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드 헌터’ 유순신의 Upgrade Your Career] (11) 소통의 중요성

    입력 : 2015.07.06 16:3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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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통경영’의 바람이 불고 있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느껴지면 작은 모임일지라도 곧 깨지고 마는 것처럼 이익 창출을 위한 기업에서 소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업의 성과가 소통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사들이 종종 부하 직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 친구 일 잘해?”라고 묻는 질문에는 궁극적으로 “말이 잘 통해?”라는 의미가 숨겨져 있다. 서로의 말을 못 알아듣거나 이해를 못하면 당연히 실적도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직장 내에서 이루어지는 소통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업무적 소통, 창의적 소통, 정서적 소통, 무언의 소통이다. 업무를 지시하거나 보고하는 것, 정보를 공유하는 대화, 피드백 등이 업무적 소통의 범주에 들어간다. 이것이 잘 이루어지면 업무성과가 향상된다. 두 번째 창의적 소통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거나 비전을 제시하는 것, 또는 협업 요청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창의적 소통이 활발한 조직에서는 창조적인 성과 창출이 가능하다. 정서적 소통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일상적 대화, 상호 이해 및 공감하는 대화 등으로, 조직원 간 관계의 질이 향상된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의 손동작, 자세, 표정, 어투 등을 통해 그 속에 담긴 메시지를 파악하는 것을 무언의 소통이라 한다. 이 네 가지 영역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건강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업무적 소통 직장인 A씨는 상사의 이메일을 받을 때마다 긴장한다. 앞뒤 설명은 전혀 없이 관련 서류만 ‘휙’하고 던져주듯이 전달하기 때문이다. 어떤 업무를 지시하는지 알 수가 없는 A씨는 매번 상사 자리로 찾아가 다시 물어보는 수고를 하는데, 그럴 때마다 “그것도 모르냐”는 핀잔을 받는다.

    업무 처리에 대한 피드백은 받아본 적도 없다. 이런 일이 되풀이될수록 A씨는 지쳐갔고, 직장 생활에 흥미도 없어졌다. 사정을 알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이 A씨의 업무 능력이 저조하다고 생각해 수군대는 것도 견디기 힘들었다. 결국 연말 인사평가 결과도 좋지 않게 나오고 말았다.

    상사의 불명확한 업무지시와 부적절한 피드백,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회의 등 업무적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성과가 제대로 나지 않고 비효율적이다. 부하 직원이 업무를 잘하지 못할 경우, 이는 그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상사가 제대로 지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싶다. 의사소통을 잘하는 상사 밑에는 일 처리를 잘하는 부하직원이 있기 마련이다.

    한편 중요성은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피드백이다.

    많은 리더는 부하 직원들로부터 올바른 피드백을 받는 데 실패하고, 부하 직원들도 상사에게 피드백 주기를 어려워한다. 진실한 피드백은 어쩔 수 없이 불안감과 불편함을 동반하고, 진실에 직면하는 순간 마음에 상처를 입게 되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직원들의 강점을 강화시키고, 부정적 피드백을 하게 되더라도 직접적인 비판이나 공격 대신 문제 자체에 집중한다면 올바른 업무적 소통의 장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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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의적 소통 B사장은 최근 사내 메신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현장과 동떨어진 의사결정을 하지 않으려면 실무진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직급별 대화방을 두고 수시로 의견을 듣는데, 현안이 발생하면 실무진부터 임원급까지 실시간으로 집단 토론이 벌어진다. 더 나아가 트위터 계정을 신설해 임직원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려는 아이디어를 내고 즉각 실행에 옮겨 지금은 많은 수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다.

    또한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사내 토크쇼를 여러 번 개최해 부하 직원들과 꽉 막혀 있던 대화의 벽을 허물면서 참신한 아이디어를 곧바로 듣고 업무에 적용하고 있다. 예전에는 직접 만나야만 소통이 가능했기 때문에 부서 간 정보교류나 상사와의 대화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소통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그래서인지 임직원들과 직급 파괴 소통을 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조직 구성원 간에 동등한 위치에서 토론과 논쟁이 이루어지도록 자리를 마련함으로써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게 되는 효과가 있다.

    주의할 점은 직급이 높은 사람일수록 10%만 말하고 90%는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베테랑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이 많고, 부하 직원의 이야기가 답답하게 느껴져서 먼저 말해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태도는 조직 내 창의적 소통을 불가능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다양한 의견에 대한 경청과 조율은 리더의 기본적인 책무다.

    낯설고 어려운 제안일지라도 끝까지 듣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직원들의 가슴속에 있는 불타는 창의성을 끌어내 성과로 연결할 수 있다.

    정서적 소통 C사장은 서울 외곽, 그것도 북쪽에 위치한 골프장의 경영자다. 서울 도심에서 한 시간 반 이상 걸리는 거리여서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멀다고 생각하는 곳임에도 항상 우리나라 10대 골프장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다지 좋지 않은 조건인데도 명성을 얻는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했는데 놀랍게도 아주 간단한 이유 때문이었다. C사장은 라운드할 때 만나는 직원들의 이름을 직접 불러주는데, 직원들은 자신이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서 업무에 임한다.

    또한 더운 날씨에 잔디 보수공사로 땀 흘리며 일하는 인부들을 보고 그 자리에서 금일봉을 건네며 “시원한 음료수라도 사서 먹고 하라”는 배려심도 인상적이었다. 사장이 먼저 다가가 마음을 알아주니 직원들의 사기가 오르고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잔디 위에 떨어진 것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일하게 돼 불황에도 손님이 넘치고 대외 이미지까지 좋아졌던 것이다.

    정서적 소통은 상호 이해와 배려, 인간적인 교류 등 구성원의 감정과 밀접하게 연관된 소통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리더가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고 부하 직원들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중요하다. 막상 칭찬을 하려고 하면 어색할 때가 많은데, 호주머니에 동전을 5개씩 가지고 다니며 칭찬을 한 번 하면 동전 하나를 반대쪽 호주머니로 옮겨 퇴근 시점에 칭찬을 얼마나 했는지 알아보는 방법도 사용해볼 만하다.

    칭찬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말도 더 신경 써서 예쁘게 하게 되며, 이는 다시 칭찬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계속된다. 지금까지는 사내 의사소통이 업무적 소통, 창의적 소통 등 기업의 성과와 효율을 위한 측면에만 치우쳐 있고 직원들의 마음과 행복까지는 미처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성과지향적 소통방식과 함께 정서적 소통이 병행돼야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아지고, 이는 업무에 대한 열정으로 이어져 기업의 경쟁력이 향상되는 결과를 낳는다.

    무언의 소통 D기관장이 얼마 전 겪은 일이다. 아침 출근길에 회사 정문 앞에서 얼굴을 찌푸리며 혼잣말로 “어디서 퀴퀴한 냄새가 나네”라고 중얼거린 적이 있었다. 다음날 인부 여러 명이 땅을 파헤치고 있는 희한한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자신이 아침에 했던 한마디 때문에 원인을 찾는다며 주위의 도로를 파헤치고 있었던 것이었다. 윗사람 눈치를 많이 보는 문화와 ‘상사가 시키는 대로 하면 손해 보지 않는다’라는 생각이 빚어낸 결과였다. D기관장의 별 뜻 없는 말이었음에도 숨겨진 의미를 알아내려고 과도하게 생각하다 보니 일어난 일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말 속에 숨겨진 뜻을 찾는 ‘행간 읽기’를 좋아한다. 특히 얼굴 표정, 시선, 손짓, 말투 등 비언어적 요소에서 숨은 뜻을 찾아낸다. 실제로 이러한 요소들은 의사소통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몸짓과 태도 등의 말하는 행동이 55%, 음성이나 어투 등의 청각적인 요소가 38%, 말의 내용은 7% 정도가 대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매러비안 법칙’이 이를 증명한다.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평소에 표정과 태도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위의 사례처럼 과하게 받아들이는 경우 물의가 생길 수 있으므로 지양해야 하지만, 상사와 부하 직원 서로에게 신뢰가 있다면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의도하는 것을 알아낼 수 있다. 소통의 달인들은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어떤 입장으로 대화를 하고자 하는지’에 집중한다. 즉, 말 자체의 내용보다 상대방의 숨겨진 뜻을 파악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은 “1000명의 직원을 둔 리더는 모든 직원과 대화하고 설득할 각오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며 직원 간의 소통을 강조했다. 리더십을 훈련 받고 교육을 통해 경영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처럼 리더에게 커뮤니케이션은 개발해야 할 ‘공적’ 영역이자 또 하나의 경쟁력이다. 기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고 싶다면 위에서 언급한 네 가지의 소통영역이 조화되고 균형을 이루도록 힘쓰는 것이 필수 요소다. 리더가 열린 자세로 먼저 말을 건다면, 그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순식간에 퍼져 담론화되고 일방적인 지시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을 가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소통의 힘이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8호 (2015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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