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조2000억달러 아시아 인프라 빅뱅서 새 모멘텀 찾자

    입력 : 2015.04.03 15: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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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조2000억달러 아시아 인프라 시장 ‘빅뱅’에서 한국이 변방에 머물 수 있다는 염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이 대형 프로젝트 수주전에서 잇달아 고배를 마시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2013년 8월 총 사업비 11억달러 규모의 최대 50년간 운영 가능한 미얀마 제 2양곤(한따와디) 신공항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지난해 11월 최종 본계약자 선정에서 일본·싱가포르 컨소시엄에 밀려 탈락했다. 베트남은 2030년까지 10기의 원전을 도입할 계획으로 이를 수주하기 위한 국가 대항전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한국은 ‘승전보’를 울리지 못하고 있다. 제 1기는 러시아, 제 2기는 일본이 각각 수주한 상태다.



    2020년까지 아시아 인프라 수요 8조2000억달러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따르면 2010~2020년 아시아 내 인프라 수요는 총 8조2000억달러에 달한다. 세계 경제의 엔진으로 부상하고 있는 아시아 신흥국들이 고속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산업 생산시설 등 대대적인 인프라 확충 계획을 내놓고 있어 인프라 시장이 팽창하는 모습이다. 특히 올해 말 출범하는 아세안 경제공동체(AEC : ASEAN Economic Community) 등 점진적인 아시아 통합도 인프라 수요를 확장시키고 있다.

    김영선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은 “올해 말 아세안 경제공동체가 출범하면 아세안 회원국 내 개별 격차 해소를 위한 메콩강 유역 국가 간 도로망 연결·교량사업, 부두 항만 정비사업 등 연계성 강화를 위한 대형 인프라 사업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ADB는 아시아 인프라 3대 수요가 산업화(Industrialization), 도시화(Urbanization), 연결성(Connectivity)이라고 분석했다.

    지역별로는 전체 8조2000억달러 중 중국이 53.1%, 인도가 26.1% 등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을 제외한 동남아시아가 13.3%, 중앙아시아가 4.5%, 파키스탄·스리랑카 등 남아시아(인도 제외)가 2.4%로 그 뒤를 잇는다. 분야별로는 에너지 인프라 수요가 전체의 48.7%에 달한다. 이어 교통(35.2%), 통신(12.7%), 수자원 및 위생(3.4%) 등의 순이다.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 시내에서 20km가량 떨어진 곳에 도로 포장 인프라 공사가 한창이다. <사진촬영:김현호 MBN PD>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 시내에서 20km가량 떨어진 곳에 도로 포장 인프라 공사가 한창이다. <사진촬영:김현호 MBN PD>
    황금시장 잡기 위한 국가대항전 치열

    아시아 인프라 시장이 팽창하면서 ‘황금시장’을 잡기 위한 국가 대항전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은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연결하는 ‘육상 실크로드’인 ‘일대(一帶)’, 동남아시아·유럽·아프리카로 이어지는 ‘해상 실크로드’인 ‘일로(一路)’, 소위 ‘일대일로’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자본금 1000억달러 규모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 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을 출범시키며 ‘일대일로’ 구상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아시아 전역에 ‘중국판 인프라’를 구축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즉, 중국몽(中國夢) 실현에 나서겠다는 비전이다.

    일본 ‘아베노믹스’의 세 가지 화살 중 하나도 아시아 인프라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는 아세안 인프라 수요가 교통과 도시개발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지난해 ‘해외교통·도시개발사업지원기구’를 출범시키며 해외 인프라 수주 실적을 2013년 기준 10조엔에서 2020년까지 30조엔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해외교통·도시개발사업지원기구 출범에서 보듯이 일본은 정부가 앞에서 끌어주면 은행, 종합상사, 기업 등이 뒤따르는 민관일체형 수주전략을 펼치며 아시아 인프라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른바 ‘올 재팬(All Japan)’ 전략이다.

    ‘4대강 인프라 트라우마’에 빠진 한국 이에 비해 한국은 ‘황금시장’에 효과적 진출을 위한 비전과 전략이 없는 상태다. 무엇보다도 22조원이 투자된 4대강 논란 때문에 국가가 ‘인프라 트라우마’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인프라’라고 하면 단순 토목공사로 간주하고, 나쁜 일자리로 낙인 찍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이러한 ‘인프라 트라우마’로 인해 한국은 인프라 수주를 위한 3박자인 정부, 민간, 금융이 힘을 합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부처 이기주의에 빠져 있고, 민간은 당장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제살 깎아먹기식 저가 수주’ 경쟁을 펼치고 있다. 금융은 보신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해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 파이낸싱 모델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3월 초 감사원이 발표한 ‘공적개발원조(ODA) 추진 실태’ 감사 결과는 부처 이기주의 심각성을 확인해줬다. 감사원은 “기획재정부와 외교부가 사전 협의를 하지 않은 채 ODA 사업을 각각 추진해 갈등을 빚는 등 국내외 신인도를 하락시켰다”며 “ODA 평가보고서를 놓고 기재부와 외교부는 국제회의에서 말다툼을 벌였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지난해 한국의 아시아 건설수주 실적은 159억2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42% 급감한 상태다. 점차 커지고 있는 아시아 인프라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는 오히려 줄어드는 모습이다.

    V라인 구축으로 제 2한강 기적 이룩해야 매일경제는 지난 3월 19일 창간 49주년을 맞아 ADB와 공동으로 아시아 인프라 시장의 효과적인 공략을 담은 ‘원아시아 인프라 프로젝트 V’를 ‘제 24차 국민보고대회’에서 발표했다. 인프라가 저성장과 일자리 문제에 대한 해법이라는 꿈을 갖고 아시아 인프라 시장에서 ‘제 2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자는 것이다. 3%대 저성장 탈출구를 아시아 인프라 시장에서 찾아 궁극적으로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 초석을 다지자는 비전이다.

    한국은 자본력에서 중국, 일본 등에 밀리기 때문에 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이러한 차원에서 매일경제는 한국이 걸어온 길을 벤치마킹하려는 수요가 큰 데다 제 2교역국인 아세안을 핵심 전략 시장이라고 판단하고, 이를 거점으로 아시아 인프라 양대 시장인 중국, 인도 등으로 뻗어나가는 V라인을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중국과 카자흐스탄 국경지역에 위치한 도시 호르고스. 한때 실크로드를 오가던 상인들의 중계지였던 이곳은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 의해 인프라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 현지 인부들이 가스관 매설 공사를 진행하는 모습이다 <사진촬영:김현호 MBN PD>
    중국과 카자흐스탄 국경지역에 위치한 도시 호르고스. 한때 실크로드를 오가던 상인들의 중계지였던 이곳은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 의해 인프라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 현지 인부들이 가스관 매설 공사를 진행하는 모습이다 <사진촬영:김현호 MBN PD>
    서쪽 날개는 ‘코리아 패키지’ 수출 시장

    한국은 산업화에 대한 지식이 있고, 신도시를 성공적으로 건설한 노하우도 있고, 인프라 진화의 지향점인 스마트시티를 만들 수 있는 정보기술(IT) 역량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아시아 인프라 시장 수요와 부합한다는 의미다.

    매일경제는 ‘인프라 트라우마’로 인해 흩어져 있던 이러한 역량을 통합해 원활한 자금조달 시스템까지 갖춘 ‘코리아 패키지’를 만들어 아세안~인도를 축으로 하는 서쪽 날개를 공략할 것을 제안했다. ‘코리아 패키지’의 핵심 상품은 ‘도시’다. 대한민국이 과거 고도성장을 할 수 있었던 기반이 바로 구미·울산·포항 등과 같은 도시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라오스, 캄보디아처럼 산업화가 늦은 나라에는 인구 5만명을 목표로 했던 구미 모델을, 산업기반이 어느 정도 갖춰진 베트남에는 울산 모델을, 국민소득이 1만 달러가 넘는 말레이시아에는 송도 모델의 도시를 맞춤형으로 수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인도 동쪽 800km 해안지역에 건설되는 거대 산업단지(비작~첸나이 산업회랑 계획)에는 부산, 포항, 거제, 울산을 잇는 이른바 ‘부산 메갈로폴리스’의 모델을 그대로 옮겨 심을 수 있는 핵심 지역으로 꼽았다.

    동쪽 날개는 리더십으로 협력 모델 창출해야 아세안~중국으로 이어지는 동쪽 날개는 한국이 아시아 공동 번영을 추구하는 ‘원 아시아’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키워나가야 하는 시장이다. 중국, 일본 등 강대국이 아시아 통합을 패권 경쟁에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한국이 중재자 역할을 하면서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적으로 통일시대를 대비해 북한 인프라 개발은 중국도 일본도 아닌 한국이 주도할 수 있고 또 주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 중국이 주도하는 AIIB에 남북한이 동시 가입하는 것을 제시했다. 이 경우 중국으로부터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개발은행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낼 수도 있다.

    서울~신의주 고속철도 프로젝트도 통일시대를 맞아 대한민국이 리더십을 발휘하기 좋은 아이템이다. 북한으로서도 기회를 엿보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에게 사업권을 넘기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중·일 3국부터 모바일 국경을 없애고 유럽 문화 수도 프로젝트를 동북아에서부터 시작한다면 더 많은 IT와 문화·관광 인프라 프로젝트 기회가 우리 기업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양원 매일경제 부국장 장용승 차장 신현규 기자 문지웅 기자 이동석 MBN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5호(2015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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