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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20년 만에 총괄수석부회장 승진-현대차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정의선 부회장 ‘3년 만의 흑자전환’ 기아차 신화 재현할까
입력 : 2018.10.01 18: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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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지난 9월 14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그룹의 총괄수석부회장(이하 부회장)으로 임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의 경영 업무 전반을 총괄해 정몽구 회장을 보좌하게 된다”며 “글로벌 통상문제 악화와 주요시장의 경쟁구도 변화 등 경영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그룹의 통합적 대응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몽구 회장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이로써 입사 20년 만에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앞으로는 현대차뿐만 아니라 철강과 건설, 금융 등 전 계열사 업무를 관장하게 된다.
1994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의 과장으로 입사한 정 부회장은 이듬해 미국 유학길에 올라 샌프란시스코대학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1999년 다시 현대차에 입사해 국내영업본부 영업담당 겸 기획총괄본부 기획담당 상무, 4년 뒤인 2003년엔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 겸 기아차 기획실장(부사장)에 올랐다. 2005년 기아차의 대표이사(사장)로 부임한 정 부회장은 당시 ‘디자인 경영’을 표방하며 기아차의 부활을 이끌었다.
폭스바겐 총괄 디자이너 출신인 피터 슈라이어 사장을 영입하며 자동차 디자인에 일대 변혁을 맞은 기아차는 이후 K시리즈가 흥행에 성공하며 2008년 흑자전환에 성공한다.
실제로 정 부회장이 새로운 직책을 맡을 때마다 영입한 외부 인사는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의 인재가 대부분이다. 2006년 영입한 피터 슈라이어 현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 사장은 당시 크리스 뱅글(BMW), 발터 드 실바(아우디)와 함께 ‘유럽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혔던 인물이다. 호랑이 코 라디에이터 그릴로 상징되는 기아차의 패밀리룩이 그의 손끝에서 나왔다.
2015년 현대·기아차 부사장으로 영입된 알버트 비어만은 단기간에 현대차와 기아차, 제네시스, N브랜드의 주행 성능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공로로 올 1월 현대·기아차 시험, 고성능차 총괄담당 사장으로 승진했다.
정 부회장은 2015년 말 제네시스 브랜드를 론칭할 땐 폭스바겐그룹에서 벤틀리의 수석디자이너였던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현 현대디자인센터장)과 람보르기니를 총괄하던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부사장(현 제네시스사업부장)을 영입했다. 제너럴모터스(GM) 출신인 이진우 지능형안전기술센터장(상무)과 벤틀리에서 영입한 이상엽 상무(현대차 스타일링 담당) 등 글로벌 브랜드 출신 한국인 전문가를 포함하면 외부에서 영입한 임원만 14명이나 된다. 국내 완성차 브랜드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단 시간에 세계 5위권 메이커로 올라선 데는 글로벌 브랜드를 이끈 외국인 임원들의 영입과 그들의 경험이 큰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모빌리티 회사에 대한 투자도 정 부회장의 작품이다. 그동안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모빌리티 서비스 등에 관심을 보여 온 그는 지난해 코나 일렉트릭과 수소전기차 넥쏘 론칭을 주도했다. 올 상반기에만 신규투자, 지분 매각 등을 통해 10여 곳의 미래차 분야에 투자를 단행했다.
올 1월 CES 2018에서 ‘넥쏘’를 소개하는 정의선 부회장(맨 오른쪽)
정의선 부회장은 이번 승진으로 현대차는 물론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건설, 현대캐피탈 등 자동차, 철강, 건설, 자동차부품, 금융, 유통, 서비스 등 전 계열사의 경영을 총괄하는 자리에 올랐다. 명실상부한 그룹 내 2인자다. 그동안 7명이었던 현대차그룹의 부회장 중 정 부회장이 총괄수석부회장에 오르며 다른 6명의 부회장보다 한 계단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됐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정몽구 회장에게 각사의 CEO가 각각 대면보고에 나섰다면 이젠 정 부회장이 각사의 사안을 묶어 회장에게 보고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 등 미래 산업 패러다임 전환기에 현대차그룹의 미래경쟁력 강화와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그룹 차원 역량 강화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7호 (2018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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