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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자율주행차 첨단 기술의 산실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
입력 : 2016.06.10 15: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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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업주부 A씨, 오늘은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 근교 아울렛으로 쇼핑을 가는 날이다. 아울렛 매장 현관에 도착해 아이들과 차에서 내린 A씨는 두고 내린 물건이 없나 확인한 후 문을 닫고 스마트키 버튼을 꾹 눌렀다. 아무도 타지 않은 차는 스스로 1층 야외 주차장으로 이동해 빈 공간을 찾아 안전하게 주차한다. 서너 시간 후 쇼핑을 마치고 나온 A씨, 매장을 나서기 전 스마트키 버튼을 눌렀더니 차가 주차장 입구까지 마중 나와 있다.
# 꽉 막힌 주말 도심, 가다 서다를 반복하느라 오른 발목이 뻐근해진 B씨. 잠시 차가 멈춘 틈을 타 기지개를 켜보지만 그때뿐이다. 갑자기 스마트폰을 집어든 B씨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최신 스마트폰 게임에 빠져든다. 차는 무인차인양 스스로 이동한다. 전후좌우에 장착된 고감도 카메라와 센서, GPS와 차량 내·외부 통신망을 가동해 끊임없이 도로를 스캔하며 목적지로 향한다….
현대모비스 마북연구소 전장 시험동
이미 세계 각국의 경쟁이 가열되면서 단 한 번 충전에 300㎞ 이상(서울~대전 왕복 가능)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는 그 이전에 양산이 예상된다. 그렇다면 국내 완성차 업계의 기술력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경기도 용인에 자리한 현대모비스 마북 연구소를 찾았다. 2600여명이 근무하고 있는 이곳은 샤시, 의장, 시험, 전장센터 등 현대모비스의 독자적인 자동차 부품 기술이 집약된 첨단 기술의 산실이다.
■ 완벽할 때까지 무한반복
마북 연구소의 전장 시험동 주차장에 들어서니 마침 쏘울 전기차가 주차(직각) 공간을 찾아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뭔가 다르다. 자세히 보니 주차 순서가 뒤죽박죽이다. 우선 주차공간이 확보되자 운전자가 차에서 내린다. 밖에서 밀자는 속셈인지, 그 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니 스마트키 버튼을 한번 꾹 누르는 게 전부다. 아무도 타지 않은 차의 스티어링 휠이 저절로 스르륵 돌더니 빈 공간에 뒷꽁무니를 밀어 넣는다. 마침 곁에 있던 연구원이 설명을 이어갔다.
“전후방과 측방의 초음파 센서로 옆에 주차된 차량을 인식해 부딪치지 않도록 공간을 확보하며 들어갑니다. 최적의 주차 궤적을 자동으로 생성해 조향, 변속, 제동의 전 과정을 차가 알아서 진행하고 있어요. 주차가 끝나면 원격으로 시동을 끌 수 있는데, 주차장에서 차를 빼내는 것도 가능합니다. 지금 보신 장면을 ‘원격 전자동주차 (Remote SP AS)’라고 합니다.”
아직은 기술 개발 단계지만 평행과 직각 주차의 경우 차의 길이(전장)와 너비(전폭)에 비해 각각 80㎝의 여유 공간만 있으면 원격 주차가 가능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야말로 신통방통하다. 원격까진 아니더라도 기존 주차보조시스템(SPAS)에서 좀 더 진화한 방식도 있다.
이름하여 ‘SPAS Plus’ 시스템이다. 기존 주차보조 시스템은 사물, 그러니까 주차된 차량을 초음파 센서로 인식해 차량과 차량 사이의 빈 주차 공간을 인식하는 구조다. SPAS Plus는 초음파 센서와 함께 AVM(Around-View Monitoring) 카메라가 작동해 차량뿐 아니라 주차선까지 인식할 수 있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차는 없고 주차선만 그려져 있는 주차장에선 기존 SPAS로는 사물(주차된 차랑) 인식이 불가능해 주차가 불가능(주차 공간 인식 불가)하지만, SPAS Plus로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주차선을 보고 들어가니 선 안에 딱 들어맞게 정주차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실제론 어떤지 이번엔 뒷좌석에 동승했다. 차가 시키는 대로 후진 기어를 놓고,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만 작동시키면 만사 OK였다. 현재 악천후나 어둠, 주차선 훼손 등의 악조건에서도 적용될 수 있도록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현대모비스 마북연구소 전파무향실
현대모비스는 이곳 마북 연구소에서 친환경·자율주행차 독자 기술 개발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2020년 이후 자율주행차 상용화 시대에 맞춰 고부가가치 핵심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지난 2008년부터 친환경차 핵심 부품 개발 전략을 수립하고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에 탑재되는 구동모터와 전력전자제어장치, 배터리 시스템 등을 개발하고 있다. 올해 국산 최초 친환경 전용모델로 출시된 현대차 ‘아이오닉’과 기아차 ‘니로’에는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구동모터와 배터리시스템 어셈블리(BSA), 전력변환장치(인버터, 컨버터) 등 핵심 부품이 장착됐다. 2013년에는 구동모터와 리튬배터리 패키지, 연료전지 통합모듈 등 수소연료전지차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 기술을 세계 최초로 양산했다. 2015년 11월에는 하이브리드카·전기차 등 친환경차에 사용되는 차세대 첨단 제동장치인 iMEB(Integrated Mobis Electronic Brake)를 국내 최초, 전 세계 2번째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iMEB는 친환경차 전용 부품으로 차량이 멈출 때의 운동에너지로 모터를 발전시켜 배터리를 충전시키는 친환경차용 브레이크 시스템이다. 기존 브레이크보다 에너지 손실률을 70% 가까이 줄일 수 있고, 에너지를 덜 낭비하는 만큼 연비가 향상되는 효과도 있다. 현대모비스는 이 기술 개발 과정에서 해외 20건을 포함, 국내외 총 109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자율주행차 핵심 기술 개발도 성과가 돋보인다. 자율주행 구현에 꼭 필요한 차선이탈방지(LDWS), 차선유지보조(LKAS), 긴급자동제동(AEB), 지능형주차보조시스템(SPAS), 스마트크루즈컨트롤(SCC) 등 ADAS (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 기술은 이미 상용화했다.
나아가 부분 자율주행에서 완전 자율주행으로 진화하는 데 필요한 고성능 융복합 센서와 고정밀맵 등 기술 고도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내 차의 360도 반경에 있는 주변 모든 차량과 보행자, 신호 체계 등 주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탐지할 수 있는 V2X(Vehicle to X) 통신 연계 시스템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 365일 불빛이 환한 연구동
마북 연구소는 1년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친환경, 지능형차의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안전한 주행을 위해 부품 하나하나에 대한 꼼꼼한 품질 테스트가 밤낮없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연구소에는 다양한 시험 장비들이 갖춰져 있다. ‘모터 다이나모미터실’은 친환경차에 필수적인 구동 모터의 성능과 내구 평가를 진행한다. 가감속에 따른 내구 강도를 검증하고 다양한 주행상황에서 발생하는 부하 변동, 온도 변화(냉열) 등의 내구성을 평가한다.
‘UX(User Experience) LAB’에선 운전자의 주행 중 인지 변화 상황을 연구한다. 시뮬레이터를 설치해 가상 주행 환경을 만들어 놓고, 운전석 앞 유리에 시선 추적기를 달아 주행 중 운전자의 행동 변화를 체크한다. 운전자의 주의 분산을 최소화해 오디오와 내비게이션 등 멀티미디어 기기를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최적의 사용 패턴을 찾아낸다. ‘전파무향실’은 차량 내 각종 전장품들이 강한 전자파에 노출됐을 때 오작동을 일으키는지 여부를 검증하는 곳이다. 최근 자동차가 점점 스마트해지면서 차량 내에 각종 전장 장치들이 복잡하게 연결되는데 이런 전장품들 간의 전자파 간섭 현상을 미연에 방지하는 시험들이 진행된다.
원격 전자동주차 (Remote SPAS)
친환경·지능형차 부품 전문 기업이 목표
친환경·자율주행차가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먹을거리로 급부상하면서 완성차와 부품, IT업계의 미래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합종연횡과 전략적 제휴, 인재 영입 경쟁은 이미 본격화됐다. 이제는 과감한 투자와 장기적인 안목으로 ‘가격 경쟁력 있는 시장 선도 기술을 누가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현대모비스는 친환경, 지능형차 부품 전문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전략 아래 연구개발 인력 확충과 투자 확대, 인프라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13년에 600억원을 들여 자동차 전자 장치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전장연구동을 신축했고, 올 1월에는 입사한 신입사원 300여 명 가운데 절반 이상을 연구개발 분야에 집중 배치했다.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약 6200억원, 전년 대비 25% 이상 크게 늘었다. 오는 10월 현대모비스가 충남 서산에 독자적으로 마련하고 있는 주행시험장이 완공되면 SPAS와 AEB 등 자율주행 신기술 개발 실차 평가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대모비스 선행연구실의 박순조 상무는 “Do It First, Be the Best.는 선제적인 신기술 개발로 최고가 되자는 의미의 우리 연구소 캐치프레이즈”라며 “현대모비스의 기술력이 국내 자율주행시스템의 현주소”라고 강조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9호 (2016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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