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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한국 스마트폰, 5G·폴더블 신기술로 격차 시도하지만 가성비 앞세운 중국 맹추격에 휘청
입력 : 2019.05.31 15: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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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코리아가 올 들어 위기이자 기회를 맞고 있다. 5G 시대를 맞아 한국과 미국에 제품을 출시하며 5G 대응에 늦은 애플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가 미국에 출시할 계획이었던 야심작 갤럭시 폴드 출시가 품질 문제로 연기됐다. LG전자는 연이은 적자에 허덕이면서 결국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생산 공장을 올해 연말까지 베트남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가격 대비 성능을 앞세워 한국 기업을 무섭게 압박했던 중국 화웨이는 최근 들어 평균판매단가(ASP)를 상승시켜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고 있다. 기로에 선 한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경쟁사들과의 기술 경쟁은 물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시기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국내에 이어 미국에서도 잇따라 5G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애플이 5G폰을 내년 이후에야 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애플의 ‘안방’을 먼저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16일(현지시간)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을 통해 ‘갤럭시S10 5G’를 출시했다. 버라이즌이 지난달 모토로라의 ‘모토로라 Z3’로 5G 상용화를 선언했지만 LTE(롱텀에볼루션) 스마트폰에 5G 통신용 모뎀을 끼우는 형태여서 갤럭시 S10 5G가 실질적인 첫 번째 5G폰이 된다.
LG전자는 5월 17일 미국 이동통신사 스프린트와 함께 LG V50 씽큐 예약 판매에 돌입했다. LG전자는 북미시장에서 톱3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5G 전환기에 통신환경이 변하는 상황은 잘 준비된 스마트폰 제조사로 역전의 기회를 삼고자 한다. LG전자는 2010년대 초반 3G 통신환경에서 4G LTE로 넘어오는 과정에 4G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북미 시장에서 처음으로 두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했고 이후 꾸준히 10%대 중후반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양사는 지난 1분기에도 미국 시장에서 애플의 독주를 막아냈다. 미국에서 5G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5G 아이폰을 준비 못한 애플에 비해 삼성과 LG의 점유율은 상승세를 탈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부진을 갤럭시S10으로 극복하며 시장 점유율 30.2%를 기록했다. 이는 갤럭시S8을 출시했던 지난 2017년 2분기 33.3% 이후 첫 30%대 진입이다. 특히 애플의 신제품 발표 효과를 한 분기 만에 극복했다는 점에서 갤럭시S10의 조기 투입 전략이 통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전 분기 대비 9.1%포인트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반면 애플은 지난 4분기 9.8%포인트 점유율이 하락하면서 한 분기 만에 아이폰XR, XS, MAX 등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인 효과가 없어졌다. LG전자 역시 점유율 13.3%를 기록해 지난 4분기 12.8%보다 소폭 상승했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인해 화웨이와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북미 시장에서 미미한 점유율을 갖고 있다. 여기에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 정부가 관세 부과에 대응한다면 애플은 미국에서 판매하는 아이폰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도 높다. 애플은 현재 미국 스마트폰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아이폰 판매가격을 올리면 가격 경쟁력에 악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 스마트폰시장에서 아이폰 가격 상승으로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시스는 “애플은 앞으로도 몇 달 동안 차별화된 기능이 없는 아이폰을 판매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했다”며 “차기 아이폰으로 신기능을 선보여야 2020년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북미 시장 스마트폰 판매는 크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 1분기 3540만 대가 판매되면서 지난해 1분기 3990만 대 대비 10% 이상 줄어 들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도 직원 감축이 발생하는 등 구조조정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향후 평택 스마트폰 생산라인 중단에 따른 인력 재배치도 앞두고 있는 만큼 추가 조직 규모 축소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LG전자는 최근 스마트폰의 국내 생산을 종료해 스마트폰 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생산 인력 750여 명은 H&A사업본부 창원 사업장으로 재배치된다.
LG전자의 이번 생산 공장 이전은 지난해부터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쇄신하기 위해 진행하는 체질 개선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전자의 올 1분기 MC 사업부문의 직원 수는 3870명으로, 전년 동기 4464명 대비 13.3% 감소했다.
앞서 권봉석 LG전자 MC 겸 HE사업본부장(사장)은 “앞으로 원가구조 개선, 생산전략과 재료비 혁신 등으로 사업개선에 나설 예정인 만큼 추가적인 인력 축소나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지난해 말과 비교해도 144명 줄어드는 등 올해도 감축 기조를 이어간 것이다. MC 부문 직원은 2013년 8047명 이후 지속 감소 중이다. 특히 2017년에 1783명, 지난해 993명 각각 줄었다. 5년 새 절반 이상의 직원이 감축된 셈이다.
LG전자의 전체 직원 수의 변동 폭이 크지 않다는 점을 보면 해당 인력들은 타 부서로 이동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 MC사업부를 이끌었던 황정환 LG전자 부사장도 융복합사업개발부문으로 유임됐다. MC 부문의 인력 구조조정은 스마트폰 경쟁력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의하면 올 1분기 LG전자 스마트폰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1.2%에 불과하다. 지난해 1분기 2.5%의 반토막 수준이다. LG전자는 올 1분기 669만4000대의 스마트폰과 휴대폰을 생산해 전년 동기 1088만8000대에 비해 38.5% 감소했다. 이에 MC 부문의 올 1분기 매출은 1조51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2% 감소했으며 영업적자는 2035억원으로 확대됐다.
베트남 항구도시 ‘LG 하이퐁 캠퍼스’ 스마트폰 공장은 프리미엄 제품을 주로 생산하던 평택의 스마트폰 생산라인(연간 500만 대)을 이전해 풀라인업 생산 체계를 갖추게 된다. 이번 재배치에 따라 연간 생산 능력이 1100만 대로 증가되고 하반기에 본격 가동한다. LG 하이퐁 캠퍼스에는 TV, 생활가전, IVI(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 제조 역량이 집중되고 있다. LG전자는 베트남 내수 공급을 중심으로 운영하던 흥이옌(TV, 휴대폰)과 하이퐁(세탁기, 청소기, 에어컨) 생산 공장을 2014년 이곳으로 통합 이전해 LG전자는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육성해왔다. LG전자 측은 “3분기까지 생산설비 및 라인을 이전하고 4분기에 마무리지을 예정”이라며 “이전이 마무리되는 4분기 이후부터는 일정 부분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며 내년에는 개선세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갤럭시 S10+ 플라밍고 핑크
그나마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중국 시장에서 지난 2017년 말부터 중국 시장 내에서 점유율이 1% 미만으로 내려갔지만 지난 1분기 ‘갤럭시S10’ 시리즈를 출시하며 점유율 1.4%를 다시 회복했다. 갤럭시S10에 대한 호응과 함께 다양한 프로모션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갤럭시A’까지 중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으면서 2분기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중국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전쟁에 보다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가뜩이나 설 자리를 잃고 있는 애플 아이폰이 판매에 타격을 받고 있다는 점도 삼성에겐 호재다. 하지만 신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안방 사수에 나선 중국 현지 업체들의 기세 또한 더욱 매서워질 것으로 관측되며 삼성이 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걸림돌도 만만찮다.
갤럭시 폴드
이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갤럭시S 10주년을 맞아 시장에 내놓는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폰인 갤럭시 폴드 시리즈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제품은 사실상 삼성전자가 연간 100만 대 판매를 목표로 시장에 내놓으면서 기술력을 과시하겠다는 취지로 기획된 제품이다. 하지만 갤럭시 폴드는 당초 4월 26일 미국에서 출시될 예정이었으나, 제품 리뷰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지면서 출시가 연기됐다. 삼성전자는 앞서 문제가 된 시제품 4건을 분석한 결과 2대는 화면 보호막을 제거해 디스플레이가 손상됐지만 나머지 2건은 ‘접히는 부분(힌지)의 디스플레이 노출부 충격’, ‘이물질에 의한 손상’ 등의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후 삼성전자는 미국 사전예약자들에게 품질 강화에는 진전이 있다면서도 예상 출시일을 통보하진 못한 상태다.
이후 삼성전자 수뇌부들이 금요일 밤 갤럭시 폴드 재출시를 위한 긴급 점검 회의를 가지는 등 재출시를 위한 바쁜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갤럭시 폴드 5G 제품의 국내 출시를 위해 망연동 테스트에 돌입했다. 이동통신 3사에 제공된 제품은 전파인증을 마친 시제품으로 망연동 테스트가 끝나면 국내부터 갤럭시 폴드가 출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폴드에 대한 수정 작업과 함께 재출시를 위한 최종 의사 결정을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종 모델에선 보호필름을 디스플레이 화면 안쪽에 넣어 강제로 뜯기 어렵게 디자인을 고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제품 출시 지연으로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점을 고려해 당초 240만원대에 육박하는 판매가격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출시 지역도 현재 국내의 5G 서비스가 안정되고 있는 만큼 굳이 미국 출시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LTE보다 이론상 20배 빠른 5G가 갤럭시 폴드의 장점인 여러가지 기능을 한번에 사용하는 멀티태스킹 등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갤럭시 폴드 출시가 지연된 상황에서 처음으로 중국 화웨이의 폴더블폰 출시 일정은 구체화됐다. 보다폰은 7월 3일부터 5G 서비스를 상용화하고 화웨이 메이트X는 보다폰 ‘5G 레디 데이터 플랜’ 요금제 이용 시 구입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화웨이는 올해 스페인 MWC 2019에서 제품 공개 후 인폴딩 방식을 적용한 삼성전자 갤럭시 폴드와 다방면에서 비교됐다. 갤럭시 폴드 재출시 일정을 고민 중인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의식하지 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화웨이도 최근 영국에서 폴더블 출시일을 확정했다. 영국 화웨이 5G 폴더블의 무게는 263g, 배터리는 4235밀리암페어시(mAh)다. 앞서 공개된 화웨이의 폴더블폰 ‘메이트X’는 접었을 때 접히는 부분 두께가 11㎜ 이하로 갤럭시 폴드보다 얇다. 메이트X는 삼성과 달리 아웃폴딩(바깥으로 접히는 방식) 방식의 8인치 디스플레이를 채택했고 갤럭시 폴드(7.2인치)보다 화면이 크다. 가격은 메이트X가 약 290만원(2299유로)으로 갤럭시 폴드보다 비싸다. 국내 출시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국 가격은 약 224만원(1980달러)이다. 다만 이번 출시 연기로 삼성전자가 가격을 낮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 삼성전자는 중국의 화웨이가 메이트X 출시 시점과 통신사를 확정한 만큼 당초 예상대로 늦어도 6월 출시를 예상하고 있다.
특히 폴더블 스마트폰은 5G 기술과 함께 훗날 승기를 잡기 위한 새 먹거리로 부상했다.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 창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신기술로 혁신을 가미한 신제품은 소비자들의 소구 포인트를 자극해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초도 물량은 각각 100만 대와 20만 대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스마트폰 판매량 규모를 따졌을 때 100만 대는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지만, 혁신을 통해 브랜드 입지를 높여 경쟁사를 견제하는 전략 제품이 될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폴더블폰은 여전히 국제적 관심을 끌기 위한 실험적 제품인 만큼 올해 출하량은 제한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동인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5호 (2019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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