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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년 맞은 KT 황창규 호…스토리텔링 경영 통했다
입력 : 2016.03.08 16:4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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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27일 황창규 회장이 KT의 수장에 오르자 업계에는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았다. 삼성전자 CEO 출신으로 활약한 경험을 통해 KT에 혁신 DNA를 주입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전자(제조업)와 통신(서비스업)은 성격이 다른 분야인 만큼 이전과 같은 성공을 거두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팽팽하게 상존했다. 상황도 좋지 않았다. 당시 계열사 직원의 사기대출 연루, 고객 개인정보 유출 등 잇달아 악재가 불거진 시기였던지라 기대보다 우려 섞인 목소리가 많았다.
첨단농업·원격 영어연수 가능케 하는 ‘기가 아일랜드’ 밑그림 황창규 KT 회장은 잇따른 악재를 회피하는 대신 정면으로 돌파하는 것을 선택했다.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벌어졌을 때 뒤로 숨거나 변명 대신 직접 전면에 나서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리스크 관리 측면에 있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취임 초 우려들은 2014년 5월 열린 첫 기자간담회를 기점으로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KT의 새로운 목표로 ‘기가토피아(GiGAtopia)’를 제시한 황 회장은 KT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스마트 에너지, 통합 보안, 차세대 미디어, 헬스케어, 지능형 교통관제 등 5대 미래융합서비스를 집중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3년간 4조5000억원을 투입해 기존 인터넷보다 10배 빠른 ‘기가 인터넷’을 선보이겠다고 밝혀 화제가 된 바 있다. 멀게 느껴졌던 공약은 5개월 만에 현실이 됐다.
2014년 10월 20일 KT는 국내 최초로 기가 인터넷을 전국 상용화하며 유선에서 ‘기가시대’를 열었다. 기가 인터넷이 제공하는 1기가급 속도는 1994년 국내에서 처음 상용화된 인터넷 서비스인 코넷(9.6Kbps)과 비교할 때 10만 배 이상 빠른 수치다. 전남 신안 임자도에는 1호 ‘기가아일랜드’를 선보이며 미래 비전으로 제시한 기가 토피아의 밑그림을 그렸다. ‘기가아일랜드’는 말 그대로 기가 인프라를 기반으로 기가토피아를 미리 구현한 섬이다. 기가아일랜드로 변신한 임자도는 초등학생들이 첨단 솔루션을 활용해 서울의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외국어를 배우고, 기가사랑방에서 주민들이 UHD 화질로 최신 영화를 감상한다. 또 요닥 서비스 등으로 노인들에게 의료 혜택을 제공하고, ICT 솔루션을 활용해 농사를 지을 수도 있다.
백령도·청학동·임자도 잇는 ‘기가스토리’ 기가아일랜드를 포함해 KT가 추진 중인 ‘기가스토리’는 낙도와 오지의 주민들에게 첨단 ICT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기가아일랜드는 유네스코와 ITU가 설립한 브로드밴드위원회에 소개돼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KT의 기가스토리는 임자도를 시작으로 대성동(기가스쿨), 백령도(기가아일랜드), 청학동(기가창조마을)으로 이어졌다.
취임 1년여가 지난 2015년 3월에는 미래 통신 서비스인 ‘5G’에 대한 구체적 비전을 제시해 글로벌 통신시장에서 한국이 5G 주도권을 잡는 계기를 만들었다. 황창규 회장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5에서 ‘5G, 미래를 앞당기다(5G & Beyond, Accelerating the Future)’를 주제로 5G의 미래상을 발표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연설에 깊은 감명을 받은 노키아, 에릭슨과 같은 글로벌 통신기업들은 앞다퉈 KT와 5G R&D 협업을 제안하고 있다.
2015년 6월에는 세계 최초로 ‘기가 LTE’를 상용화하며 유선(기가 인터넷)에 이어 무선에서도 ‘기가 시대’를 열었다. 기가 LTE는 3CA LTE와 기가 와이파이를 하나의 통신망으로 묶어 기존 LTE보다 15배 빠르고, 3CA보다 4배 빠른 최대 1.17Gbps의 속도를 제공한다. 유선에 이어 무선에서도 기가급 속도가 구현되면서 모바일에서도 고화질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이에 앞서 2015년 5월, KT는 음성을 무제한 제공하는 ‘데이터 선택 요금제’라는 상품을 출시해 이동통신시장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그동안 수세적이었던 KT가 경쟁사의 허를 찌르는 깜짝 발표로 시장 주도적 사업자로 변신하는 계기를 얻었다.
2015년 9월, 대한민국 통신 130년을 맞아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황 회장은 ‘지능형 기가 인프라와 ICT 융합으로 4차 산업혁명을 이끌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이는 통신기업의 비전이 아닌 산업 전반을 바꾸는 혁신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미래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올해 들어서는 기가 인터넷 가입자 100만명을 발표하며, 기가 서비스의 대중화를 선언했다. 이는 1년 2개월여 만에 거둔 성과로, 가정이나 사무실 단위로 사용하는 초고속 인터넷의 특성을 감안할 때 전국 가구당 2.61명(2013년 통계청 추계)을 단순 대입하면 260만명 이상이 기가 인터넷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황창규 회장이 취임과 동시에 내부 직원들에게 강조한 것은 ‘1등 KT’였다. 황 회장은 취임사에서 “어려운 시기에 회장으로 선임된 것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운을 뗀 후 “임직원 모두에게는 1등 DNA가 이미 내재돼 있으며, KT인의 자부심과 열정으로 KT가 주력하는 통신사업을 다시 일으켜 ‘1등 KT’를 만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취임 일성으로 강조한 ‘1등 KT’는 Single KT, 고객 최우선, 정도 경영과 함께 KT그룹의 새로운 핵심가치로 자리 잡았다. ‘Single KT’를 통해 부서 간 벽을 없애고 그룹사 간 시너지를 창출할 것을 강조했으며, ‘고객 최우선’을 통해 임직원들이 고객의 입장에서 고민하고 변화할 것을 주문했다. 또 올바른 의사 결정과 윤리적 판단을 통해 ‘정도 경영’의 실천을 당부했다.
황 회장이 KT에서 보낸 2년간 내부적으로 거둔 가장 큰 성과는 잠들어 있던 1등 DNA를 일깨워 임직원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시킨 점과 ‘국민기업 KT’의 구성원으로서 자긍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이다.
한편 황 회장은 취임 이후 1주일에 1회 이상 직원들과 점심을 함께하는 ‘소통 경영’을 펼치고 있다. 지난 2년간 점심을 같이하거나 차를 마신 KT 및 그룹사 직원의 숫자가 2200명 이상이다. 식사 자리에서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한 후 해당 부서에 문제 해결을 지시한 경우도 적지 않다.
2015년 1군 무대에 데뷔한 KT Wiz 야구단에도 남달리 신경 쓰고 있다. 지난해 3월 홈 개막전에서 벌어졌던 단체 응원에 참석한 것은 물론 연패로 팀 분위기가 가라앉았던 5월에도 선수들을 만나 격려하기도 했다. 통신 130년을 기념해 KT그룹 구성원 8500여 명이 참여했던 9월 24일 경기에서도 신입사원의 시구를 받는 ‘시포자’로 깜짝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KT가 ‘데이터 선택 요금제’를 출시하자 경쟁사에서 비슷한 상품을 내놓았지만 ‘데이터 밀당’은 특화 서비스로 유지되고 있다. 서비스가 특허 출원돼 있었기 때문이다. 남은 데이터를 다음 달로 넘기고, 다음 달 데이터를 미리 끌어 쓸 수 있는 ‘데이터 밀당’은 KT가 특허 출원한 ‘데이터 부가 서비스 제공 시스템 및 방법’에 기반을 두고 있다.
KT의 변화는 수치로도 입증되고 있다. 우선 취임 첫해 적자에서 흑자로 반등에 성공했다. KT는 2015년 연결 기준 1조2929억원의 영업이익(잠정치)을 달성하며, 3년 만에 영업이익 ‘1조 클럽’에 복귀했다.
기업 신용등급 또한 호의적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KT의 신용등급 전망을 ‘AAA 부정적’에서 ‘AAA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도 KT의 신용등급 전망을 ‘A- Negative’에서 ‘A- Stable’로 상향했다.
영업 성과도 고무적이다.
기가 서비스만 하더라도 기가 인터넷 100만명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기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기가 UHD TV’ 서비스는 40만명 이상, ‘기가 와이파이 홈’ 서비스는 60만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다. 또 기가 인터넷에 기반을 둔 KT의 ‘기가 LTE’ 서비스는 50만 이상이 쓰고 있다. 무선의 경우 2015년 11월 기준 연간 순증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편 KT는 ICT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사업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KT가 주도하는 KT 컨소시엄은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은 데 이어 지난 1월에는 ‘K뱅크 준비법인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우리동네 네오뱅크’와 ‘일자리를 만드는 은행’을 내세운 K뱅크는 검증된 빅데이터와 온오프라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고객이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은행을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래 사업에서는 스마트에너지 분야가 두드러진다. KT는 지난해 12월 경기 과천에 에너지의 ‘생산-소비-거래’를 통합, 관제할 수 있는 KT-MEG 센터를 열었다. KT의 ICT 역량을 기반으로 한 KT-MEG 센터는 신재생에너지(생산), 에너지 효율화(소비), 전기자동차 충전, 수요자원 운영(거래) 등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 KT-MEG이 적용된 목포 중앙병원의 경우 2개월 동안 에너지 비용을 73%나 절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편 황창규 회장은 ICT를 기반으로 한 융합형 서비스에서 2020년까지 5조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6호(2016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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