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핀테크 시장 지각변동…‘삼성페이’ 7월 전격 출격
입력 : 2015.05.08 16:01:19
-
# 칵테일을 주문하고 계산대에 섰다. 플라스틱 신용카드나 현금 대신 갤럭시 S6 스마트폰을 꺼낸다. 화면을 열고 사전 등록한 신용카드를 고르고 홈 버튼에 손가락을 대자 지문인식 기능이 켜진다. 앱이 실행된 후 스마트폰을 포스(POS:판매 시점 관리) 단말기에 대자 ‘삐릭’ 소리와 함께 결제가 끝났다. 지갑을 꺼낼 필요도 카드 결제를 위해 매번 다른 형식적인 사인을 할 필요도 없이 주문에서 결제까지 10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핀테크 시장 진입을 위한 삼성전자의 야심작 삼성페이는 사용자가 원하는 카드를 골라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고 백화점 할인카드나 포인트 적립을 위한 멤버십 카드도 이용할 수 있다.
핀테크 춘추전국 패권은 어디로…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콜라보레이션’ 핀테크 시장에서 글로벌 금융사들과 ICT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구글, 애플, MS, 알리바바, 아마존 등 분야를 막론하고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가세하며 판은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신한, BC, NH, 하나 등 신용카드 업계도 시장에 진출해 있고,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페이’, LG유플러스 ‘페이나우’를 비롯해 통합 O2O 커머스 플랫폼 YAP(얍), 티몬페이, 시럽페이 등도 간편결제 서비스를 시작한 상태다. 특히 진출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분야인 간편결제 분야에 많은 기업이 진출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핀테크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가입자를 가장 많이 유치한 기업이라고 하면 다음카카오(카카오페이 300만명)인데 카카오톡 가입자수(2014년 기준 1억7000만명)에 비해서는 초라한 수준이다. 춘추전국 형국에서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한 금융사, ICT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글로벌 핀테크 리더들도 국내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페이팔의 경우 2013년 4월 하나은행과 제휴를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한국어 서비스 지원에 이어 KG이니시스와 업무 제휴를 맺으며 시장진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알리페이 역시 한국 시장 진입을 꾸준하게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400여개 가맹점에서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결제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실제 명동, 가로수길 등에서는 페이팔 로고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중국 최대 게임업체인 텐센트의 전자결제 회사인 텐페이도 한국 시장 진입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업체들이 아닌 알리바바, 구글, 애플 같은 거대기업들이 들어와서 혁신을 주도한다면 당장 외부 기업에 의해 금융산업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 간편결제 업체 한 관계자는 “거대한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는 단말기 제조업계나 신용카드 업계를 주도하는 글로벌 금융사들이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참여할 경우 서비스는 한층 더 빨리 대중화되고 영향력도 커질 것”이라 전망했다.
‘삼성페이’가 결제시장 판도 바꾼다 핀테크 열풍과 함께 모바일 결제 분야도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업계는 2014년 모바일 결제시장 규모가 390조원으로 추산하며 2016년 800조원으로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성장성에 스마트폰이라는 걸출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도 모바일 결제 시장에 뛰어든 상황이다. 국내에는 아직까지 진출한 기업이 없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올 7월 삼성페이 출격을 앞두고 있다.
모바일 결제 서비스 ‘삼성페이(Samsung Pay)’는 최근 출시된 ‘갤럭시 S6’와 ‘갤럭시 S6 엣지’에 처음으로 탑재됐다. 국내에서는 앱카드 협의체에 속한 삼성, 신한, KB국민, 현대, 롯데, NH농협 6개사뿐만 아니라 BC, 하나, 우리카드 등과 협력해 1회용 가상 카드인 앱카드 방식을 우선 적용하여 출시할 예정이다. 나이스정보통신, 한국정보통신, 키스정보통신, 다우데이타 등 결제 부가 통신망 사업자와도 협력해 더욱 많은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앱카드 방식은 개인의 카드 정보를 앱에 등록하고, 지문 인식과 함께 스마트폰을 교통카드처럼 단말에 접촉하면 결제 가능한 시스템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핀테크 시대’에 맞춰 국내시장은 물론 글로벌 모바일 결제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3월 25일 중국을 방문해 창쩐밍 시틱그룹 대표이사를 만나 핀테크를 포함한 광범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시틱그룹은 중국 최대 투자회사로 중신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말에는 세계 최대 전자결제 업체인 페이팔의 창업자 피터 틸과 미팅을 가졌다.
또한 미국 주요 카드 업체의 최고경영진들을 만나 삼성페이와 관련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삼성은 향후 마스터 카드(Master Card), 비자(Visa),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 등 카드사를 비롯해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 시티(citi), JP모간 체이스(JPMorgan Chase), U.S.뱅크(U.S. Bank) 등 글로벌 카드사, 금융사와도 협력할 예정이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간편결제 방식은 NFC와 QR코드, 바코드, 유심, 비콘 등으로 다양하지만 기존 카드 단말기에서 사용 불가능한 경우가 대다수라 불편하고 카드 가맹점 입장에서는 추가비용을 들여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삼성페이’는 NFC뿐 아니라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Magnetic Secure Transmission) 방식을 함께 지원하기 때문에 기존의 결제기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서 업체 입장에서는 별도의 추가 설비나 교체할 필요가 없어 유리하다. 한국, 미국 등에 우선 적용될 MST 기술은 NFC 방식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많은 사용자들이 선호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MST를 통해 국내 약 250만개의 가맹점에서 단말기를 가지고 있고 전세계적으로는 3000만개가 보급돼 있다.
삼성페이가 범용성을 높일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사전준비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이노베이션 센터를 통해 이전부터 매사추세츠에 위치한 모바일 결제 솔루션 업체 루프페이(LoopPay)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었다. 2014년 8월에는 삼성, 신용카드 업체 비자 (Visa), 싱크로니(Synchrony) 3사 공동으로 루프페이에 투자했고, 지난 2월에 삼성전자는 미국 루프페이를 인수했다. 루프페이는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Magnetic Secure Transmission) 관련 특허 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루프페이의 MST 기술은 미국 대부분 매장에서도 사용하고 있어 해외시장 진출 발판도 마련했다.
삼성전자가 루프페이의 인력, 기술 등 모든 자산을 인수함으로써 루프페이 창업자 윌 그레일린(Will Graylin)과 조지 월너(George Waller)를 비롯한 주요 임직원들이 삼성전자에 합류했다.
토큰 기술로 보안성 강화 핀테크 시장이 커지며 취약한 보안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삼성페이가 채택한 마그네틱 방식이 전자칩(IC칩) 방식에 비해 보안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삼성페이가 꺼내든 카드는 토큰화 기술이다. 카지노에서 칩을 이용하는 것과 유사하게 결제 순간마다 새로운 가상카드 정보(토큰)를 생성하는 것이다. 칩을 카지노 외부로 가지고 나가도 현금처럼 사용할 수 없는 것처럼 1회용 토큰 역시 외부 유출돼도 결제에 도용될 가능성이 없는 것이다. 이러한 토큰 기술은 변조를 막는 데도 효과적이어서 일반 신용카드에 비해서도 안전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 보안업체 관계자는 “최근 스마트폰 결제 서비스에 채택된 지문 인식 기술과 삼성페이에 채택된 토큰 기술은 일회용 결제 정보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실물 카드보다 보안성이 높은 편”이라며 “사용보다 카드 등록 시에 보다 철저한 신원 확인 제도나 스마트폰 분실 후 조치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측은 이에 대해 “분실 시 보안 우려에 관해서는, ‘디바이스 위치 찾기(Find My Mobile)’ 서비스를 통해 기기 위치를 탐색하고 카드정지와 유사한 잠금 기능을 통해 카드 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며 “삼성페이는 안전하고 간편한 결제 방식과 강력한 파트너십을 통해 모바일 결제 시장의 흐름을 바꿀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은? 신용카드의 자기띠(Magnetic Stripe)에 담긴 정보를 결제 단말기에 전송하는 방식. MST 기술은 자기장을 짧은 시간에 생성하여 마그네틱 신용카드를 긁을 때 발생하는 자기장과 똑같은 신호를 보낸다. 이 자기장은 NFC와 마찬가지로 통신거리가 짧고, 사용자가 전송하는 짧은 시간 동안에만 사용된 후 사라진다.
삼성 직원들은 핀테크 공부 중 삼성그룹은 최근 내부적으로 핀테크의 의미 및 시장 전망 등을 다룬 방송 3부작을 방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 방송을 시리즈로 제작해 핀테크에 대한 계열사 전 임직원의 이해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삼성의 사내 방송인 SBC를 통해 ‘모바일이 바꾸는 금융 서비스’라는 제목의 3부작(총 40~50분)을 제작·방영했다. 이 시리즈는 삼성전자 외에 계열사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3주 동안 매주 수요일 오전에 방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1부 ‘편한가’ 편은 모바일 결제 시장의 현황 및 전망을 살피고 기존 금융 서비스와 차별화되는 해당 서비스의 편의성에 대해 다뤘다. 2부 ‘안전한가’ 편은 핀테크 시장의 최대 화두인 ‘보안’에 대해 논의하면서 삼성의 핀테크 서비스인 ‘삼성페이’의 보안 우수성에 대해 소개했다. 3부 ‘재미있는가’ 편은 미국, 중국 등 해외 실제 사용자의 다양한 사례를 모아 모바일 금융이 주는 흥미로운 요소를 소개했다.
한편 최근 10만명 이상이 몰리며 성황리에 치른 삼성 대졸(3급) 신입사원 공개채용의 첫 전형인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상식 영역에서도 핀테크의 의미를 묻는 문제가 나오기도 해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6호(2015년 05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