저를 감지기를 통해 받아들여 정보를 읽는 시스템으로,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없어서는 안 될 기술로 꼽힌다. ‘Nachos’를 서비스하는 딥핑소스는 데이터를 비식별화하고 유출 보호장치를 기반으로 한 AI 및 머신러닝용 데이터 플랫폼을 개발한 회사다. AI 개발에는 데이터가 필수인데, 개인식별 정보를 없애면서 AI가 필요로 하는 특징정보는 남겨놓는 기술력을 자랑한다.

    어반베이스는 AR로 공간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업이다. 2D 건축도면을 몇 초 만에 3D로 자동변환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건축가들을 위한 AR 프레젠테이션 툴과 온라인으로 가구를 구매하는 일반 소비자들을 위한 솔루션 등을 내놓았다.

    네오펙트의 스마트 보드
    네오펙트의 스마트 보드
    ▶유통 및 물류 베스트3

    유통과 물류는 가장 빠르게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접목되는 분야다. 그만큼 스타트업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K-DATA는 비주얼과 엑스바엑스, 디파인드를 추천했다. 비주얼은 고가의 보석을 온라인으로 팔겠다고 나선 회사다. 이미지 딥러닝 기술로 개별소비자에게 주얼리를 추천하는 O2O 플랫폼 ‘AMONZ’를 서비스한다. 온라인으로 선뜻 구매하기 망설여지는 보석 구매 시 온라인으로 견적을 내고 오프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엑스바엑스(X_X)는 AI를 활용해 식자재 공급망을 자동설계하는 시스템과 유통서비스 ‘오더 플러스’를 개발했다. 작년 식료품 주문 실시간 자동견적 시스템 적용버전을 오픈했다. 디파인드는 신발 사이즈를 스마트하게 측정해 사이즈를 매칭하고 상품을 추천해주는 ‘슈픽’으로 사업을 꾸리고 있다.

    디파인드 ‘슈픽’
    디파인드 ‘슈픽’
    기타 유망기업 베스트6

    DB-스타즈 가운데 30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한 유망기업 6곳도 이름을 올렸다. 웨딩 시장에 지능형 고객관계관리 서비스(웨딩북)를 도입한 하우투메리와 개인 데이터를 분석해 변호사와 법률상담을 추천해주는 ‘로톡’을 서비스하는 로앤컴퍼니는 각각 156억원과 147억원 이상을 투자받았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캐시노트’라는 앱을 만들었는데, 모바일 메신저로 재무 및 회계정보를 조회하고 관리할 수 있는 간편회계 서비스다.

    작년 7월 삼성화재와 보험 업무제휴를 맺었다. 에스투더블유랩은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입출금할 때 비트코인 주소의 신뢰도를 실시간으로 평가해준다. 이 ‘S2_AML’ 시스템을 통해 돈세탁 방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이밖에도 클라우드 기반 서버장애 방지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와탭’, 1~2인 가구를 위해 중개 수수료 없이 집을 구해주는 기업형 부동산 중개 서비스 ‘집토스’ 등이 데이터를 잘 활용하고 있는 회사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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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DATA가 발간한 ‘2019 데이터산업 백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데이터산업 시장 규모는 15조1545억원이다. 이는 전년 14조3530억원에서 5.6% 성장한 것으로 시장은 2010년 이후 연평균 7.3%씩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 장치로 데이터 활용에 속도를 내지 못했지만, 정부가 데이터 바우처와 마이데이터 사업 데이터 플랫폼 등 다양한 지원책을 쏟아내면서 생태계가 활기를 띠고 있다. 여기에 초고속, 초저지연으로 모든 것을 연결하는 5G 통신망과 AI 기술 접목으로 데이터 산업이 활짝 꽃필 여건이 마련되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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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기영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원장은 “데이터 경제가 활성화되려면 데이터 구축-유통-활용이라는 가치사슬 각 단계가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며 “정부가 자유롭게 달릴 수 있는 ‘데이터 고속도로’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하고 있으니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민 원장은 또 “DB-스타즈 기업들이 데이터 활용 성공사례로 널리 알려져 대한민국 데이터 산업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찬옥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3호 (2020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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