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량`, `베테랑`, `검사외전` 흥행작 기막히게 찾아 투자하는 IBK기업은행 다음은 `인천상륙작전`

    입력 : 2016.08.05 17:50:15

  • 대한민국 역대 흥행 No.1 기록을 갈아치운 <명량>, 1425만 관객이 관람한 <국제시장>, <관상>, <군도>, <신의 한 수>, <베테랑>, <검사외전>… 제목만 나열해도 쟁쟁한 영화들은 대한민국 역대 흥행기록 순위가 아닌 IBK기업은행의 ‘투자 포트폴리오(?)’의 일부다. 최근 몇 년간 IBK는 대박 나는 영화 시나리오를 귀신같이 판별해 투자에 나서며 쏠쏠한 수익을 올렸다. 주연 유아인의 대사 “어이가 없네~”가 명대사로 꼽힌 베테랑의 수익률은 240%를 웃돈다. 기업은행이 투자하는 콘텐츠가 영화에 국한되지 않는다. <치즈인더트랩>, <옥중화>, <기억> 등 다양한 드라마와 <프랑켄슈타인>, <오케피>, <캣츠>, <레미제라블> 등 공연에도 투자 및 지원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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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권 유일무이한 콘텐츠투자 전담부서

    IBK기업은행의 다음 타깃은 8월에 개봉하는 영화 <인천상륙작전>. 리암 니슨이 국제연합군(UN군) 최고사령관 더글라스 맥아더 역으로 출연하고 배우 이정재, 이범수가 출연하는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국내 영화에 간혹 할리우드 배우들이 출연하기도 했지만 리암 니슨 급의 빅스타는 처음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러한 연유로 <인천상륙작전>은 역(逆) 한류의 시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콘텐츠, 자본, 제작기술에 국외 스타를 섭외해 이를 다시 수출에 나서는 첫 시도다. 8월에 북미에서도 개봉하는 <인천상륙작전>은 제작비만 160억원이 투입된 대작이다. 이런 영화를 자본금 7억원 남짓의 상대적으로 소규모 제작사인 태원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조력자 IBK기업은행 공이 크다. IBK기업은행은 그동안 영화, 드라마, 게임 등 콘텐츠 투자 경험을 살려 이번에는 ‘투자 주관사’로 변신했다. 기업은행은 시나리오 분석, 흥행 전망, 투자자 모집 등 영화제작 첫 단계부터 직접 나섰다. 과거 영화가 20~30%가량 제작된 이후에 투자하는 방식을 택했지만 이번에는 실질적인 제2의 제작자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러한 과감한 변신이 가능한 데에는 IBK기업은행에서 콘텐츠 분야 투자를 이끌고 있는 문화콘텐츠금융부에 쌓인 내공이 톡톡히 한몫했다. 지난 2013년 7월 야심차게 신설한 이 조직은 아직까지 업계에서는 유일무이한 조직이다. 방송 콘텐츠사, 영화 배급사, 영화제 사무국,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다양한 조직에서 경험을 쌓아온 전문가들이 뭉쳐 대박조짐이 보이는 시나리오를 읽고 또 읽는다. 이들은 한 달에 6~7개의 시나리오나 대본을 각각의 시점에 맞춰 완독한 이후 회의를 개최한다. 직급이 높다고 목소리가 더 크진 않다. 똑같이 의견을 개진하고 투자가 타당하다고 판단하면 본사 심사부에 심사를 요청한다.

    투자작을 결정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제작비, 콘텐츠 차별화 포인트, 영화의 완성도다.

    투자의 시작은 시나리오 검토부터 시작된다. 하루에도 수많은 시나리오를 부서원들이 검토하고 투자 가능성을 진단한다. 구성원 12명이 모두 시나리오를 읽은 뒤 회의를 하고 소위 대박의 ‘촉’이 온다 싶으면 책임자 회의와 상위 기관인 심사부의 승인을 거친다. 심사부는 정부·유관기관·학계 및 업종별 전문가 53명의 자문위원으로 구성돼 문화콘텐츠 자문위원회 운영을 수렴해 객관성을 높인다. 여러 차례의 검증을 거치며 작품을 보는 눈의 정확성을 최고로 높인다.



    ▶정체된 제조업분야 고용 문화콘텐츠 육성이 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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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BK의 적극적인 문화콘텐츠 투자는 정부가 창조경제의 중점 사업분야로 지목한 콘텐츠 산업 활성화와 궤를 같이한다. 권선주 행장 역시 취임 이후 “문화금융 확대로 제2의 ‘별에서 온 그대’를 탄생시키겠습니다”라 밝히는 등 문화콘텐츠 분야에 대한 투자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콘텐츠 분야는 부가가치와 고용창출 효과가 높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꼽히고 있으나 금융권의 투자와 지원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유인즉 문화콘텐츠 분야의 기업들은 ‘고위험 산업군’으로 인식돼 일부 전략적 출자자만 자금을 공급하고 제1금융권의 지원은 기업은행이나 산업은행을 제외하고는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신용·담보나 재무제표를 따져 투자나 대출을 결정하는 패러다임에 익숙해져 문화콘텐츠 분야에 대한 투자개념 자체가 정립되지 않은 것이다. 흥행할 만한 영화와 드라마를 제대로 골라낼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산업은행도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에만 나서고 있다.

    콘텐츠 투자 전담부서를 만든 곳은 기업은행이 유일하게 직접투자에 나서고 있고, 시중은행들은 오래전부터 투자를 검토한다는 얘기가 들렸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실정이다. 기업은행이 문화콘텐츠 금융지원 확대 및 지원 수단 다각화를 위해 들인 투자금은 2014~2016년간 매년 2500억원씩 총 7500억원이다.

    기업은행 측은 “향후 추가적인 자금지원을 통해 문화콘텐츠 산업에 공급하여 금융지원을 확대하고 콘텐츠의 기획·제작·마케팅 등 단계별 특성 및 콘텐츠 중소기업 규모별 자금수요에 따라 콘텐츠 맞춤형 금융지원을 도입할 것”이라 밝혔다. 반면 기업은행은 문화융성 및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부가가치가 높고 고용창출 효과가 큰 문화콘텐츠 산업 금융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기업은행 측은 “제조업은 기계화, 자동화, 해외이전 등으로 고용 정체를 나타내고 있지만 문화콘텐츠 산업 육성은 자원이 부족하지만 창의적인 인적자원이 풍부한 우리나라에 최적 산업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콘텐츠 산업을 핵심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민간 투자 활성화와 제1금융권의 역할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문화콘텐츠 중소기업은 ‘고위험 산업군’으로 인식되어 일부 전략적 출자자만 자금을 공급하고 제1금융권의 지원은 미약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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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BK기업은행은 문화콘텐츠 산업에 특화된 대출상품 및 IP저작재산권 펀드 등 맞춤형 상품개발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금융지원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IBK기업은행은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콘텐츠 강소기업 육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해 지난 5월 말 기준 강소기업 126개사 운용, 대출 323억원(60건), 투자 182억원(19건), 맞춤형 컨설팅(14건) 등 지원에 나섰다. 또한 문화콘텐츠 거점지점(총 70개 영업점)에 콘텐츠 전담 실무자 배치, 현장 밀착형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회계사, 경영 컨설턴트 등 전문가를 활용한 맞춤형 컨설팅 제공 및 문화콘텐츠산업 종사자의 금융 이해증진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정부·유관기관·학계 및 업종별 전문가 53명을 자문위원으로 위촉, 문화콘텐츠 자문위원회 운영을 통해 산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단기 수익 목적보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우수 문화콘텐츠 중소기업을 적극 발굴·육성해 나갈 계획”이라며 “경쟁력을 갖춘 문화콘텐츠 기업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다각화된 금융 지원 및 산업특성에 맞는 서비스 제공을 통해 문화콘텐츠 산업 생태계 조성에 일조할 수 있도록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인천상륙작전> 흥행하면 우대금리까지 IBK기업은행이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흥행 성적에 따라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영화 인천상륙작전 통장’을 1000억원 한도로 판매한다. 이 상품은 1년 만기 예금 상품이며, ‘중소기업금융채권’ 또는 ‘실세금리정기예금’으로 가입할 수 있다. 중소기업금융채권의 기본금리는 연 1.28%이며, 영화 관람객이 300만 명을 돌파하면 연 1.48%, 700만 명을 돌파하면 연 1.58%의 금리를 제공한다. 실세금리정기예금의 경우 기본금리 연 1.13%로, 관객 300만 명 이상 시 연 1.33%, 700만 명 이상 시 연 1.43%의 금리가 각각 적용된다. 최소 가입금액은 100만원이며, 최대 500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다. 또 상품가입자 중 국가보훈대상자 및 유가족을 대상으로는 선착순 100명에게 영화 <인천상륙작전> 관람권(1인 2매)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1호 (2016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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