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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하는 기업금융환경…과감한 결정이 생존을 결정한다
입력 : 2015.05.15 17: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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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금융의 질서를 와해시키는 메가트렌드 1. 규제 강화에 따른 비용 상승 바젤Ⅲ 및 자금세탁방지, 테러자금지원방지, 제재감시(sanctio ns monitoring) 그리고 사업 수행 및 공정한 고객 대우와 관련 일부 국가에서 규제가 강화됐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규제가 기업 금융에 미치는 영향은 예상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 늘어났던 마진이 금융 위기 기간에 줄어든 반면 규제 준수 비용은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바젤Ⅲ의 자본 및 유동성 요건으로 일부 핵심 상품 및 고객군의 경제성과 매력도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보완자본(Tier2)이 제공하는 리스크 관리상품이 위험가중 자산, 유동성 및 자본과 관련된 새로운 규제로 큰 타격을 받는 것처럼 말이다. 은행은 새로운 규제환경에 부분적으로만 적응한 상황이다. 새롭게 발생한 규제비용 압력을 최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은행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리스크, 자본, 자금조달, 유동성 측면에서 탄탄한 분석에 입각해 고객을 선별하고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며 새롭게 발생한 규제 비용 압력을 최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2. 고객 니즈 변화 기업금융 전문가들은 소매 금융보다 기초적인 고객 조사에 시간을 적게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구체적인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솔루션을 요구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최근에 기업이 요구하는 솔루션은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맞춤형 자문: 기업은 거래하는 은행에서 일반적인 상품에 대한 설명이 아닌 금융과 관련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고도의 맞춤형 자문을 받고 싶어 한다.
·종합적 솔루션: 사업 운영의 효과와 효율성은 높이고 리스크는 낮춰 운영할 수 있는 종합 솔루션을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
·업계 특수성을 반영한 솔루션: 일부 대기업은 이미 업계 특수성을 반영한 전문적인 솔루션이 제공돼 왔지만 이제는 중소기업 고객도 해당 업계의 결제 주기, 대차대조표 구조, 리스크 특성에 맞는 상품을 찾고 있다.
·빠르고 단순한 솔루션: 기업은 내부 프로세스를 단순하고 신속하게 바꾸기 위해 투자한 것처럼 거래 은행에도 동일한 기대를 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금융부는 고객의 사업을 보다 단순하고 쉽게 만들 수 있는 결제 및 자금 관리 솔루션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3. 디지털 혁명 BCG가 기업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은행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디지털 역량을 꼽은 응답자가 70% 이상이었다. 그중에서도 빅데이터는 기업금융 디지털 혁명의 핵심 요소다. 많은 기관이 결제 시스템을 통해 다량의 고객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고객 구매력 분석 기술과 유사 기업의 행태를 바탕으로 고객이 가장 원하는 상품을 알아낼 수 있다면 생산성을 훨씬 배가할 수 있다.
4. 탈 중개화와 세계화 디지털 혁명으로 전통적 기업금융기관과 고객 사이에 스스로를 포지셔닝하고 있는 새로운 경쟁사가 생기고 있다. 그림자 금융 기관과 채권자본시장(DCM)의 공급 기관(provider)이 대표적 예다. 이들은 자금 수요자를 대안적 자금 조달 기관과 직접 연결시키며 기존 기업금융기관을 판도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주요 트렌드로 지목돼 왔던 세계화는 지금도 여전히 기업 금융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주요 요소로 꼽히고 있다. 해외 공급 사슬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늘어나며 이들 기업의 금융 니즈 역시 변하고 있다. 전통적인 기업금융 네트워크와 연계되지 않은 브라질, 중국과 같은 새로운 무역 경로가 부상하고 있다.
항공 우주에서부터 농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의 신흥 챌린저 기업들은 차세대 다국적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자국 시장을 벗어나고 있다.
기존질서를 파괴하는 흐름이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충돌하면서 기업금융은 전례 없는 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다. 이는 상하위권 은행 간의 격차를 더 벌릴 것이다. 5년 뒤 성공을 위해 명확한 방향성을 가진 고유의 길을 개척하자. 근본적인 변화를 피하려는 기업금융부는 미래지향적으로 사고하는 경쟁사와 격차가 벌어지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미래를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려야 할 시기다.
2020년 성공적인 가치창출을 이룬 기업금융부의 특징 5가지 변화하는 트렌드에 적응, 5년 뒤 성공적인 가치창출을 이룬 기업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1. 정밀한 포트폴리오 도입 첫 번째이자 가장 전략적인 방법은 기업금융 포트폴리오를 정밀 검토하는 일이다. 동일한 은행에서도 중소기업에서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객군과 상품, 지역에 따라 성과 차이는 크게 벌어질 수 있다.
기존 질서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자원이 필요하다. 자본, 자금 조달, 리스크 역량 등 단순한 대차대조표뿐만 아니라 인재, IT 투자, 최고 경영진의 역량 등 운영적 자원도 필요하다. 하지만 고객, 상품, 지역에 동시에 투자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진 기관은 드물다.
따라서 은행은 사업 규모를 서서히 줄이거나 철수해야 할 부분을 정해 우선순위에 투자할 수 있는 여유 자원을 확보하는 등 전략적 로드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2. 산업 전문성 개선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상위권 기업금융부는 대기업에서부터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고객사가 속한 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상위권 기업금융부는 규모, 성장성, 상품 구성, 리스크, 경쟁 우위가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판매할 수 있는 역량 등 근본적인 사항을 체계적으로 검토 및 평가해 우선순위를 정한다.
또한 산업 전문성 수립에 적합한 모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검토한다. 은행은 향후 경로를 계획하는 과정에서 전문성 확대가 어떻게 경쟁 우위로 이어질 수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전문성 수립 전략의 핵심이 디지털 요소가 확실한 신상품 개발일 수도 있는 만큼 거래 데이터는 매우 중요하며 비용관리도 놓쳐서는 안 된다. 산업별 RM(Relationship Manager)은 신규 고객 유치, 교차 판매, 가격 결정을 활용해 산업 전문화 수립 모델 도입으로 발생하는 추가적인 비용과 복잡성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3. 새로운 고객 맞춤형 솔루션 개발 새로운 고객을 위한 맞춤형 솔루션이 창출하는 효과는 상당히 클 수 있다. 예를 들어 트랜잭션 뱅킹(Transaction Banking)을 적용한 이후 헬스케어 산업 고객은 복잡한 매출 패턴을 잘 관리하게 됐고 행정 비용도 절약했다. 국가마다 의료 시스템은 상이하지만 어느 국가에서나 송장과 결제 내역, 치료 및 지급 방법과 관련한 극비 정보를 교환해야 하는 환자, 의사, 병원, 보험사 등이 존재한다. 효과적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고객을 유치한 은행은 그렇지 않은 은행보다 고객을 빼앗길 가능성이 적다. 대출도 마찬가지다. 유럽의 한 주요 은행은 대형 유통업체의 가치 사슬 전체를 포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핵심은 프랜차이즈를 대상으로 영업 자본, 임대, 자금 관리, 판매시점관리 솔루션 등이 제공되는 통합 상품이었다. 은행은 이를 통해 고객사에 대한 지식을 넓히고 관계를 돈독히 유지했으며 프랜차이즈 매출 데이터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 리스크를 관리하게 됐다.
4. 디지털 모델 및 빅데이터 역량 개선 디지털 기술로 가치 사슬 전체에서 기업금융의 업무 방식은 대대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기존 상품을 온라인으로 옮겨 놓은 곳도 있지만 고객의 관점에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디지털 서비스 및 애플리케이션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곳도 있다.
이는 매우 바람직한 모습으로 기업 금융부는 하루빨리 디지털 기술을 서비스에 적용해야 한다. 비금융권인 페이팔(PayPal), 스퀘어(Square), 알리바바(Alibaba)가 편리하고 새로운 결제시스템으로 업계를 주도하며 경쟁사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5년 뒤 현재보다 더 나은 포지션에 위치하기 위해 기업금융부는 한걸음 물러나 고객의 관점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5. 운영 효율성 달성 최근 BCG가 기업금융부 경영진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전원은 운영 효율성이 핵심적으로 중요한 요소라는 데 동의했지만 상위권 기업금융부조차도 운영 효율성과 관련한 주요 영역에서 당행의 성과를 추적하고 보고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운영 효율성과 관련한 부족한 점은 대출 완료 시간, 계좌 개설 시간, 판매 및 내부 행정 활동에 대한 시간 분배 등 고객 만족도 및 영업 조직 생산성 측면의 중요한 부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다른 산업 대비 기업금융부에서 핵심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산업화(industrialization)가 덜 진행됐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비용 절감, 고객 서비스 개선, 영업 조직의 서류 업무 부담 해소를 동시에 실현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2020년에 이르면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서비스 제공, 간소화된 조직 구성과 기초적인 역량관리 측면에서 상당한 개선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르겐 슈바르츠(Jurgen Schwarz)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암스테르담오피스 시니어파트너
카스턴 바움게르트너(Carsten Baumgartner) BCG 뮌헨오피스 파트너
젠나로 카잘레(Gennaro Casale) BCG 밀라노오피스 파트너]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6호(2015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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