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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 높은 유가, 산업별 대응책은 무엇인가
입력 : 2015.04.03 15: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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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공사가 투자한 미국 아나다코사의 셰일가스 시추타워
일부 에너지 서비스기업의 경우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이며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정부 역시 유가가 하락하며 상당한 예산 부족 현상이 우려된다.
역사적으로 살펴볼 때 유가하락은 전반적으로 글로벌 경제에 호재로 작용해 왔다. 석유, 가스 등 생산업체에 재무적 어려움을 초래하기도 했지만 소비자의 지출 증대가 투자 감소효과를 상쇄하고도 남았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 역시 이와 비슷하지만 약간의 미묘한 차이가 있다. 최근의 유가하락은 공급 확대뿐만 아니라 적은 수요도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요적인 부분이 아직 유동적이라는 것이다. 전 세계 주요 국가의 경제가 여전히 취약한 상황이고 저유가로 인한 경기부양 효과가 약화됐다. 미국 달러화 강세 역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유가가 50% 이상 저렴해졌을지 몰라도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 소비자가 느끼는 현지 유가 하락폭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많은 국가에서 시행 중인 저금리 정책으로 경제성장을 촉진해 에너지 수요를 늘릴 수 있는 여력도 부족하다. 앞으로의 유가 변동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말이다. 이러한 유가 변동 상황에서 석유·가스 생산업체, 에너지 서비스업체, 소비 및 가공업체에서는 각각 어떤 전략으로 대응해야 할지 알아보자.
1. 석유·가스 생산업체 세금을 통해 직접적으로 상당한 규모의 수입을 얻는 정부, 석유나 가스를 생산하는 기업, 국영 석유기업 등을 의미한다. 이들 업체는 현재 석유 및 석유 관련 자산 매출액이 급감하는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기존에 수립했던 2015년 이후의 재무목표는 상당부분 타당성을 잃었고, 신규 투자를 위해 검토했던 기준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일례로 브렌트유(Brent crude)가 50달러가 되면 아시아 수송을 기준으로 1MBtu당 3달러인 미국 헨리허브(Henry Hub) LNG가 중동 LNG보다 1~2달러 더 비싸진다. 따라서 석유, 가스 생산 업체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통해 기업의 유가 노출도를 몇 달 앞서 정량화하고 조직의 위기 회복력을 가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실제로 유가가 100달러 선에 근접하고 있던 2014년 초 이미 많은 생산업체가 비용 및 효율성 개선 활동을 진행하며 자본 수익 하락을 방지했다. 현재와 같은 유가 환경에서 이 같은 활동은 특히 시급하다.
새로 늘어난 소득 가운데 투자에 쓰인 돈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신속하게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투자를 연기하거나 보류하는 결단력도 필요하다. 운영, 비용 측면의 성과 개선을 위한 활동은 구체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실제로 이러한 접근법을 공격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리딩 기업의 경우 내년도 운영비를 배럴당 1~3달러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모든 생산 업체는 방어 조치로서 핵심 공급업체의 재정적 건전성 및 도산 위험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품질, 안전성, 자산 가용성과 관련된 공급업체의 위기 상황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미리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대형 자산을 제공하는 공급업체와의 관계에서 설치선(Installation Vessel) 등이 구비돼 있지 않으면 주요 프로젝트에 심각한 병목 현상을 유발할 수 있고, 다른 공급업체로 대체도 불가능하므로 이런 부분의 검토가 특히 중요하다. 세금을 통해 직접적으로 상당한 규모의 석유 수입을 벌어들이는 정부의 경우 현재 유가 환경에 맞춰 재무 조항을 조정, 원유 생산에 보다 합리적인 수익률을 제공하고 지속적인 탐사 활동을 장려해야 한다.
실제로 멕시코 정부는 최근 외국계 기업에 자국의 석유 산업을 개방함으로써 산업 전체적인 변화를 불러 오기도 했다. 이 외에도 직원을 효율성 개선을 위한 정상화 및 조직 개편의 촉매제로 바라봐야 하며 장기적인 시각으로 핵심 인재가 기업에 남을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잊어서는 안 된다.
UAE 르와이스공단에 건축 중인 삼성엔지니어링 석유화학 플랜트
일부 대규모 고비용 프로젝트는 연기되거나 리엔지니어링을 요구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압박은 파이프 설치선 등 해양플랜트(offshore) 중심 업체의 경우 더욱 심하며 비교적 탄탄한 성장영역이었던 시추 및 유정 서비스 업체의 내륙작업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생산업체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통해 변화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업 및 사업개발팀이 자산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프로젝트 진행에 따르는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실제로 현재 많은 서비스기업이 프로젝트 연기에 따른 리스크를 파악하기 위해 해당 프로젝트를 세부적으로 검토하고 그에 따른 목표치와 투자 계획을 재조정하고 있다.
선박(vessels), 기지(bases) 등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노후 자산과 인프라를 신속하게 폐기하거나 정상화하는 작업을 진행해, 회복의 기반을 더욱 탄탄하고 효율적으로 구축하는 것도 좋다. 이러한 노후 자산 및 인프라 정상화는 직원 규모 및 지원 비용 측면에서도 이익이 될 수 있다.
기업의 경영 재량권이 큰 경우 현재 상황에 맞게 안정적으로 재정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유가 급락 상황에서는 대형이기는 하지만 재정적으로 변동가능성이 높고 복잡한 프로젝트보다 비용이 고정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생산업체와 마찬가지로 현재의 저유가 환경을 조직 개편이나 인수의 촉매제로 바라보는 관점도 필요하다. 과거부터 유가변동 주기는 업계의 구조적 진화를 가능하게 한 바탕이 됐다. 오일필드(oilfield) 서비스기업에 이러한 상황은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지난해 11월에 진행된 세계 원유서비스업계 2, 3위 핼리버튼(Halliburton)과 베이커 휴즈(Baker Hughes) 합병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업계 1위인 슐럼버거(Schlumberger)가 몸집을 줄이는 틈을 타 합병해 막강한 2위로 발돋움했다. 이처럼 성공적인 도약을 위해서는 인수하고자 하는 잠재적 목표 기업을 사전에 파악하고 적절한 시기에 접근, 신속히 거래해 기업 통합을 촉진할 수 있는 프로세스 구축이 필요하다.
석유유전 플랜트 해상광구
세금 때문에 휘발유 가격이 높아져 유가 하락이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감소한 국가도 많지만 여전히 그 효과는 상당하다. 내부 소비를 위해 연료유를 연소하는 30만 B/D(barrel/day) 정제소의 경우, 유가가 50% 하락하면 연간 비용 이익이 2억달러에 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이 취하는 전략에 따라 이익의 편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적절하고 효과적인 전략을 세우는 기업은 더 많은 이익을 가져올 수 있고 예측이 어려운 유가 변동에 대비, 탄력적으로 대응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소비, 가공 산업은 제품 공급업체와 정부로부터 받는 외부 영향력을 정량화해야 한다. 저유가로 발생한 원가 우위를 토대로 효과적으로 가격을 책정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저유가가 기업 제품에 대한 고객의 수요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등을 예측해 세부적으로 시나리오를 만들어 보는 것이 좋다. 그룹별로 수요의 특징을 정의해 고객층을 분석하면 고객 지지기반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여러 분석을 통해 세운 전략을 중장기적이고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명확한 실행능력이 요구된다. 요즘처럼 유가 변동성이 큰 시장상황에서는 특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최근의 유가 하락은 1980년대 이후 관찰된 하락세 중 가장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다. 유가 하락과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기업이 장기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투자전략 재조정, 인수합병 등 빠른 선제 대응이 중요하다. 오늘날과 같은 예외적인 시장환경에서 취하는 전략은 유가의 다음 주기에서 기업의 포지션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도전과제는 던져졌다. 이를 기회로 삼아 제 2의 도약으로 거듭날지, 변동성이 높은 환경에서 도태될지는 앞으로 전략에 달렸다.
[이반 마틴(Ivan Marten)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에너지 부문 글로벌 리더,필립 휘태커(Philip Whittaker) BCG 어소시에이트 디렉터]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5호(2015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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