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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 부는 6차산업 바람 블루오션 탈바꿈 시작됐다
입력 : 2015.02.06 16:4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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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9일 경기도 안성 팜랜드 내 농업 미래성장산업 대토론회에 참석했다.
이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바로 ‘농촌의 6차산업화’다. 6차산업은 1차산업인 경작과 2차산업인 제조 부문, 그리고 3차산업인 서비스를 모두 더한 것으로, 농촌을 경작에서 제조와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융복합산업단지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담고 있다. 6차산업을 활성화시켜 ‘뼈 빠지게 농사 지어봤자 손해’라고 인식됐던 과거의 모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산업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농림부는 이미 다양한 지원제도와 계획을 내놓고 있다. 먼저 농업정책자금의 금리 인하를 통해 귀농 창업인들에게 금융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다양한 교육활동과 마케팅 지원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정부가 농촌의 6차산업화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기업들의 움직임 역시 활발해지고 있다. CJ그룹과 아모레퍼시픽그룹 등 농업법인을 소유하거나 외식사업체를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들 역시 농촌의 6차산업화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농업을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정부의 핵심 육성산업으로 떠오른 농촌의 6차산업화 정책. 농사를 넘어 제조와 서비스까지 확장하고 있는 농촌의 6차산업에 대해 알아봤다.
1995년 일본 도쿄대의 나라오미 교수는 6차산업을 이렇게 정의했다. 농촌에서 생산하는 작물을 제조 및 가공해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행위를 통틀어 ‘6차산업’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우리 정부가 밝힌 농촌의 6차산업화 계획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과거 농촌이 제조와 가공만을 했다면, 이제는 가공된 농축산물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서비스 부문까지 맡아 ‘부농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농림부는 앞서 밝힌 것처럼 3대 핵심 과제를 선정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5대 실천계획을 선정했다. 농촌의 6차산업화로 ▲일자리 및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첨단화와 대규모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며 ▲현장에 필요한 정예 인력을 육성해 ▲FTA를 활용한 농식품 수출을 확대해 ▲행복한 농촌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곡물자급률은 해마다 하락하고 있으며, 농촌의 고령화와 농가소득 정체 등은 우리 농촌의 현실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수입농산물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전체 산업에서 농업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실제 농산물 수입액은 지난해 1~6월 157억7000만달러로 평년 대비 17.3% 늘었다. 특히 FTA 체결을 한 국가로부터 들여온 수입액이 88억9000만달러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국내총생산(GDP)에서 농업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1995년 5.6%에서 2013년에는 2.1%로, 곡물자급률은 1995년 29.1%에서 2013년 23.1%로 크게 낮아졌다. 또 60세 이상 농가 경영주가 1995년에는 42.3%에서 2013년에는 67.7%로 늘어났지만, 49세 이하 경영주는 27.9%에서 9.3%로 급감했다. 농가 소득은 더 아찔하다. 1995년 1050만원을 기록한 후 2013년에는 1000만원 이하로 떨어졌으며, 도시근로자 대비 농가 소득 비중도 1995년 95%에서 지난해 63%로 감소했다. 한마디로 농촌은 우루과이라운드가 타결됐던 1995년 이후 계속 고령화됐고, 소득이 줄었으며, 판로는 더 좁아진 셈이다.
(위)강남 논현동 일대 건물 옥상에 위치한 옥상농장.(아래)강원도 홍천의 비타민나무 농장.
또 경기도 파주의 산머루농원 역시 비슷한 사례다. 포도의 조상격인 산머루를 이용해 와인을 제조하는 이 농원은 수도권 유일의 와이너리로 유명하다. 당초 머루농원을 운영하다가 잼과 가공식품을 제조했지만, 1990년대 후반 불기 시작한 와인 열풍에 합류하면서 제조와 가공, 그리고 머루 따기 체험까지 할 수 있는 6차산업의 상징적인 존재로 부상했다. 이 밖에도 농림부는 ‘6차산업’ 알리미(www.6차산업.com)를 통해 다양한 6차산업 성공 사례와 창업 방법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여기에 소개된 6차산업 성공 사례로는 치즈목장으로 유명한 전북 임실의 무지개영농조합법인을 비롯해 전남 장흥편백숲우드랜드, 전북 완주시의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의 수미마을, 전북 고창의 선운산의 베리팜영농조합, 경북 안동시의 안동탁촌장, 충북 단양의 대강양조장, 충북 음성의 젊은농부들 영농법인 등이 있다.
주목할 점은 농림부가 선정한 6차산업 성공업체들이 모두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들과 직접적인 유대관계를 맺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정보통신융합기술(ICT)을 통해 농촌의 6차산업화 과정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ICT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팜을 육성, 대규모의 영농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농림부는 올해 쌀 공동경영 면적으로 지난해 3만2000ha에서 4만ha로 늘리고 들녘경영체 진입요건을 완화했다. 들녘경영체 운영법인의 쌀 직불금 지급면적 상한도 50ha에서 400ha로 확대할 방침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6차산업화를 통해 농촌에서 성공한 이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생산 과정을 공개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었고, 이를 직거래로 연결하며 높은 수익을 거뒀다”면서 “이를 더욱 확대발전한 ICT 기술이 보급되면 농촌의 6차산업화는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세계에 한류 뷰티 열풍을 일으킨 아모레퍼시픽그룹 계열 ㈜장원은 차생산자협회와 공동출자하는 방식으로 차 수출법인 설립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또 롯데마트는 국내외 유통망을 활용해 한국농축산연합회 및 한국농식품법인연합회와 함께 농식품 수출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거듭나고 있는 농업. 경작만 하던 과거의 모습에서 벗어나 제조 및 가공과 체험, 관광 등의 서비스산업까지 더해진 농업의 6차산업이 우리 농촌의 모습을 어떻게 바꿔갈지 앞으로가 기대된다.
[서종열 기자 자료 농촌진흥청]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3호(2015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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