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레니얼 겨냥 수제맥주 제조기·노인 가구용 탁자형 냉장고… 맞춤형 ‘라이프스타일’ 가전 뜬다

    입력 : 2019.08.30 14:04:58

  • ‘가구같은 맞춤형 냉장고부터 수제맥주 제조기까지….’

    가전업계에 맞춤형 ‘라이프스타일’ 가전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생활가전업체들은 사람들의 생활방식(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발맞춘 가전제품들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바야흐로 가전 업계에 개인화·사용경험을 반영한 맞춤형 라이프스타일 가전의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LG 오브제
    LG 오브제
    ▶신가전 선두주자 LG전자

    세계최초 캡슐형 수제맥주기 내놓으며 라이프스타일 가전 공략

    대표적인 제품이 최근 LG전자가 내놓은 세계 최초의 캡슐형 수제맥주 제조기 ‘홈브루’다. 송대현 LG전자 생활가전사업본부장(사장)은 이 제품을 출시하면서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바뀌면 기존에 없던 제품이 나와야 한다. 5~10년 후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하고, 그에 걸맞은 제품(신가전)을 먼저 내놓겠다”고 밝혔다.

    LG전자가 홈브루와 같은 신제품을 잇달아 내놓는 것은 글로벌 전통가전(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시장에서의 주도권 경쟁은 물론,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LG전자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신가전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LG 홈브루’는 맥주를 커피처럼 직접 내려 먹을 수 있는 캡슐형 수제맥주 제조기다. 이 제품은 맥주 원액 캡슐 패키지와 물이 있으면 맥주의 발효부터 숙성, 보관까지 전 단계를 자동으로 진행한다. 인디아 페일에일(IPA), 페일에일, 스타우트, 위트, 필스너 등 5종의 캡슐 패키지로 맥주 약 5ℓ를 2∼3주 만에 제조해 마실 수 있다.

    홈브루에 들어가는 캡슐형 맥주 원료는 세계적인 몰트(싹이 튼 보리나 밀로 만든 맥즙) 제조사인 영국 문톤스와 공동 개발했다. 발효와 숙성은 최소 약 9일에서 최대 21일까지 소요된다. 일반 수제맥주 제조에 통상적으로 4~5주가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제조 시간을 상당히 단축했다는 평가다. 제품에는 온도, 압력, 시간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초정밀 제어하는 ‘마이크로 브루잉(Micro Brewing)’ 공법이 적용됐다.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 전용 앱을 통해 맥주가 제조되는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제품의 특성상 위생이 중요한데 제품 내부 온수살균세척시스템은 맥주 제조 단계마다 기기를 세척·살균하고 케어솔루션 매니저가 6개월마다 방문해 제품을 관리한다.

    다소 비싼 가격 탓에 대중적인 판매보다는 마니아층을 겨냥한 마케팅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홈브루 출시가(일시불 구매)는 3년간 애프터서비스(AS)를 받을 수 있는 케어 솔루션을 포함해 399만원이다. 주세법에 따라 LG 홈브루를 판매하는 대형마트 베스트숍 등 매장에서 LG 홈브루로 제조된 맥주를 직접 마셔볼 수 없는 점은 마케팅에 걸림돌이다. 주세법에 따르면 주류 판매 면허 없이는 맥주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시음회’를 진행할 수 없어 제품 출시 행사도 국내법 적용이 안 되는 외국 대사관에서 열었다.

    LG전자는 이달 초 수제맥주기 LG홈브루에 대해 산업부에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했다. 현행법상 LG전자는 주류판매 면허가 없기 때문에 주세법에 따라 시음행사 등과 같은 마케팅 활동에 제한이 있다. 이에 따라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임시허가를 받고 마케팅에 나서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수제맥주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수제맥주 시장은 2015년 850억달러(약 95조원)에서 2025년 5029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잠재력을 감안해 LG전자는 한국 출시에 이어 내년에 해외시장에 선보이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LG 홈브루
    LG 홈브루
    ▶홈브루는 고객 니즈를 우선적으로 반영한

    라이프스타일 가전의 상징적 제품

    ‘홈브루’는 단순히 혁신적인 제품을 넘어 고객의 니즈를 우선적으로 반영한 맞춤형 라이프스타일 가전의 상징적인 제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LG전자는 스타일러(의류관리기), 공기청정기, 건조기, 무선청소기 등 신가전을 집중 육성해 2016년부터 회사 전체 실적을 끌어올리는 큰 성과를 봤는데, 이번에는 맥주 제조기로 외형을 넓혔다는 분석이다.

    신가전 시장은 미세먼지 악화를 비롯한 환경변화와 개인화·사용경험 등을 중시하는 생활패턴에 따라 최근 몇 년 새 전통가전에 버금갈 정도로 급성장했는데, LG전자가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초점을 맞춰 개발·출시한 신가전이 수제맥주 제조기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기존 가전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변화하는 고객 라이프스타일에 발맞춘 신가전 제품을 내놓는 것이 업체들의 수익성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LG전자는 신가전의 매출·영업이익들을 별도로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LG전자의 지속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신가전 제품들과 거의 겹치는 ‘건강관리가전(의류관리기, 공기청정기, 정수기, 건조기 등)’의 매출 증가율은 2017년 57%, 작년 41% 등으로 초고속 성장을 이어가는 것으로 파악된다. 2017년과 작년 가전전체(TV 제외) 매출 증가율이 각각 7.2%, 4.6%였던 점을 감안하면 성장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가전시장이 연간 2~3%대의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는데 LG전자에서는 신가전이 전체 가전 매출 증가세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가전 육성 전략이 주효하면서 LG전자가 시장 선구자 위치에 올라선 만큼 홈브루 이후 후속 신가전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캡슐형 아이스크림 제조기, 협탁냉장고 등도 거론된다. 송대현 사장은 “홈브루 같은 경우에는 판매량보다도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다가간 제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아직 출시 시점을 정해놓지는 않았지만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신제품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2017년부터 라이프스타일(신가전) 가전 개발을 위해 ‘뉴 비즈니스 센터’라는 내부 조직을 운영 중인데 최근에는 밀레니얼 세대 등에 포커스를 맞춘 라이프스타일 가전에 주목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조직은 사내외에서 나온 제품 아이디어에 대한 사업화를 검토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홈브루 역시 2014년 LG전자 사내 공모전에서 당선된 아이디어로 시작돼 사업화 단계를 거쳐 제품으로까지 출시된 케이스다.

    지난해 LG전자는 ‘가구형 가전’을 출시하면서 시장에 놀라움을 안기기도 했다. ‘LG 시그니처’ 브랜드로 최고급 가전제품 시장에 진입한 이후 가구 형태의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LG 오브제’를 출시한 것이다. 냉장고·가습공기청정기·오디오·TV 등 제품군을 갖춘 LG 오브제는 나만의 공간을 완성시키는 ‘프리미엄 프라이빗 가전’을 표방하는 브랜드로 LG전자의 기술력에 가구 디자인을 접목했다.

    LG 홈브루 출시행사 송대현 사장
    LG 홈브루 출시행사 송대현 사장
    ▶삼성전자 ‘맞춤형’ 가전 선도 위해 ‘프로젝트 프리즘’ 시동

    삼성전자는 최근 소비자의 삶과 취향을 반영한 ‘맞춤형 가전’ 시대를 선도하겠다면서 생활가전 사업의 새로운 비전인 ‘프로젝트 프리즘’을 시작했다. 프로젝트 프리즘은 ▲제조가 아닌 창조 ▲표준화가 아닌 개인화 ▲다른 업종과의 광범위한 협업 등을 통해 폭넓은 취향을 충족시키겠다는 뜻을 담은 프로젝트다. 서로 다른 취향을 가진 소비자가 각자 제품의 소재·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프로젝트의 취지다.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장(사장)은 “밀레니얼을 중심으로 다양한 세대에 나만의 취향과 경험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삼성이 각양각색의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내는 프리즘 같은 매개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표준화된 제품의 ‘대량생산’에서 개인화된 ‘주문형’으로 가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맞춤형 가전으로 취향과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고 밀레니얼 세대 공략에도 나선다는 전략이다.

    삼성 비스포크
    삼성 비스포크
    ▶소비자가 직접 제품 소재·디자인 선택할 수 있는

    맞춤형 냉장고 ‘비스포크’로 밀레니얼 공략

    삼성전자가 최근 업계 최초로 출시한 신개념 맞춤형 냉장고 ‘비스포크’는 프로젝트 프리즘의 첫 번째 신제품이다. 이 냉장고는 소비자가 제품 소재·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는 차별점을 갖췄다. 비스포크는 맞춤형 양복이나 주문 제작을 뜻한다. 이 제품은 어원 그대로 냉장고를 가족 구성원 수, 식습관, 주방 형태 등에 따라 마음대로 조합할 수 있는데, 총 8개 타입 모델에 3가지 소재, 9가지 색상을 조합할 수 있는 모듈형 제품이다. 조합 가능한 수가 2만2000여 개에 이르고 출고가도 조합에 따라 104만9000~484만원으로 바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생애주기와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나만의 제품 조합이 가능하고 색상·재질 등 나만의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으며 내 주방에 딱 맞게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혼자 사는 미혼의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할 경우, 2도어 냉장고를 사용하다가 결혼 후 1도어를 추가해 구매할 수 있고, 자녀가 생기면 4도어 키친핏 제품을 하나 더 붙여 사용할 수 있다. 색상이 질리거나 인테리어에 변화를 주고 싶다면 주문을 통해 도어 패널 소재와 색상 등을 교체할 수 있다.

    8개 타입은 각각 4도어 프리스탠딩, 4도어 키친핏, 2도어·1도어 냉장고, 1도어 냉동고, 1도어 김치냉장고, 1도어 변온냉장고, 김치플러스 등이다. 냉장고 도어 소재는 코타 메탈, 새틴 글래스(무광), 글램 글래스(유광) 3가지에서 선택 가능하다. 색상은 화이트·그레이 등 기본색 외에도 차콜, 네이비, 민트, 핑크, 코럴, 옐로 등 다 색다른 컬러를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다.

    4도어 프리스탠딩 타입을 제외한 나머지 제품은 키친핏이 적용돼 마치 빌트인 가전과 같은 효과를 줘 주방과 거실의 경계가 사라지는 최근 인테리어 트렌드에도 적합하다는 평가다. 냉장고의 깊이를 700㎜ 이하로 설계함으로써 냉장고가 돌출되지 않도록 했고, 높이를 1853㎜로 통일했다. 삼성전자가 모듈형 냉장고 신제품을 론칭한 것은 3년 만이다. 맞춤형 제품이라고 해서 단가가 더 높은 것은 아니다. 김현석 사장은 “생산자 입장에서 7~8개만 만들면 됐지만 이제는 2만2000개 조합을 생산해야 한다. 제품의 가격은 크게 변화가 없는데, 제품에서도 혁신이 일어났지만 생산·공급단계에서 혁신을 이뤄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가전업계 전반에서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맞춤형 가전’이 대세로 떠오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최근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고 사용 경험을 중시하는 ‘맞춤형 가전’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프로젝트 프리즘을 시작한 것도 혁신적인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면서 변화하는 가전 트렌드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취지에서다. 김현석 사장은 비스포크 출시회에서 “냉장고 이외에도 다양한 제품으로 프로젝트 프리즘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면서 “연내 2~3개의 프로젝트 프리즘 가전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비스포크 상품 기획을 담당한 양혜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품기획 담당 상무는 “가전 시장의 패러다임이 ‘대량생산’에서 ‘주문형’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제조사가 효율 측면에서만 생각해서 획일적으로 같은 제품을 만들어서는 밀레니얼 세대를 주 소비계층으로 끌어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개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지 못하는 제품과 기업은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향후 소비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를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제품도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 TV 사업에서 ‘취향 존중 스크린 시대’를 선포하고 신개념 라이프스타일 TV 3종을 선보인 것이 그 예다. 비스포크 기획 단계서도 “밀레니얼 세대 공략을 위해서는 기존의 딱딱한 삼성전자 가전의 이미지를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는 전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가전 시장의 주 고객층인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 태어난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기존 삼성 가전이 갖고 있는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 사업부에서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은 사업부는 CE사업부로 손꼽힌다. 삼성전자 자체 조사에 따르면 전체 연령대 중 이 세대가 CE사업부 신제품 구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70%에 달한다.

    밀레니얼 세대가 원하는 제품(비스포크)을 만들기 위해 삼성전자는 다양한 부서에서 밀레니얼 세대인 20~30대 직원 20여 명을 선발해 ‘밀레니얼 커미티(위원회)’를 운영했다. 이들을 통해 밀레니얼 세대의 구매패턴과 생활습관 등을 조사했고, 디자인·색상·기능 등도 이들이 지적하면 수정했다.

    비스포크는 기존 삼성가전 이미지와는 완전히 상반된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시장의 반응도 뜨겁다. 삼성전자가 지난 6월 강남본점에 라이프스타일 생활가전 쇼룸을 표방해 문을 연 전시장 ‘#프로젝트프리즘’ 방문객은 개장 6주 만에 2만 명을 돌파했다. 쇼룸에는 매주 평균 3000명 이상의 고객이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남미 미디어 쇼룸 방문 삼성전자 비스포크 냉장고 체험
    중남미 미디어 쇼룸 방문 삼성전자 비스포크 냉장고 체험
    ▶초고령화 시대 대비한 실버 제품도 준비

    삼성전자는 초고령화 시대를 대비한 실버 제품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장(사장)은 ‘프로젝트 프리즘’을 선포하는 자리에서 “고령화 추세에 대해서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초 관련 제품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고령화 시대가 예고되는 만큼 실버 가전을 통해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또 새로운 먹거리도 창출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선보일 실버 가전이 헬스케어, 로봇, 푸드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는 노인을 도와주거나 교감하는 돌보미 로봇 등도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투자전담 조직 삼성넥스트는 지난 6월 스타트업들과의 ‘스타트업 밋업’에서 장수시대와 관련한 기술을 갖춘 기업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황순민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8호 (2019년 9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