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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닛케이BP 플래티넘 포럼 - 리더의 조건 | “리더는 변화와 도전을 선도해야 한다”
입력 : 2015.03.06 16: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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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변혁을 일으켜야 한다. 다른 사람이 두려워하는 일을 하는 것이 리더의 조건이다.”
- 후지모리 요시아키 릭실 사장
“직원들과 대화할 때 ‘당신의 고객은 누구인가. 그 고객이 무엇을 원하고 있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묻는다.”
- 나카야마 이사무 훼미리마트 사장
지난 2월 12일 도쿄 다카나와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열린 제1회 닛케이BP 플래티넘포럼에 참석한 일본 유수의 경영자들이 ‘변혁을 이끄는 리더의 조건’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400명의 기업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포럼에서 고모리 후지필름홀딩스 사장, 후지모리 릭실 사장, 나카야마 훼미리마트 사장은 ‘변혁을 촉진하는 리더의 조건’을 주제로 한 토론에서 기업을 경영하면서 닥친 위기와 도전을 어떻게 극복해 왔는지, 그 과정에서 리더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관해 자사 사례를 들어 참석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했다. 이번 포럼은 닛케이BP 플래티넘 회원들에게 CEO들의 경험과 지식을 직접 전달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올해가 첫 번째 자리다.
잘할 수 있는 분야서 신성장동력 발굴 고모리 시게타카 후지필름홀딩스 회장은 우선 “어떤 회사라도, 어떤 조직이라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며 “이러한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리더의 조건”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이러한 것을 혁신이라고 생각해도 된다”며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경영자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도전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세계화와 사회 변화에 따라서 희생이 필요하거나 문제가 일어나거나 하는 상황에서 도전하고 용기를 갖는 것이 바로 가장 필요한 리더의 조건”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고모리 회장은 한때 세계 최고의 필름 메이커로 확고한 입지를 갖고 있던 후지필름이 디지털카메라의 등장으로 인해 겪은 위기와 이를 극복한 과정을 소개하며 이 과정에서 리더의 역할을 소개했다.
“후지필름은 한때 세계 필름시장 점유율이 39%에 달했으며 당시에는 코닥보다 기술적으로도, 시장 점유율로도 우위에 있을 만큼 사진업계에서 확고한 위치였다”는 고모리 회장은 “하지만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한 이후 큰 위기를 맞게 됐다”고 회상했다.
필름산업은 2000년에 정점을 찍은 이후 인터넷과 디지털카메라의 보급이 시작되면서 급격히 쇠퇴기를 맞았다. 2000년 전 세계 카메라 필름 수요 100을 기준으로 보면 디지털화가 본격화되던 2002~2003년 이후 필름산업은 드라마틱한 수요 감소에 직면하게 됐다. 2008년부터 전통적인 필름 수요는 전성기의 5분의 1인 20 이하로 수요가 급감할 만큼 위기의 시대였다.
고모리 회장은 “이런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시기였다”며 “우리는 리딩컴퍼니였기 때문에 상황을 어른스럽게 판단해야 했다”고 말했다.
고모리 회장은 이 시기에 3가지에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는 새로운 성장전략을 세우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밑바닥부터 철저하게 구조개혁에 나서는 것이었다.
새로운 성장전략은 헬스케어, 약, 진단기기 등 질병의 예방·진단·치료 등의 영역에서 발굴했다. 그는 “사진은 결국 케미칼(화학)산업”이라며 “사진의 연구개발에서 도움을 받는, 이와 연관된 산업에서 우선 새로운 성장전략을 찾았다”고 말했다. 필름 수요가 망가졌다고 아예 새로운 신사업을 찾기보다는 그동안 추적해 놓은 연구와 기술,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는 연관분야에서 신성장동력을 찾았다는 얘기다.
단순히 연관산업이라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중점사업 분야를 책정할 때는 3가지 포인트를 봐야 한다고 고모리 회장은 강조했다. 그는 “먼저 시장의 성장성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하고, 두 번째로 자사의 기술력을 이 시장에서 제대로 살릴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하며, 세 번째로 과열되는 경쟁에서 어떤 신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지속적으로 자사가 힘을 가질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3가지 포인트를 기준으로 현재의 기업 상황과 기술력을 투영해서 새로운 상품으로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기준에 맞게 새로운 성장산업을 재점검한 결과 후지필름의 중점사업 분야는 헬스케어 관련 사업 외에 광학 디바이스, 고기능 소재, 도큐멘트, 디지털이미징, 그래픽시스템으로 정해졌다.
성장산업 발굴과 철저한 구조개혁에 이어 후지필름 계열사 간의 연결 경영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고모리 회장은 “후지필름의 자회사들이 많아져서 경영이 분산돼 있었는데, 이것을 좀 더 기능적으로 재편하는 것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위기를 맞아 대대적인 변혁에 나선 후지필름은 디지털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몰락의 길을 걸었던 코닥과는 달리 승승장구했다.
성공적인 변혁은 매출구조에서 바로 나타났다. 후지필름에 따르면 필름시장이 정점을 찍었던 2000년 후지필름의 사진관련 사업 비중은 54%에 달했다. 나머지 46%가 산업용도 제품 사업이었다. 당시 매출(연결기준)은 1조4403억엔에 영업이익은 1497억엔이었다.
2013년도에 후지필름의 사진관련 사업은 15%로 급감했지만 후지제록스 등 오피스도큐먼트 관련사업(47%)과 산업용도/라이브사이언스 사업(39%) 등 새로운 성장산업이 이를 대체하면서 후지필름의 영광을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2013년도 매출은 2조3821억엔으로 크게 늘었다. 새로운 성장산업에 대한 투자 등으로 영업이익은 1380억엔으로 줄었지만 2014년도에는 1700억엔으로 영업이익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4년도 매출액은 전년보다 약간 늘어나는데 그쳤으나 이익률이 좋아지면서 영업이익은 크게 늘어난 것이다.
핵심은 핵심을 중시하는 것 후지모리 요시아키 릭실 사장은 후지필름이 케미칼(화학)이라는 핵심사업으로부터 새로운 성장산업을 찾아가는 과정을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잭 웰치 전 GE 회장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후지모리 사장은 GE재팬 회장 겸 GE소비자금융 아시아 사장을 맡은 경력이 있다. 아시아인 가운데 GE의 사장을 맡은 것은 그가 처음이다.
후지모리 사장은 “제가 일했던 GE에서는 회사 안의 코어(핵심), 기술의 코어가 있고, 코어가 어느 정도로 나갈 수 있는지가 중요했다”며 “잭 웰치는 절대로 코어를 무시하지 않는다. 코어를 철저하게 늘리는 방식으로, 코어를 중심으로 한 기술을 이어간다”고 말했다. 후지모리 사장은 이어 “결단할 수 없는 경영자는 경영자가 아니다”며 “어떤 것을 과감하게 결단하는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모리 회장도 “코어가 중요한 것은 당연하다”며 “지금까지 지탱해왔던 기술들을 다른 분야에서도 잘 사용할 수 있는 경쟁력이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인 GE재팬 회장을 지낸 경력이 있는 후지모리 사장은 내장건재, 타일, 세면, 화장대 등 건축종합자재그룹인 릭실이 한계에 부딪힌 내수 시장을 극복하고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큰 변혁을 추구해야 하는 리더의 역할을 소개했다.
(왼쪽부터) 고모리 시게타카 후지필름홀딩스 사장, 후지모리 요시아키 릭실 사장, 나카야마 이사무 훼미리마트 사
그는 이어 “변혁을 일으키는 리더는 이런 과정을 확실하게 만들 수 있는 비전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으면서 실행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아울러 다른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리더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릭실은 2011년 4월 일본 건축자재기업이었던 JS그룹이 알루미늄 새시업체인 토스템, 비데와 위생도기 등 용실용품 전문업체인 이낙스, 시니케이, 선웨이브, 토엑스 등 5개 업체를 통합해 출범시킨 회사다. 통합 당시 연간 매출은 1조3000억엔 수준이었다. 후지모리 사장은 “우리 회사는 원래 99.9% 내수지향의 회사였다”며 “이러한 내수지향적인 회사가 코어 기술을 활용하면서 해외에 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후지모리 사장은 우선 “우리는 더 큰 스텝을 밟아나가기 위해 5개 회사를 분해시켜 하나의 회사로 만들었다. 매니지먼트 자체를 융합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리더의 역할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변혁을 일으키는 힘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변혁은 드라마틱하게 이뤄졌다. 내수 위주의 릭실은 통합 이후 글로벌 브랜드를 대거 인수하고, 조직문화를 글로벌 기업처럼 탈바꿈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릭실은 미국 욕실주방용품 브랜드 아메리칸스탠다드, 독일 욕실용품브랜드 그로헤, 이탈리아 건축자재 브랜드 페르마스틸리사 등을 인수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본격적인 해외 진출 채비에 나섰다.
해체와 통합을 거친 릭실은 올해 4월부터는 새로운 글로벌 경영체제를 갖출 예정이다. 릭실그룹 내에 인사, 재무, 법률 등 지원부문은 하나로 통합하고 기술사업부는 가정, 빌딩, 하우징, 수도 등 4개로 분해해 해외 진출에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 해외에서 1조엔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후지모리 사장이 내수기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도전을 해나가면서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단순히 조직구조를 바꾸는 것을 넘어 “조직 문화 개혁”을 하는 것이다.
그는 “글로벌 조직 문화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기회를 균등하게 주고, 실력주의를 확립하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후지모리 사장은 “GE에 있을 때 일본인이라고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공평한 조직력을 가지고 경쟁에서 이겨나가면 승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다”며 “우리 회사가 해외에서 성공하려면 일본인뿐 아니라 외국인들이 들어와 잘해 낼 수 있도록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지모리 사장은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면 더 큰 혁신과 창조력과 에너지를 낼 수 있다”며 “직원들이 공통의 가치를 갖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지모리 사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며 “여러 일에 얽혀 있는 직원들을 어떻게 적재적소에 배치하는가가 세계화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내수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하려면 세계의 인적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후지모리 사장은 내수회사에 글로벌회사로 변혁을 시도중인 릭실의 경영계획을 수립할 때 “3년마다 계획을 갱신하면서 수립하는 것이 적당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3년 단위로 경영계획을 세우면 집중력도 높아지고, 결심하는 것도 잘되는 것 같다”며 “스피드를 가지고 변혁을 이룰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첫 해에는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해야 할지를 파악하고, 이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빠른 사이클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구구조 변화가 위기와 기회 부여 나카야마 이사무 훼밀리마트 사장은 편의점 사업의 최대 도전 과제는 다름 아닌 ‘인구와 사회구조의 변화’에서 출발한다고 지적했다.
나카무라 사장은 “50년 전에는 5명의 아이를 낳는 시대였지만 이제는 1명만 낳는 시대로 변했다”며 “이에 따라 고객들의 니즈도 바뀌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저출산과 함께 더 큰 사회 변화는 고령화다. 고령화는 편의점 이용 패턴을 크게 변화시킬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다. 나카야마 사장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25년이면 30.3%에 달하게 된다”며 “이때가 되면 단카이(베이비 붐) 세대의 후기 고령화로 의료, 개호, 복지서비스 등의 수요가 급증해 사회보장 재정 밸런스가 붕괴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초고령화는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병과 생활습관병, 실업자도 크게 증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1인 세대의 증가도 생활의 패턴을 크게 바꿔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이면 일본의 고령자를 포함한 1인 세대는 37.4%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고, IT를 사용할 줄 아는 고령자가 늘어나면서 생활 패턴이 크게 바뀌게 될 전망이다. 이러한 변화의 트렌드를 남들보다 앞서 읽고 대처하도록 조직을 이끄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는 얘기다.
나카야마 사장은 “편의점은 365일 24시간 열렸으면 좋겠다는 즐겁고 굉장히 편리한 장소, 없어서는 안 되는 장소로 인식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사회구조 변화에 따른 손님의 니즈를 파악해 대응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훼미리마트는 필요한 상품을 모두 갖추고 고객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24시간 연중무휴로 서비스하는 기본 개념에서 출발했지만 사회구조 변화에 발맞춰 수납 대행과 은행 ATM 서비스 등으로 생활지원 서비스를 강화해 나갔다. 훼미리마트는 지난해 11월 도쿄 치요다 구에서 일본 우정그룹 산하의 유초은행 ATM 서비스를 시연하기도 했다. 유초은행은 지방의 고령자 이용객이 많은 은행이다. 유초은행 ATM 설치는 고령화 등 사회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나카야마 사장은 사회 인구 구조 변화에 따라 훼미리마트는 이제 구매대행형 소매업에서 더 나아가 생활자 거점형 소매점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맞춰 지역 밀착, 생활 인프라형 서비스를 크게 확대해 나가는 전략을 펴고 있다. 약이나 택배 등의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은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인터넷으로 모든 것을 주문하는 네트워크 시대가 편의점에 위협이라기보다는 택배 등의 서비스 확대로 오히려 새로운 비즈니스 길을 열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나카야마 사장은 “고객의 변화에 맞춰 업태를 창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카야마 사장은 리더로서 종업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느냐는 질문에 “제가 최근 직원들과 대화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첫 번째로 당신의 손님은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 손님은 과연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이 손님을 위해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고객의 요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 하는 과제에 대해 고모리 회장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고객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B2C는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후지모리 사장은 “GE에 들어가서 받은 교육 프로그램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리더십과 관련된 것이었다”며 리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황형규 매일경제 도쿄 특파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4호(2015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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