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속되는 롯데백화점의 변신-핫플레이스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핑크색 미니백화점 ‘엘큐브’
입력 : 2017.02.23 16:44:21
-
홍대입구, 이대입구, 신사동 가로수길까지…. 소위 핫플레이스로 불리는 젊은이들의 명소엔 공통점이 있다. 눈에 잘 띄는 핑크색 건물이 하나씩 들어서 있다는 것. 이 건물의 이름은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3월 홍대입구에 처음 선보인 패션전문점 ‘엘큐브(el CUBE)’다.
롯데가 운영하는 기존 백화점들에 비해 현저히 작은 규모 탓에 ‘미니백화점’으로도 알려져 있는 엘큐브는 롯데백화점이 젊은 층을 찾아 나서기 위해 새롭게 선보인 유통채널이다. 엘큐브의 ‘엘(el)’은 스페인어로 ‘세상에 하나뿐’이라는 의미이며, ‘큐브’는 정육면체의 퍼즐로 항상 변화하는 패션 공간을 의미한다.
사내공모를 통해 이름 지어진 엘큐브는 그 이름처럼 1호점부터 3호점까지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으며, 상권과 유행에 따라 매장구성에 유연한 변화를 주고 있다.
▶백화점이 아닌 이십화점 추구
전문점은 규모, 입지, 고객층부터 백화점과는 차이점이 있다. 먼저 상품의 구성은 이십화점(二十貨店)을 추구한다. 모든 종류의 물건을 취급하는 백화점과 달리, 전문점은 상권에 맞는 특화된 상품만을 선별하여 판매한다.
또한 트렌드에 민감하고 변화가 빠른 상권의 특성을 감안해 브랜드 구성 변화가 백화점에 비해 수월하다. 매장과 집기 인테리어 비용을 백화점에서 부담해 브랜드 입장에서는 매장 내 인테리어 비용을 별도로 투자할 필요 없이 상품만 고객들에게 빠르게 선보일 수 있다. 이와 같은 시스템으로 인해 더 많은 브랜드들이 고객과 만날 수 있다.
입지에 있어서도 제약이 적다. 별도의 주차장과 부지 매입 없이 고객들이 몰리는 상권에 위치한 상가의 공실을 임차한다. 따라서 오픈 시 백화점과 비교해 큰 투자비가 들지 않는다.
또한 백화점과 비교해 타깃 고객층이 명확하다는 특징이 있다. 백화점이 전 연령대의 고객을 대상으로 각 연령층의 수요와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라면, 전문점은 ‘필요한 상품을 원하는 고객에게’ 판다는 전략이다.
▶지역마다 다른 엘큐브점 찾아가는 재미
1호점인 홍대점은 ‘라인프렌즈’, ‘체리코코’, ‘라코스메띠끄’ 등 개성 있는 브랜드들을 내세워 10~20대 영타깃을 직접 공략했다. 서울과 청주, 대구 등지에서 ‘영플라자’를 운영하는 등 백화점의 잠재고객인 젊은 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들이 향유하는 빠른 트렌드를 백화점 안에서 수용하고 백화점을 방문하도록 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에 롯데백화점은 엘큐브를 통해 젊은이들의 비중이 높은 명소로 찾아들어가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홍대점 개장 이후 8개월여를 분석한 결과 젊은 층을 찾아가는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점포를 찾은 고객 중 10대와 20대의 비중이 80%를 상회했으며,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지 않는 신규고객 10만 명이 엘큐브를 찾은 것이다.
2호점인 이대점 역시 대학가에 위치해 20대 젊은 층을 공략하면서도 여성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권의 특성을 고려해 여심을 공략할 수 있는 매장으로 구성했다. ‘텐바이텐큐브’, ‘임블리’ 등 여성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를 배치하고, ‘ABC마트’의 여성화 비중을 70% 이상으로 잡았다.
신사동 가로수길에 오픈한 3호점은 홍대점, 이대점과 달리 20대 후반에서 30대까지를 메인 타깃으로 삼는다. 가로수길을 찾는 소위 패션피플을 공략할 계획인 가로수길점은 1층에 자리한 브랜드의 얼굴부터 다르다. 라인프렌즈를 앞세워 보다 어린 층에게 어필했던 것과 달리 덴마크 디자인 스토어 ‘플라잉타이거 코펜하겐’이 1층을 채웠다.
프랑스 디저트 ‘위고에빅토르’가 4층에 들어서며, ‘챔피언’, ‘뎁’ 등 감도 있는 브랜드들이 입점했다. 현재 이대점과 가로수길점은 연간 약 100억원의 매출 목표를 각각 잡고 있으며, 오픈 후 현재까지 목표 매출 대비 10%를 초과하는 수치를 달성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향후에도 롯데백화점은 유망한 핫플레이스 상권에 엘큐브를 계속적으로 열어간다는 계획이다. 젊은 층을 찾아 나선다는 의미와 함께, 백화점이 들어서기 힘든 틈새시장을 노린다는 전략도 숨어 있다. 미니백화점의 장점을 살려 유행이나 계절에 따라 매장구성에 변화를 줄 계획이다.
2017년에는 전국 ‘핫플레이스’에 리빙, 화장품, 남성 전문점 등 다양한 콘셉트의 전문점 10여 개를 추가로 선보이고, 2020년까지 100개점 이상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지미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7호 (2017년 02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