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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 헌터’ 유순신의 Upgrade Your Career] (17) 2016년 인사 트렌드 MONKEY
입력 : 2016.01.04 15: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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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새 달력의 첫 장이 시작되었다. 다사다난했던 2015년을 보내고 새롭게 맞이한 2016년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슴이 두근거린다. 지난 연말에 이어 대부분의 기업들이 정기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겸비한 리더를 전략적으로 배치하고, 시장을 선도하는 중책을 맡을 인재를 과감하게 발탁할 계획이다. 연령과 연차를 불문하고 탁월한 실적을 거둔 40대 중심의 임원 인사를 단행한 기업도 있다.
외부에서 스카우트된 여성이 아니라 내부에서 성장해 유리천장을 뚫은 여성 임원도 속속 나오고 있고, 장기적으로 전체 임원의 30%까지 여성으로 채우겠다는 방침도 눈에 띄는 현상이다. ‘적합한 인재(Right Person)를 적절한 부서(Right Place)에 배치’하는 사람 중심의 HR 트렌드가 주력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개인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조직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인재를 선호하는 경향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이를 위해 올해의 인사 트렌드를 ‘MONKEY’로 정리해 보았다.
O(Opportunity) : 위기는 곧 기회다 불과 10여 년 전, B사는 생사의 기로에 서 있었다. 이름만 대기업 계열사였을 뿐 매년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었고 시장점유율도 미미한, 한마디로 부실기업이었다. “한번 살려보라”는 본사 회장의 지시를 받고 오게 된 C사장은 좌천됐다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했다. 그러나 ‘벼랑 끝에 서 있으니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다’라는 각오로 전 직원을 독려했다. 이때 나온 구호가 “신발 끈을 단단히 묶고 갑시다”였다. 회사가 매각되거나 직원의 대부분이 구조조정될지도 모르는 극한 상황이 모두를 한마음으로 뭉치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늘어져 있던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힘없던 눈빛이 다시 되살아나자 잠재력이 드러났다. 세간의 주목을 끌기 시작해 B사 제품이 히트상품으로 선정되면서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고, 없어질 뻔한 회사가 세련된 이미지로 각인되는 등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를 이뤄냈다. 그 결과는 B사의 직원들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 많은 역경을 견디고 헤쳐 나와 성공을 이루었다는 신화 하나만으로 ‘시장에서 선호 1위 인재’가 된 것이다. 천재 발명가로 불리는 에디슨에게 기자가 “2000번이나 실패하면서 중간에 포기할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까?”라고 묻자, “실패라니요. 저는 단지 2000번의 단계를 거쳤을 뿐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에게 실패란 성공을 위한 발판이었던 것이다. 경제 위기가 지속되고 있고, 앞으로 당분간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오히려 지금이 기회일 수 있다. 기업들은 어려울 때 포기하지 않고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 큰 성장을 이루어내는, 위기일 때 더욱 빛나는 인재를 원한다.
N(Nomad) : 유망 직종을 살펴 기회를 잡는다 2013년에 ‘대한민국 희망을 스카우트하는 여성 헤드헌터 유순신’이란 제목으로 고등학교 교과서 <진로와 직업>에 실린 적이 있다. 필자는 승무원으로 시작해 4번의 이직을 통해 당시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헤드헌팅 업계에 뛰어들었다. 당시 모두가 말렸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블루오션’이라는 생각이 들어 도전했고, 현재 커다란 산업으로 발전한 이 업계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과거의 유망 직종이 지금도 잘나가는 것은 아니며, 예전에는 주목 받지 못하던 직업이 인기 직종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21세기는 ‘새로운 유목민(遊牧民, Nomad)의 시대다. ‘잡 노마드(Job Nomad)’들은 평생 한 직장, 한 지역, 한 가지 업종에 매여 있지 않는다. 이들은 어떤 분야가 전도유망하고 앞으로 새롭게 부상할 직종이 무엇인지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유망 분야로는 빅데이터, 핀테크, 클라우드, 공유경제, NGO 등이 있고, 머신러닝과 인공지능이 가까운 미래 생활상을 바꿀 기술이라고도 한다. 또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기업재난관리자, 직무능력평가사, 미디어콘텐츠 크리에이터, 의료관광 경영상담사 등 17개 직업을 정부가 집중 양성할 것이라고 하여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직업세계는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속도는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 이러한 변화의 방향을 이해하고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는 것은 중요하다. 특히 5년 내지 10년 후 미래 직업세계가 어떻게 바뀔지 예측해 본다면 장래 자신의 직업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K(K-mood) : 한국 인재의 위상이 높아진다 D상무는 최근 중국의 한 전자업계로부터 현재 받고 있는 연봉의 5배를 5년 동안 보장해 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받았다. 중국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한국의 핵심 인력들을 스카우트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달 입사 동기 한 명이 인도에서 제일 큰 회사의 대표로 이직한 경우도 보았던 터라, 긍정적으로 고려중이다. 일본의 증권사에서도 인적자원이 우수한 한국에서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의 경기회복으로 현지에서 구인난이 심각해지자, 예전에 한국인 직원을 채용해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던 점을 떠올리고 내려진 결정이라고 한다. 근면함, 성실함, 더 나아가 기술력과 분석력까지 입증 받은 한국인은 세계 유수한 회사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이제 신입사원과 경력직을 불문하고 모두가 전 세계 기업의 스카우트 대상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세계적인 기업 내에서 젊은 피의 한국인들을 쉽게 찾을 수 있고, 국내 패션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재들이 세계시장의 러브콜을 받는 등 우리나라의 국가 이미지와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한국의 인재들이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작은 나라가 아니다. IT강국, 기술집약형 최첨단 제품의 주요 수출국이다. 무엇보다 한국은 인재강국이다. 재능과 능력은 물론이고 열정까지 겸비한 인재들이 지금도 대한민국의 이름을 드높이는 중이다.
Y(Young Adult) : 자기관리에 힘쓰며 80세까지 일할 꿈을 꾼다 며칠 전 중·장년층의 신사분이 회사로 찾아왔다. 그는 자신을 ‘왕년의 영업왕’이라고 소개하며 두툼한 포트폴리오로 그간의 경력과 실적을 자랑했다. 방대한 자료의 양에도 놀랐지만 이력서에 1940년대 생이라고 표기된 것을 보고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목소리는 젊은이 못지않았다. “아직도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스카우트 제의를 받습니다. 하지만 더 좋은 자리를 제안 받고 싶어서 이렇게 전문업체를 찾아왔습니다”라고 당당히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일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금융계 G대표가 “영원히 젊은 오빠로 살고 싶다!”고 외치는 말에는 ‘계속 일하고 싶다’라는 속뜻이 숨어 있다. 그는 매일 오전 한 시간씩 운동을 거르지 않는다. 야채와 삶은 달걀 등으로 간단한 건강식을 하고, 과음과 과식을 삼가기 위해 저녁 약속도 일주일에 두 번 정도만 잡는다. 머리를 짧게 치고 스키니진을 입는 등 패션에서도 젊음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G사장 또한 60세의 나이에 새롭게 중국어 공부를 시작하며 은퇴 후 중국 시장을 대상으로 비즈니스 할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이들이 이처럼 철저히 자기관리를 하는 이유는 80세까지 일하려는 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평균 수명이 길어져서 60세에 퇴직한다고 해도 20~30년의 긴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현명한 직장인들은 관리에 힘쓴다. 풍부한 경험과 경력으로 얻은 노련함에 젊은 외모와 신지식까지 갖춘 시니어들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처럼 모든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결국 인재가 열쇠다. 붉은 원숭이의 해를 맞아, 재빠르고 영리한 원숭이처럼 자신이 가진 장점들을 사회가 원하는 인재상의 모습에 녹여내는 슬기롭고 영민한 한 해가 되길 바란다. 별일 없이 무탈하게, 작년보다 더 나은 올해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본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4호(2016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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