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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도 계열사 好실적에 방긋…자체브랜드 숙원 꽃피우는 한세실업
입력 : 2017.03.03 16:4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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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실업은 사명보다 “미국인의 3명 중 1명은 한세의 옷을 입습니다”라는 광고카피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미 패션업계에서는 글로벌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한세는 상표부착생산(OEM)과 제조자개발생산(ODM) 전문으로 연간 3억 장이 넘는 의류를 제조·수출하고 있다. 주요 거래처인 나이키, 갭, 랄프로렌, 아메리칸이글 등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유명 브랜드뿐만 아니라 월마트, 타깃 등 세계적인 대형 할인 매장의 자체상표(PB) 의류를 생산하고 있다. 글로벌 SPA 브랜드인 유럽의 H&M, 자라(ZARA)를 비롯해 일본의 유니클로(UNIQLO) 브랜드도 한세실업의 고객사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얼굴 없는 영웅의 역할로 창립 이래 단 한 번도 역성장과 적자를 경험한 적 없는 한세실업은 동남아와 중남미에 글로벌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연구개발(R&D) 경쟁력을 갖춰 매년 10%에 가까운 고성장을 지속해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글로벌 의류업계의 불황과 주요 고객사의 주요시장인 미국의 정치·경제적인 불확실성 증대 등 부침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업계 전반에 불황의 그늘이 드리워지기 시작한 상황에 한세실업은 선제적으로 몇 년 전부터 자체브랜드 육성을 통한 글로벌 종합 패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장기 플랜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모이몰른
한세실업 디자인연구소
엠케이트렌드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대비 9.9% 증가한 3185억1167만원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90.6% 증가한 104억825만원이었고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113.0% 증가한 77억6542만원이다. 엠케이트렌드는 “KMPLAY 사업부 정리 및 중국법인 매출증가에 따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버커루·티비제이(TBJ)·앤듀 등의 브랜드로 유명한 엠케이(MK)트렌드는 골프복 브랜드 LPGA갤러리와 NBA의 판권도 갖고 있다. 중국 유통망을 갖춘 엠케이트렌드를 통해 한세실업은 보다 공격적으로 시장공략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데님 브랜드 에프알제이진(FRJ Jeans)의 지난해 매출(약 450억원) 역시 전년보다 12% 늘어난 것으로 추산되며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1998년 론칭한 데님 전문 기업인 에프알제이진은 2015년 5월 한세실업에 인수된 이후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 활발한 마케팅 활동으로 2년 연속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이다. 에프알제이진 관계자는 “패션업계 전반이 불황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2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할 수 있었다”며 “가성비 높은 신제품 출시 전략이 주효했고 한세실업의 탄탄한 브랜드 운영 능력이 복합적으로 시너지를 냈다”고 설명했다.
유아동복 브랜드인 한세드림 역시 지난해 국내 1200억원, 중국 200억원 등 총 14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지며 의미 있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지난 2013년 한세드림의 매출이 466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3배 이상 성장세를 기록한 셈이다. 한세드림 관계자는 이에 대해 “모이몰른, 컬리수, 플레이키즈 프로 3개 브랜드 합산 총 1500억원의 매출을 낼 것”이라고 전했다.
공격적인 M&A와 육성책으로 한세실업의 자체브랜드 매출은 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세실업이 연결기준 총매출액이 1조5478억원(증권사 추산)가량으로 추산된다는 점을 비추어 보면 그룹 내 자체브랜드의 비중은 3분의 1로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1석 3조 노리는 한세실업
한세실업의 공격적인 M&A의 첫 번째 이유는 ‘유통망 강화’가 꼽힌다. 뛰어난 디자인과 높은 인지도가 있어도 탄탄한 유통망이 없는 브랜드는 성공하기 힘들다. 김문환 엠케이트렌드 대표는 지난해 골프브랜드 LPGA 론칭을 앞두고 “패션은 결국 유통 싸움”이라며 “신규브랜드 론칭에 있어서도 이전까지 쌓아온 신뢰를 토대로 백화점과 대리점주에게 어필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문제”라며 유통망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한세실업은 몇 년간 자체 M&A를 통해 단숨에 강력한 유통망을 손에 넣게 됐다. 장기적으로 SPA브랜드나 기존의 브랜드의 세컨브랜드 론칭에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15년 인수한 에프알제이의 브랜드 ‘FRJ Jeans’는 1998년 론칭한 이후 국내에 남은 몇 안 되는 데님 브랜드로 백화점 등 전국 95개 유통망을 갖추고 있어 한세실업으로서는 자체 브랜드와 함께 유통망도 손에 넣게 됐다.
지난해 인수한 엠케이트렌드는 자체 브랜드인 티비제이·앤듀·버커루와 라이선스 브랜드인 엘피지에이·NBA의 국내 유통망은 물론 중국시장의 탄탄한 매출과 유통망(총 101개 매장)도 확보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한세는 장기적으로 해외 유통망을 갖춘 유명 패션 브랜드를 추가로 인수하는 것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유통망을 갖춘 해외 유명 패션업체를 인수·합병을 통해 글로벌 경영에 나서 세계적인 한국 브랜드를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휠라·타이틀리스트를 인수한 휠라코리아가 대표적인 성공사례”라며 “유통망과 인지도를 갖춘 브랜드를 인수해 한세실업의 경험과 색을 입혀 장기적으로 세계적인 한국 브랜드로 키워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한편 한세실업은 공격적인 M&A에 나선 이후 인수한 회사 경영진과 임직원을 교체하지 않고 전문성과 경영철학을 존중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인수한 엠케이트렌드의 전문경영인으로 오랫동안 브랜드를 키워온 김문환 대표는 지난해 12월 사장으로 승진하며 여전히 대표이사 자리에 있다. 갑작스런 경영진 교체나 감원 등은 브랜드 경쟁력을 후퇴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세실업은 자체브랜드의 고유철학을 유지해 나가는 한편 이러한 내부적인 시스템과의 화학적 결합을 통해 상승효과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한세실업 한 관계자는 “한세가 유수의 글로벌 브랜드와 오랜 기간 같이 할 수 있는 이유는 품질관리와 원가절감 이외에 ODM시스템을 통한 원단과 디자인 제안에 있어 경쟁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라며 “오랜 세월 축적된 R&D성과와 경험과 디자인 감각이 각 브랜드에 접목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8호 (2017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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