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체된 자원개발(E&P)기업들 퀀텀점프를 노려라!

    입력 : 2015.02.06 17: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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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년간 매력적인 실적을 누려온 E&P(Exploration and Production·자원개발)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업체 간 경쟁심화, 프로젝트의 대형화와 복잡화, 리스크 심화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2000년부터 2008년까지 27%였던 E&P산업의 연간 투자자본수익률(ROACE)은 2013년 18%로 떨어졌다. 2000년부터 2013년까지 유가가 세 배나 올랐지만 이같이 하락한 것이다. 투자자본수익률의 하락은 세후 수익의 비교적 더딘 성장과 투입자본의 급증이 맞물려 생긴 현상이다. 실제로 2000년부터 2013년까지 업계 세후 수익은 두 배로 증가한 반면 생산 배럴당 투입자본은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여기에 국제 유가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석유수출기구(OPEC)가 지난해 11월 회의에서 감산을 거부한 가운데 현재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데다 중국의 경제성장세가 둔화되고 유로존이 성장 모멘텀을 찾지 못하면서 석유수요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 하락은 석탄, 가스 등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며 E&P기업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유가 하락 리스크까지 더해진 상황은 E&P 비중이 큰 상사와 대형 E&P기업보다 소규모 E&P기업에게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일일 석유 생산량 10만 배럴 미만의 중소기업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현금 자본이 부족하고 작은 기업 규모만큼 안정성 역시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규모 E&P기업들은 수익성과 함께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는 대기업과 차별화된 방식을 찾아야 한다. 단순히 대기업을 모방하려고 한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E&P기업은 규모에 따라 자산기반, 리스크 허용도, 자금조달 방법 등 많은 요소에서 차이점을 보이기 때문이다. 소규모 E&P기업들은 규모와 특징을 고려해 비즈니스 모델, 성장 목표, 포트폴리오 구조, 운영권 목표, 리스크 성향, 자금조달 방식에 대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여기서 기업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질문과 선택사항이 5가지 있다. 이는 대기업에도 적용될 수 있지만 뚜렷한 기회와 제약조건에 직면한 소규모 기업들에게 보다 적합하다.

    석유공사의 이라크 쿠르드 시추 현장
    석유공사의 이라크 쿠르드 시추 현장
    1 - 어떤 역량으로 어떤 성과를 낼 계획인가? 소규모 E&P기업은 역량, 성과, 관계, 포트폴리오에 확실한 개성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별한 점이 없는 포트폴리오를 가진 기업은 대형 딜(Deal)에 참여할 만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수준이 낮거나 과대평가된 영양가 없는 기회들만 좇게 될 가능성이 높다. 소규모 E&P기업이 개성을 가질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 통합 E&P형: 기술, 지역, 자산 라이프사이클 전반에 걸쳐 균형 잡힌 자산 포트폴리오의 개발을 추구한다. 탐험가형, 지역 전문가형, 비전통 자원 전문가형(셰일가스, 오일샌드 등), 운영 전문가형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통합한 형태다. 미국 석유탐사기업 아나다코(Anadarko)와 아파치(Apache), 영국의 프리미어 오일(Premier Oil)이 통합 E&P형에 속한다. ▶ 탐험가형: 개척 지역의 탐사와 발견된 자원의 조기 수익화에 집중한다. 주로 지리적 지식을 경쟁력의 원천으로 하며 가치 창출 주력분야는 탐사 분야다. 영국의 케른 에너지(Cairn Energy), 코브 에너지(Cove Energy), 미국의 코스모스 에너지(Kosmos Energy) 등이 대표적이다. ▶ 지역 전문가형: 기존에 운영해온 사업이 있으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특정 국가나 지역에 주력한다. 지리적 지식을 경쟁력의 원천으로 하며 탐사, 개발, 생산 분야에 가치창출을 주력한다. 캐나다의 PRE(Pacific Rubiales Energy), 영국의 에이프렌(Afren), 아르헨티나의 플러스페트롤(Pluspetrol) 등이 해당된다. ▶ 비(非)전통 자원 전문가형: 중유, 셰일 오일, 가스, 오일샌드와 같은 비전통 자원의 개발에 집중한다. 기술적 지식을 경쟁력의 원천으로 하며 탐사, 개발, 생산 분야에 가치창출을 주력한다. 미국의 체사피크 에너지(Chesapeak Energy), 캐나다의 허스키 에너지(Husky Energy)와 캐나디안 오일 샌드(Canadian Oil Sands) 등이다. ▶ 운영 전문가형: 기존 유전에서 효율적으로 자원을 채취하는 것에 주력한다. 뛰어난 운영 능력이 경쟁력의 원천이며 생산 분야가 가치창출 핵심이다. 프랑스계 페렌코(Perenco), 미국의 블랙 엘크 에너지(Black Elk Energy)와 옥시덴틀 석유(Occidental Petroleum) 등이 여기 속한다. ▶ 비운영권자형: 국유 석유회사 및 정부와의 관계를 이용해서 고품질 자산에 접근한다. 자산 관리는 하지만 운영자 역할은 하지 않는다. 제휴사 관리가 경쟁력의 원천이며 생산, 개발, 탐사 분야의 가치창출에 주력한다. 일본 미쓰이물산(Mitsui&Co), 포르투갈의 갈프 에네르지아(Galp Energia) 등이다. 2 - 얼마만큼의 성장을 원하는가? E&P기업에서 기업 규모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기업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중소기업은 규모의 성장을 주요 목표로 설정하기도 한다. 이는 기업 이해관계자들의 눈길을 끌기 쉽고 설득력 있는 메시지가 된다. 그러나 메시지가 과도하게 단순하거나 가치를 창출하지 않는 성장을 촉진한다는 위험성도 있다. 따라서 소규모 E&P 기업들은 규모와 재무적 가치창출, 지속가능성을 종합하여 포트폴리오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



    3 - 운영권의 균형은 어떻게 잡을 것인가? 비운영권 투자는 가장 빠르고 비교적 수월하게 규모를 키울 수 있다. 그러나 신뢰도 높은 성장과 차별화에 도움을 주는 전문성을 창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운영권 투자는 다가올 기회를 위한 신뢰도와 역량, 자원을 축적하는 데에 유리하지만 운영권에 따른 책임이 뒤따르며 조직의 복잡성 심화와 높은 고정비를 감수해야 한다. 비운영권과 운영권 투자 중 반드시 한 가지를 선택할 필요는 없다. 소규모 E&P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중도적인 방안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북해 지역의 기업들은 운영과 유지보수의 장기적 아웃소싱을 몇 년 동안 성공적으로 하고 있다.

    또한 국제 선도 석유회사들이 비운영권 투자의 관리에 대해 보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기 시작하면서 비운영권에 대한 단점이 보완되고 그 평판이 좋아지고 있다. 많은 소규모 기업들은 초기의 빠른 규모 성장을 위해 비운영권 투자에 크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법은 향후 부분적인 운영권 투자를 하지 않았을 경우 입지가 좁아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유일한 해답은 없지만 운영권과 비운영권에 대한 결정은 회사가 원하는 성장 속도와 역량에 따라 판단돼야 하는 것이다.

    광업진흥공사 자원개발
    광업진흥공사 자원개발
    4 - 어느 정도의 리스크를 감수할 것인가? 리스크가 E&P업계에겐 안고 가야 할 숙명임에도 소규모 기업들은 이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연구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추적한 300여 개 소규모 E&P기업들의 연평균 성장률은 3%다. 얼핏 모든 기업이 지속성장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소규모 E&P 기업의 62%만이 플러스 성장을 했고 3분의 1에 가까운 기업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무리한 재무적 확장과 연이은 탐사 실패, 가치창출 실패로 인해 끝판에 비즈니스를 떠난 기업도 4%나 된다.

    이 모든 실패들은 소규모 E&P기업들에게 귀중한 교훈이 되지만 많은 기업들은 실패보다는 성공담에만 더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성장 전략을 세울 때 얼마나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을 정해야 한다. 자원 탐사에 성공하면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만 그만큼의 리스크가 존재한다.

    자국 시장을 무대로 활동하는 제한적 기회의 기업들에게는 지리적 다각화가 매력적이지만 이 역시 국가별로 생길 수 있는 잠재적 리스크들이 산재하기에 이를 이해하고 정량화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많은 기업들이 취해 볼 만한 실리적인 접근 방식은 저가치, 저리스크의 현금 흐름을 구축하기 위한 생산기지 인수와 프로젝트 및 탐사 투자의 성장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다.



    5 - 어떤 방식의 자금조달이 필요한가? 소규모 E&P기업은 자금조달이 특히 중요하다. 고성장 전략은 소규모 기업이 외부 자금조달원을 통해 접근하기 어려운 대규모 선행투자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조기 생산에서는 현금 흐름이 미미하거나 없을 수 있기 때문에 운전자본이 필요하다.

    모기업이 대기업인 소규모 회사(유틸리티 기업, 다운스트림 기업, 대형 산업재 기업 모두 포함)는 특성상 내부 자금조달이 용이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은 다른 경우가 많다.

    모기업은 E&P 사업을 지속적으로 해온 것이 아니기에 E&P 분야가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위험-고보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E&P 관련 핵심 비즈니스를 진행했던 대기업 다수가 충분한 수익을 올리지 못했다.

    여전히 다수 모기업들에게 E&P 분야는 가치 제안 요소가 불분명한 사업인 셈이다. 기업의 소규모 E&P 부서들은 모기업의 입장을 감안하고 자신감 있게 미래 가치에 대해 설득하는 것이 좋다.

    소규모 E&P기업에 향후 몇 년은 중요한 고비이자 전환점이 될 것이다. 수많은 신규 경쟁자들로 인해 리스크가 크고 복잡한 프로젝트를 맡을 수밖에 없게 됐다고 불평해서는 도약할 수 없다.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자사의 전망과 가능성을 평가하자. 최상의 솔루션은 기업의 현재 위치, 미래에 있고자 하는 위치, 그리고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최상의 전략에 달렸다.

    [다니엘 로페즈(Daniel Lopez)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마드리드오피스 파트너·스튜어트 그로브스(Stuart Groves) BCG 런던오피스 이사 필립 휘태커(Philip Whittaker) BCG 런던오피스 컨설턴트]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3호(2015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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