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폭됐던 롯데그룹 후계구도 논란 다시 수면 아래로…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에 옐로카드

    입력 : 2015.02.06 16:4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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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계 5위인 롯데그룹의 후계구도가 잠시나마 재계의 주목을 끌었다. 일본 롯데의 경영을 맡고 있던 신동주 부회장이 지주회사인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비롯해 모든 임원직에서 전격 해임되며 추측이 난무했다. 재계 일각에선 “한국 롯데는 신동빈, 일본 롯데는 신동주라는 후계구도는 이미 깨졌다”는 말까지 나왔다. 여기에는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과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의 갈등설까지 나돌았다. 1월 5일 : 신동주 롯데 홀딩스 부회장 전격 해임 인사이동이 잦은 연말 연시, 이 날 전해진 신동주 부회장의 해임 소식은 굵직한 사건이나 다름없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26일 진행된 임시 이사회 결과 일본 롯데 부회장, 롯데상사 부회장 겸 사장, 롯데 아이스 이사에서 해임됐다. 3일 뒤인 1월 8일에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사직 해임이 승인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룹 오너家 장남의 해임에 그 배경을 둘러싼 갖가지 추측이 난무했다. 특히 스스로 사퇴의사를 밝힌 게 아니라 강제로 물러났다는 사실이 관심을 증폭시켰다. 한일 양국의 롯데가 모두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으면서 설이 설을 낳기도 했다.

    그동안 롯데그룹은 한국은 차남 신동빈 회장이, 일본은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이 맡아 경영해 왔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과 일본의 롯데그룹 지배구조에 정점에 선 기업이다.(표 참조) 신동주 전 부회장이 주력 자회사를 비롯해 홀딩스 이사에서도 해임된 건 롯데그룹 후계구도의 변화를 의미하는 신호탄으로 여겨지기에 충분했다. 동생인 신동빈 회장이 형을 밀어내고 한일 롯데를 모두 경영하는 쪽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신 전 부회장의 퇴진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신격호 총괄회장밖에 없기에 그룹을 차남에 맡기겠다는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시각이었다.

    일본 언론들은 좀 더 원색적인 단어로 취재를 이어갔다. 산케이신문은 지난 1월 9일 인터넷 뉴스를 통해 신 전 부회장의 해임을 ‘창업자 장남, 경영진에서 추방됐다’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하루 뒤인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신 전 부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롯데홀딩스 사장 간에 경영 방침을 놓고 갈등이 벌어졌고,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쓰쿠다 사장의 손을 들어줬다”고 송고했다. 한편 닛케이는 롯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번 인사는 형제 간의 분쟁과는 관계가 없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본 내 언론 보도에 신 전 부회장이 후계구도에서 완전히 제외된 게 아니라 문책성 인사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한일 롯데그룹의 실적 차이가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롯데는 2013년 기준, 74개 계열사에 83조원대의 매출을 기록한 반면 일본롯데는 계열사 37개, 매출도 5조7000억원에 그쳤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가 경영상의 교류가 없는 상황이라 공식적으로 밝힐 입장도 없다”며 “하지만 지분변화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후계구도 변화는 이른 추측일 뿐”이라고 내부 상황을 전했다.



    1월 9일 : 신동주 전 부회장 한국행 1월 10일 : 신동빈 회장 일본행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 9일 조모 제사에 참석하기 위해 부인 조은주 씨와 함께 한국에 들어왔다. 민감한 시기 탓에 당연히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이날 신 전 부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세간에는 이번 해임 문제를 놓고 부자 간에 이야기가 오갔을 것이라는 추측이 오갔다. 이틀 뒤인 11일에는 롯데호텔서울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가족모임에 참석하기 위한 발걸음이었는데, 이날 신 전 부회장은 호텔 로비에서 만난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언론의 관심은 형제의 조우에 맞춰졌지만 가족모임에 신동빈 회장은 불참했다. 신 전 부회장은 입국 사흘 뒤 일본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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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신동빈 회장은 형이 한국에 온 지 하루 만인 1월 10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롯데그룹 측은 “이미 예정된 일정이 있었다”고 밝혔지만 때가 때인 만큼 말대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신 회장의 행보에 신격호 총괄회장의 셔틀경영이 연상되기도 했다. 짝수 달은 한국, 홀수 달은 일본을 챙기던 신 총괄회장의 경영방식이다. 올해 93세가 된 신 총괄회장은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2011년 2월 이후 셔틀경영을 중단하고 한국에 머물고 있다. 롯데호텔서울에서 지내며 여전히 한일 양국의 롯데 업무를 챙기고 계열사 사장들로부터 매일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일본에 도착한 신동빈 회장은 그곳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과 갈등을 빚었다고 알려진 쓰쿠다 다카유키 롯데홀딩스 사장을 비롯해 일본 현지 경영진을 만났다. 신 전 부회장이 한국을 찾은 시기였기에 신 회장이 본격적으로 일본 롯데 경영에 참여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롯데그룹 측은 “이번 일본 방문은 구단주를 맡고 있는 일본 프로야구 구단 롯데 마린즈를 격려하기 위한 것일 뿐 후계구도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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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13일 : 신동빈 회장 귀국 지난 1월 13일 오전 10시경 김포공항 입국장에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입국장 문을 열고 신동빈 회장이 등장하자 여기저기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신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의 해임은 총괄회장님께서 하신 일”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의 첫 공식 입장이자 회장이 직접 밝힌 첫 비하인드 스토리였다. 신 회장은 “형과는 일본이 아니라 한국에서 잠깐 인사를 나눴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 롯데를 경영하게 되느냐는 취지의 질문엔 “모르겠다”고 짧게 답했다. 그리곤 일본 롯데를 이끌게 된 쓰쿠다 다카유키 롯데홀딩스 사장을 직접 만나고 왔다고 했다. 이날 신 회장의 답변에 대해 롯데그룹 측은 “일본롯데를 경영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입장을 밝히면서 당분간 한국과 일본의 롯데그룹은 신동빈-쓰쿠다 다카유키 체제로 일단락됐다.

    신 회장의 발언으로 세간의 갖가지 추측은 사그러들었지만 그렇다고 후계구도가 완전히 정리된 것도 아닌 상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주요 계열사 지분은 부회장 해임과 무관하게 그대로다. 신 전 부회장의 롯데제과 지분율은 3.92%로 5.34%를 소유하고 있는 신동빈 회장과는 1.42%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이는 신 전 부회장이 2013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롯데제과 주식을 꾸준히 사들인 결과다. 롯데제과는 지분구조상 한국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을 지배하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롯데그룹에서 완전히 배제되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된다. 실제로 일본에선 모든 임직원에서 해임된 신 전 부회장이 현재까지 한국 롯데그룹 일부 계열사에는 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은 내년 3월까지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등기이사다. 신동빈 회장은 호텔롯데의 회장이지만 등기이사는 아니다. 신 전 부회장은 오는 3월 임기가 끝나는 롯데건설 등기이사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회장 직위를 갖고 있는 신동빈 회장은 역시 롯데건설의 등기임원이 아니다. 부산롯데호텔도 신 전 부회장은 부회장이자 등기이사로 등재됐으나 신동빈 회장은 직책이 없다. 롯데알미늄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이유로 일각에선 롯데그룹의 후계구도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전망한다.



    화제를 모은 광윤사 롯데그룹의 후계구도가 재계의 화두로 떠오를 때 신격호 총괄회장과 광윤사의 존재에 관심이 쏠렸다.

    한국 롯데그룹은 롯데쇼핑이 중심점이다. 롯데쇼핑은 롯데제과→롯데알미늄→호텔롯데로 올라가는 지배구조로 연결된다. 사실상 호텔롯데가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이다. 하지만 알려지다시피 그게 다가 아니다. 호텔롯데 위에 일본 롯데홀딩스가 있고 최상위에 일본법인 광윤사(光潤社)가 있다. 1967년 신격호 총괄회장이 설립한 광윤사는 자본금 2억400만원에 직원 3명으로 시작한 신주쿠의 작은 포장재 회사다. 호텔롯데의 공시자료에는 포장 자재를 판매하는 기업으로 소개돼 있고, 일본에선 도매업과 토지 임대업으로 등록된 기업이다. 광윤사의 거래처는 주로 롯데 계열사다. 당연히 실적도 꽤 짭짤하다. 2012년엔 매출 48억엔, 순익 6900만엔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회사가 주목받는 이유는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100여 개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27.65%, 호텔롯데 5.45%, 롯데알미늄 22.84%, 롯데캐피탈 1.92% 등 한국 롯데그룹 핵심 계열사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일본 내에선 영향력이 더 크다. 롯데홀딩스의 지분 27.65%를 보유하고 있다. 이 광윤사의 최대주주가 신격호 총괄회장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보유한 지분이 50%에 달한다. 신 총괄회장의 한마디가 여전히 큰 영향력을 갖는 이유다. 쉽게 말해 광윤사의 지분을 받는 이가 한일 양국 롯데그룹의 최종 후계자가 되는 구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은 주요 계열사 지분, 특히 광윤사 지분을 누구에게 몰아주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며 “후계구도가 일단 신동빈 회장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모양새지만 여전히 그룹경영에서 절대적인 신 총괄회장의 결심에 따라서는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3호(2015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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