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예계 게임계 모두 주목하는 넷마블 ‘BTS 월드’ K팝과 K게임 만남, 이번에는 결실 맺을까

    입력 : 2019.07.30 17:10:08

  • ‘원 소스 멀티 유스(One Source Multi Use)’는 문화 콘텐츠 시장에서 이미 성공을 거두며 우수성을 인정받은 1차 콘텐츠의 IP(지적 재산권)를 재가공해 2차, 3차 콘텐츠로 재탄생시키는 전략을 뜻한다. 큰 인기를 끌었던 웹툰 원작을 영화로 만들거나, 인기 캐릭터를 뷰티 제품이나 패션에 적용시키는 것도 모두 원 소스 멀티 유스를 사용한 마케팅이다. 지난해 개봉했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이 좋은 예시다. 미래를 배경으로 삼은 이 영화는 스토리 속 퍼즐을 풀기 위한 열쇠의 소스를 과거의 게임과 영화, 만화에서 가져오며 수많은 이들의 어린 시절 추억을 불러일으켰다는 좋은 평을 듣기도 했다. 이처럼 IP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게임계 역시 다른 분야에서 수혈을 받는 데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넷마블 등 게임사는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대중음악 K팝과 함께 새로운 게임을 탄생시키기 위한 협업을 시작하면서 더욱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어느새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성장한 방탄소년단(BTS)을 소재로 한 넷마블 ‘BTS월드’가 대표적이다. 자연스레 K팝과 K게임의 만남이 서로의 팬층을 흡수하며 윈윈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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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 영입’한 게임, 처음은 아니다

    물론 언제나 재미있는 스토리에 목마른 게임계가 다양한 분야와 협업 시도를 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다. 최신 기술이 집약된 종합문화예술콘텐츠로서 이종 결합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예컨대 국내 영화 시장에서 마블코믹스 기반의 어벤져스 시리즈가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넥슨이 카드 배틀 모바일게임 ‘마블배틀라인’을 출시했고, 넷마블 역시 모바일게임 ‘마블 퓨처 파이트’를 내놓았다. 이와는 반대로 국내 게임사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게임 IP를 살려 영화 및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을 제작하는 등 그 방식도 보다 다채로워지고 있다. 엔씨소프트나 컴투스가 게임 IP를 살린 애니메이션 제작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IP의 생명력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렇다면 대중문화 속에서 실제로 살아 숨쉬고 있는 스타들을 게임에 적용해본 사례는 없을까. 가수나 배우 등 유명 스타들은 그 자체로도 IP와 마찬가지지만 사실 그동안 게임과 성공적인 궁합을 보여준 사례가 그리 많지는 않다. 스토리나 캐릭터를 살려서 적용할 수 있는 웹툰이나 영화와는 달리 게임에서는 스타들의 캐릭터나 음악을 부분적으로 쓸 수 있을 뿐 스토리상에서는 활용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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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해외 사례부터 보자.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를 핵심 주제로 삼은 ‘서치 포 더 킹(Search for the King)’이라는 게임은 국내에서도 ‘황제를 찾아서’라는 번역명으로 소개된 바 있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괴담을 소재로 한 이 게임은 유저가 ‘엘비스를 찾아라!’라는 이벤트에 참여하면서 단서를 모으고, 엘비스 프레슬리의 흔적을 찾아가는 어드벤처 게임이다. 완성도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제목 외에는 한글화가 되지 않았고, 한국 유저들에게 인기 있는 장르도 아니라 국내에서는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팝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마이클 잭슨이 등장하는 ‘문워커’는 게임을 플레이하며 마이클 잭슨의 명곡들을 들을 수 있어서 나름대로 인기를 얻었다. 또한 그의 춤 동작을 토대로 공격 기술을 만들어 적을 공격하는 액션 게임으로 독특함도 인정을 받았다. 연령층이 높은 게임 마니아라면 오락실이나 일부 콘솔 게임기에서 이 게임을 만났던 기억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밖에 국내 예능 프로그램에도 등장하며 지명도가 높아진 할리우드 배우 겸 록스타 잭 블랙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브루털 레전드’는 그 외에도 블랙 사바스의 오지 오즈번, 주다스 프리스트의 롭 헬포드 등 메탈 음악을 하는 록스타들을 등장시켰지만 역시 그리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국내에서 대중음악을 게임에 적용시킨 최초 사례로는 1996년 서태지와 아이들이 은퇴 선언을 한 뒤 나온 PC게임 ‘컴백 태지 보이스(Comeback Taiji Boys)’가 꼽힌다. 이미 은퇴한 스타를 그리워하는 팬들의 염원(?)을 담은 이 게임은 마왕의 침략을 받은 인간계를 서태지와 아이들 멤버들이 음악의 힘으로 지키기 위해 컴백한다는 스토리 라인을 갖추고 있다. 서태지와 양현석, 이주노까지 선택해서 액션 게임을 즐길 수 있고, ‘컴백홈’과 ‘교실 이데아’ 등 대표곡들이 실려 있어 음악 CD의 역할까지 한다.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출시한지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이 게임 CD를 거래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본격적으로 스타의 초상권은 물론 그의 개인적인 스토리까지 게임 안에 담은 것은 2003년 나온 국내 최초 연예인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 ‘보아 인 더 월드(BoA in the World)’다. 보아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는 유저가 직접 매니저가 되어 보아를 세계 음악대회에서 우승시킨다는 내용을 구현해 보아를 사랑하는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SM엔터테인먼트는 2010년대에 들어서도 게임과의 협업 시도를 이어갔다. 계열사인 SMMC (Mobile Communications)를 통해 달콤소프트와 손잡고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소녀시대 등 IP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게임 ‘슈퍼스타 SM타운’을 출시했고, 2016년에는 푸토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엑소를 이용한 ‘엑소런(EXORUN)’을 내놓았다. 슈퍼스타 SM타운은 구글플레이 기준으로 100만 누적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엑소런’도 그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5억원 투자를 유치하는 등 나름의 성과를 냈다.

    이에 자극받은 JYP엔터테인먼트도 달콤소프트와 협업해 공동으로 리듬게임 ‘슈퍼스타 JYP네이션’을 내놓았고, YG엔터테인먼트는 한빛소프트와 손잡고 소속 가수들이 캐릭터로 등장하는 모바일 게임 ‘오디션 with YG’를 출시했을 정도니 시도 자체는 이전에도 충분히 있었던 셈이다.

    COMEBACK TaijiBoys 태지의화 CD
    COMEBACK TaijiBoys 태지의화 CD
    ▶오늘날의 K팝, 글로벌 무대 공략 열쇠 될까

    하지만 지금까지 스타를 이용한 게임이 누가 봐도 확실한 성공을 거뒀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스타의 팬을 끌어들여서 잠시 화제성을 얻는 것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장기 흥행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가수 등 스타를 이용한 게임은 출시 당시에 팬들의 관심은 얻었지만 그 외에는 게임 OST를 부를 수 있다는 것 정도밖에 장점이 없었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대중 스타를 이용한 게임이 실패한 이유는 게임 자체의 흡입력 부족했기 때문이다. 원래 게임을 잘 즐기지 않던 대중 스타의 팬들은 기존의 문법을 그대로 따른 게임에 적응하지 못했다. 자연히 게임 CD를 구매하느니 음악 CD나 콘서트 티켓을 대신 구매하곤 했다. 반대로 게임의 주소비층이라고 할 수 있는 10~30대 남성들의 입장에서는 소위 말하는 ‘게임성’ 측면에서 검증된 명작들 대신 굳이 관심도 없는 스타가 등장하는 게임을 구매할 이유도 없었다. 결국 게임을 즐기지 않는 이들에게도, 또는 열혈 게이머에게도 모두 아쉬움이 있었으니 상업적 성공과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이제 와서 다시 K팝 스타를 이용한 게임일까. 최근 다시 스타와 게임의 만남을 시도하며 연예계와 게임계 모두의 주목을 받은 넷마블 BTS 월드의 키워드는 ‘글로벌’과 ‘대중화’다.

    우선 방탄소년단이라는 스타가 더 이상 한국에 국한되지 않는 세계적 인기를 자랑하는 아티스트로 인정받게 되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비틀즈 이후 처음으로 1년 사이 미국 빌보드200 1위를 세 차례 기록했고, 한국 가수 최초로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에 나서 9만석 매진을 기록하며 영미권에서도 잘 알려진 스타가 됐다. 지구촌 곳곳에 퍼져있는 방탄소년단의 팬클럽 아미(Army)들 덕분에 미국 레코드산업협회(RIAA)로부터 디지털 싱글 부문 플래티넘 인증을 받는 등 인기가 실질적인 수익 창출로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방탄소년단으로 인해 촉발되는 경제적 효과가 무려 연간 5조6000억원에 이른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을 정도다.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
    예전과 달리 특정 국가 시장뿐 아니라 애플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을 이용해 세계를 한꺼번에 공략하는 사례가 늘어난 게임사 입장에서도 기왕 스타를 기용한다면 글로벌 인지도를 갖춘 K팝 아이돌그룹이 적합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넷마블에 앞서 지난해 1월 ‘슈퍼스타 BTS’를 출시한 달콤소프트는 한국,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등에서 동시 출시해 2달 만에 누적 다운로드 500만을 기록하고, 이어 출시한 북미 지역에서도 한때 월 매출 10억원 선을 기록하면서 짭짤한 수익을 올린 바 있다.

    넷마블 역시 기존에 주로 공략하던 중국과 일본, 동남아 등지를 벗어나 방탄소년단이 인기를 끌고 있는 북미 시장까지 도전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게임을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이 예전보다 가볍고 편안해지며 대중성을 얻었다는 점 또한 긍정적이다. 물론 여전히 게임 중독을 질병 코드에 등록하는 등 일종의 사회악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남아있지만 기본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계층의 폭 자체가 넓어졌다. CD를 사서 PC에서 쓰거나 콘솔 게임기를 따로 구매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모바일 게임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면서 중년층 혹은 여성까지도 게임을 즐기는 경우가 많아졌다. 게임 유저층과 특정 스타팬층이 겹치지 않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게임이 남녀노소 즐기는 콘텐츠로 변모한 만큼 인지도 높은 스타 마케팅이 예전보다 더욱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생기고 있다. 마케팅의 측면에서도 세부적인 타기팅이 가능해졌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전 세계 176개국에 출시된 BTS 월드는 첫날 미국, 일본 등 총 51개국에서 인기 게임 1위 자리에 오르며 높은 관심도에 걸맞은 출발을 했다. 다만 이제 남은 일은 생명력을 길게 유지하고, 수익성으로 IP의 힘을 증명하는 것이다. 증권업계는 BTS 월드 일 매출을 10억원 안팎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1일 매출이 100억원을 넘기는 넷마블 ‘리니지2 레볼루션’과 비교하면 10분의 1수준이다. 또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장르가 지배적인 한국 모바일 게임계에서 리듬게임, 육성 시뮬레이션 정도의 장르에서 할 수 있는 스타와의 협업은 불안감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
    이를 잘 알고 있는 넷마블은 BTS 월드를 방탄소년단의 휴식기에도 아미들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일종의 플랫폼 역할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이 직접 “실사형 이미지와 영상을 이용해서 유저와 교감하는 게임을 만들 것”이라고 공언한 뒤 넷마블은 지난해 4월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지분 26%를 약 2000억원에 사들이면서 2대 주주 자리까지 올랐다. 공교롭게도 방준혁 의장과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친척 관계이기도 한 만큼 개발 단계부터 긴밀한 의견 교환을 했고, 1만 장 이상의 화보와 100개 이상의 영상을 독점 수록하면서 팬심을 자극하는 게임으로 만들었다.

    물론 당장 BTS월드가 성공적인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초반 모객까지는 성공했지만 장기 흥행 여부는 점치기 이르고, 현재 수익성이 기대 이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넷마블의 주가를 견인하는 것도 현재로서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아직 K팝과 게임의 융합이 끝난 것은 아니다.

    넷마블은 지난 콘퍼런스 콜에서 새 방탄소년단 프로젝트를 소개했고, 최근 넷마블의 개발 자회사인 넷마블 몬스터는 새로운 방탄소년단 게임 제작자를 모집하며 아미를 우대한다는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풍성한 스타 콘텐츠와 즐거움을 끊임없이 주는 게임성을 동시에 갖춘 게임이 나온다면 K팝 게임도 궤도에 오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용익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7호 (2019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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