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신 3사 ‘로밍’ 서비스 개편 SKT, 168개국서 한국 누구와도 무료 통화 KT, 해외 출장자 위한 기업전용요금제 내놔

    입력 : 2019.03.06 15:55:04

  • #1. 개인 사업을 하는 김주원 씨는 직업 특성상 해외 출장이 잦고, 로밍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최근 미국으로 출장을 갔던 김 씨는 바뀐 로밍 서비스에 놀랐다. 이전에는 해외에서 고객과 통화할 때면 통신비 생각에 짜증부터 났지만 해외 음성 로밍 통화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무료 전환이 만족스러운 것은 당연한 얘기”라며 “연결 시간도 그리 길지 않고, 통화 품질도 나쁘지 않았다”고 평했다.

    #2. 대학생 박미현 씨는 주변에서 ‘똑순이’로 불릴 만큼 알뜰한 편이다. 알바를 열심히 해서 모은 돈으로 해외여행을 갈 때도 현지에서 유심 카드를 구매해 이용하는 방식으로 통신 경비를 아끼곤 했다. 하지만 겨울 방학 사이 친구들과 일본으로 여행을 다녀온 박 씨는 이번에는 유심 카드를 구매하지 않고 로밍 서비스를 그대로 이용했다. 박 씨는 “로밍 서비스가 개편되면서 가격 부담이 줄었다”며 “공항에서 유심 카드를 사러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보다 로밍을 쓰고, 한정된 시간 동안 여행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근 통신 시장에서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서비스가 있다. 바로 해외 로밍이다. 한때 ‘요금 폭탄’이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가 붙었던 해외 로밍은 현재 고객 서비스를 가늠하는 잣대가 되어가고 있다. 2019년에도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까지 통신 3사는 로밍 서비스를 개편하며 고객 마음을 끌기 위해 노력할 전망이다.

    사진설명
    ▶왜 하필 로밍 경쟁일까 로밍(Roaming)은 원래 ‘이리저리 돌아다니다’라는 의미를 가진 영어 단어다. 로밍은 말 그대로 국내 이동통신에 가입한 이용자가 외국에 나가서도 별도의 가입 절차 없이 해당 국가의 통신망을 자신의 휴대폰으로 이용하면서 음성 통화, 데이터 이용 등을 하는 행위를 뜻한다. 해당 국가의 통신망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국내 통신사와 해외 통신사 사이에 협정 계약을 맺어야 하고, 서로 같은 방식의 기술 시스템을 적용하며 주파수까지 같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들은 통신사에 추가적인 이용 금액을 내야하지만 본인의 휴대폰 전화번호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기능 또한 쓸 수 있어 편리한 서비스이기도 하다.

    로밍 서비스가 최근 각광을 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만큼 로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출입국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무려 2900만 명에 달하는 한국인이 출국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해외에 다녀온 셈이다. 해외여행 자유화 원년이었던 1983년 출국 국민 수는 50만 명에서 30여 년 사이에 50배 이상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처럼 출국 국민의 수가 빠르게 늘면서 자연스럽게 로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입자들의 수가 늘었고, 통신사들도 더욱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

    LG U+, 국내 최초 로밍 데이터 무제한 시대 연다
    LG U+, 국내 최초 로밍 데이터 무제한 시대 연다
    그동안 이통사들에게 해외 로밍 서비스는 일부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서비스였고 주요 논의의 대상이 아니었다. 이용자들 역시 상대적으로 비싼 해외 로밍 이용료를 아끼기 위해 굳이 로밍을 신청하기보다 아예 전화기를 꺼두거나 해외에서 포켓 와이파이, 현지 유심 등을 이용하곤 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들 역시 완벽하지는 않아서 중요한 연락을 할 수 없거나, 유심 교체로 이용번호가 바뀌고 와이파이 자체 비용도 로밍 못지않게 드는 등 불편한 점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해외 로밍 요금 인하는 가입자 유치에 중요한 경쟁력을 보여주는 서비스로 그 위상이 올라가게 됐다.

    물론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해외 로밍 요금 인하는 통신사의 이윤 증가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손해를 끼치는 일이다. 국내 고객이 해외에서 로밍을 이용하면 해당 국가의 통신망을 빌려 써야 하는 만큼 통신사들이 그 나라 통신사에게 내야 하는 부담 금액도 결코 적지 않다. 그럼에도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각 통신사들은 손해를 감수하면서라도 신규 서비스로 차별화하겠다는 각오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의 서비스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더욱 해외 로밍에 집중하게 됐다. 해외 로밍만 따로 떼어놓고 생각해도 데이터 로밍 경쟁은 큰 차별점이 없는 만큼 추후에는 음성 해외 로밍이 승부처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각 통신사 수장들까지도 해외 로밍 서비스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다양한 서비스들을 늘리겠다는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1월 세계 최대의 ICT 전시회로 평가받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19에서 기자 간담회를 개최하고 무료 로밍 서비스 ‘바로(바로로밍)’를 강조하며 “지난해 로밍 제도 개편 이후 매출이 500억 정도 감소했지만 앞으로도 혁신적이고 남들이 따라할 수 없는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T의 황창규 회장은 지난 1월 다보스포럼에서 2016년부터 ICT를 활용한 감염병 확산방지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추진해온 내용을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감염병 오염지역에서 통화 및 데이터 로밍 휴대폰 접속이력을 확인해 검역 담당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발상이다. LG유플러스를 이끄는 하현회 부회장 역시 작년 5월 해외 로밍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내놓으며 공세에 나서고 있다.

    KT 로밍ON
    KT 로밍ON
    ▶어떤 로밍 서비스 써볼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로밍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조건 비싼 서비스를 떠올리는 경향이 남아있을지 모른다. 실제로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도 “국내 이통사 데이터 로밍 요금이 현지보다 평균적으로 4.8~5배 정도 비싸다”며 인하하라는 요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통신 3사들이 경쟁적으로 로밍 서비스를 개편하기 시작했기에 쉬운 비난만 하기보다는 자신이 가입한 통신사는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살펴보는 게 더욱 의미 있는 접근일 수 있다. 현명한 소비자라면 말을 앞세우기보다 자신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찾는 일에 더 바쁠 것이다.

    업계 1위인 SK텔레콤은 지난 한 해 동안 ‘해외에서 매일 3분 무료 통화’, ‘괌·사이판 패스’ 등 다양한 로밍 요금제를 시도하다가 연말에 커다란 변화를 줬다. SK텔레콤은 지난 1996 애틀랜타 올림픽을 계기로 해외 로밍을 시작한 지 22년 만에 해외 음성로밍 통화 무료 시대를 지난해 12월 열었다.

    SK텔레콤 고객은 세계 168개 국가에서 해외에서 한국에 있는 상대방이 누구든지 무료로 통화할 수 있다. T전화 앱(응용프로그램)을 사용하고 데이터 로밍 요금을 써야 하는 조건이다. 고객이 제공 데이터를 부담 없이 쓸 수 있도록 통화에 사용되는 데이터 이용량을 차감하지 않고, 해외에서 한국으로 발신하는 통화와 한국에서 걸려온 통화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반응이 좋다.

    SK T로밍
    SK T로밍
    이는 해외 음성망을 이용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 음성 통화로 혁신을 시도한 결과다. SK텔레콤은 T전화 플랫폼 기반으로 해외 데이터 망과 국내 음성 망을 연동하는 기술 방식을 도입했다. T전화 기반 로밍은 음성통화 품질, 통화중 음성 전달 속도가 기존 로밍 대비 평균 20% 향상됐고, 신호 전환 과정이 생략되며 통화 연결 시간도 평균 5초에서 1초 이내로 80% 이상 단축됐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서비스 론칭 한 달 만에 누적 600만 콜, 누적 통화 11만 시간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KT는 지난해 5월 해외에서도 음성통화 요금을 국내와 똑같이 초당 1.98원씩 적용하는 ‘로밍 ON’ 서비스를 선보였다. 미국, 중국, 일본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적용 가능한 국가를 늘려 올해 1월에는 그리스, 스페인, 터키까지 총 24개국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해외여행이 패키지에서 자유여행으로 트렌드가 바뀌면서 현지 여행사와 통화, 예약 확인 등을 위한 음성통화 활용도가 커져 로밍ON은 KT 가입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출시 후 8개월 동안 300만 명 이상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KT 관계자는 “패키지에서 자유여행으로 트렌드가 바뀌면서 현지 여행사와 통화, 예약 확인 등을 위한 음성통화 활용도가 높아졌다”며 “서비스 출시 전 해외에서 음성통화 사용빈도가 낮았던 20대 가입자들의 해외 음성통화량이 최대 4배 이상 늘어났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내놓은 기업전용 로밍 요금제와 분리청구 서비스도 눈에 띈다. 임직원 해외 출장이 많은 기업들의 통신비 부담을 줄이고,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이 요금제는 기업들이 필요에 따라 로밍요금제를 총량 단위로 구매해 임직원에게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로 다량 구매 시 최대 30%까지 요금을 할인해준다. 또한 임직원이 이용한 로밍요금을 통신사에서 관리해 기업에 별도 분리 청구하는 서비스도 제공해 편의성을 높였다. 기존에는 개인이 요금을 납부한 뒤 회사에 각자 정산을 받아야 했지만 기업에 일괄 청구가 가능해지며 기업과 임직원 모두 편리하다는 설명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0월부터 ‘맘편한 데이터팩’ 등 6개 데이터 로밍 요금제 가입자를 대상으로 음성 수신료를 받지 않는다. 해외에서 전화를 걸 때 카카오톡이나 페이스타임 등 데이터를 이용해 무료 통화를 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기 위해서는 로밍 음성 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는 점에 착안한 요금제다.

    데이터 로밍에 관련해서도 다양한 상품들이 존재한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5월 ‘속도·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 로밍 요금제’를 출시해 중국·일본·미국 등 53개국에서 하루 13200원에 모바일 데이터와 테더링(일 5GB 이후 200kbps 속도)을 무제한 제공한다. 테더링을 이용하면 가족·친구 등 동행자들과 함께 쓸 수 있어 더욱 경제적이다. 올해 들어서도 한국 여행객이 가장 많이 찾는 중국·일본에서 고품질의 데이터뿐 아니라 음성까지 완전히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중일 음성 데이터 걱정 없는 로밍’ 요금제를 출시했고, 해외 체류 일정에 맞춰 3·5·10·20일 동안 선택해 정해진 데이터를 제공하는 기간정액 요금제 ‘맘편한 데이터팩’도 내놨다.

    [이용익 모바일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2호 (2019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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