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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 헌터’ 유순신의 Upgrade Your Career] (6) 낯선 부서, 낯선 직장에서 살아남는 법
입력 : 2015.02.06 16: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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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 방법, 나는 어떤 유형일까? ① 관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장수 CEO인 L사장은 모든 일에 신중을 기하는 성격의 소유자다. 그는 “한 회사에서 대여섯 번의 부서 이동을 했지만 그때마다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비결을 ‘100일 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라고 말한다. 같은 그룹사 내에서 이동했다고 하더라도 분야나 업종이 완전히 다른 회사기 때문에 새롭게 옮겨온 사람은 완전히 이방인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직원들이 본인에게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않는다고 한다. 또 100일이라는 시간은 직원들의 실력과 역량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들에 대해 파악한 후에 실질적인 업무를 시작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다. L사장은 “이동해온 사람이 섣불리 움직이고 이것저것 지시하면 직원들이 오히려 일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 조용히 지켜보며 기다리고 있으면 생각지도 않았던 아이디어를 먼저 가지고 온다”며 조직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되 자신이 끌고 가는 모양새가 되려면 부서 이동 후 100일 동안 관찰 시간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② 무리한 과욕은 화를 부른다 유통 업체에서 잔뼈가 굵은 D전무는 올 초, 중소기업의 패션 책임자로 출근하게 되었다. 유명 브랜드와 관련해 경험이 많고 업계에서 ‘문제 해결사’라고 알려진 그에게 직원들과 회장이 거는 기대는 매우 컸다. 작은 회사지만 예전에는 명성 높았던 회사였기에 D전무 본인도 열심히 해보겠다는 의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막상 근무를 시작하니 낙후된 시스템과 비효율적인 업무 처리 방식, 의욕 없는 직원들의 모습에 크게 실망했다. 그는 우선 6개월의 시간을 가지고 회사를 개혁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이 급해져 직원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되었고, 제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호되게 꾸짖으며 자신의 페이스대로 끌고 가려고 했다.
결과물을 얼른 내서 “역시 잘 뽑았다”는 주위의 평가를 듣고 싶었지만 갈 길이 너무 멀었다. 점점 더 불안하고 초조해진 그는 업무 강도를 높여갔고 직원들은 ‘못한다’는 생각에 위축되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그 사이에 “우리 조직과 맞지 않는 사람이 들어왔다. 이러다가는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겠다”는 투서가 회장실에 쌓이기 시작했다.
“직원들에게 아무것도 모른다는 식의 무시하는 언행은 삼가 주었으면 좋겠다. 그들이 바로 우리 회사를 힘들게 이끌어온 공신들이다”라는 회장의 쌀쌀한 말을 듣고 D전무는 자신의 잘못된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③ 식사를 통해 가까워진다 C상무는 동종 업계로 이직했다. 업계 내에서 이동이었기에 많은 사람이 그에 대한 의문과 호기심을 가졌다. 몇몇 사람들은 “잘나가던 C가 왜 우리 회사에 왔을까?”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라는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직면한 첫 번째 과제를 직원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했다. 우선 SNS에 “우리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하자”라는 글을 올린 후 선착순으로 10명씩 집으로 초대했다.
이런 방법을 통해 3개월 동안 100명이 넘는 전 직원들과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회사라는 공적인 공간이 아닌 개인의 집에서 인간적인 모습으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눠 보려는 의도였다. 편안한 자리와 맛있는 음식,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누자 자연스럽게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더구나 사무실에서는 듣지 못했던 진솔한 내용들이 오고 가니 뒤에서 수군거리던 오해와 의심을 불식시킬 수 있었다. 비로소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묵직한 과제를 풀 실마리를 찾은 기분이었다. 그 후 C상무와 직원들은 눈에 띌 정도로 가까워졌고, C상무 역시 빠른 속도로 적응하게 돼 업무 능률이 높아지는 효과를 거두 었다. 밥 한 끼를 함께 먹었을 뿐이었지만 ‘식구’라는 유대감이 주는 힘은 참으로 놀라웠다.
마찬가지로 새로운 부서나 직장 이동 후의 100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기에 조직 문화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가 업무 성과뿐만 아니라 이후의 순조로운 직장 생활을 위한 관건이 된다.
빨리 적응하지 못하면 스스로가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는 상호 작용하는 것이므로 스스로 굳건하게 뿌리를 내리는 것은 물론이고 주위 사람들에게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가도 신경 써야 한다.
보직 이동은 혼자 했지만 자신이 새로운 자리에 왔다는 것은 부하와 상사 및 동료들 또한 나로 인해 변화를 겪는다는 뜻이다.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서 물 흐르듯이 섞여 들어가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본인의 역량도 보여줄 수 있고, 조직원들의 존경도 받을 수 있다.
새로운 조직에 융합되기 위한 방법 일반적으로 부서 이동이나 이직 후 새로운 곳에서 근무하게 되면 초반에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무리수를 둘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는 본인과 조직 모두에게 마이너스 효과만 줄 뿐이다.
이전 직장이나 부서에서의 업무 처리 방식을 고집하거나 무조건적으로 적용하는 등 섣부른 과욕은 위험하다. 그 방식이 분명 큰 성과를 냈었다고 해도, 변화한 환경에서도 같은 효과를 발휘할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전임의 성과나 실적을 비판하거나, 직원들의 역량이 본인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야단치는 것 또한 지양해야 한다. 자신이 직급이 높다고 할지라도 막 들어온 신입과 마찬가지니 자칫 잘못하다가는 외톨이가 될 수 있다.
첫 몇 주 동안은 나름대로 조직 문화를 파악해두는 것이 좋다. 사람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소통하는지, 어떻게 의사 결정을 내리는지를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다. 그 시간 동안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그들과의 소통에 주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인간관계에서 실패하면 업무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기존 직원들과 가까워지는 것은 적응을 위한 지름길이다. 그 조직에 익숙한 사람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 또한 현명한 방법이다. 보통 재직 기간이 어느 정도 긴 사람이 적합한데, 상사이건 부하건 두세 명 정도 마음을 터놓고 의논할 수 있는 멘토를 만드는 것이 좋다. 그들에게 솔직하게 도움을 요청하고 먼저 다가간다면 속도가 한층 더 빨라질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렇게 여러 가지 사항들을 고려하여 처신했는데도 적응하기 힘들고 조직원들과 기대한 만큼의 관계를 형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섣불리 위축되거나 자신감을 잃지 말고 계획을 세워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융화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대규모의 인사이동이 있었을 경우에 조직 전체가 그들의 정착을 도와줘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노력이다. 새롭게 이동해온 곳에 대해 궁금해하고 알아보려는 노력 없이 독불장군처럼 처신하거나, 또는 신중함이라는 미명 아래 방관자로 머문다면 절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없을 것이다. “군자는 화합하되 서로 같지 않고 소인은 서로 같되 화합하지 못한다”는 논어의 가르침대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조직적으로도,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편안한 직장 생활을 영위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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