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스타2014에서 한국 모바일 게임의 저력 확인…게임의 대세도 바뀌었다 PC에서 모바일로

    입력 : 2015.01.08 15: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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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니지’로 기억되는 ‘동시접속 역할분담 게임(MMO RPG)’으로 여전히 큰 수익을 내고 있음에도 모바일 게임 시장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엔씨소프트가 이날 공개한 신작 8편은 모두 모바일로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계획 중이다. 기대작인 ‘리니지 이터널’과 전쟁슈팅게임 ‘프로젝트 혼’은 소개 영상 말미에 모바일 플레이 방법을 깜짝 시연했다. 다만 김 대표는 모바일 게임이 대세가 된 데 대한 부정적 인식도 내비쳤다. 과거엔 ‘대박 게임’ 출시가 곧 개발사의 수익으로 연결됐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은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 카카오톡 등 게임 플랫폼, 유통을 맡은 퍼블리셔와 수익을 나눠야 하는 구조다. 김 대표는 “모바일 게임 시대가 돼 게임을 개발해도 수익을 얻기 쉽지 않아 이제 개발사가 소작농이 된 건 아닐까 싶었다”며 “남들이 하지 않는 모델로 나아가며 엔씨소프트의 능력을 발휘하겠다”고 강조했다.

    엔씨소프트의 다소 달라진 입장은 국내 게임업계의 대세도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지난 11월 20~23일 사흘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2014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국내 최대 게임행사인 지스타 역시 모바일 게임에 초점이 맞춰졌다. 상징적인 장면은 지스타 개막 하루 전에 열린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볼 수 있었다.

    1996년 이후 매년 개최되는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 사상 처음 모바일 게임이 대상을 탄 것이다. 액션스퀘어가 개발하고 4:33(네시삼십삼분)이 유통한 ‘블레이드’가 그 주인공이었다. 게임업계 안팎에서 “이변이 일어났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의 반전이었다. 모바일 게임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일대 사건이란 평도 나왔다.

    지스타의 트렌드가 바뀐 건 그만큼 모바일 게임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05년 처음 시작돼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지스타는 게임업계가 손꼽아 기다리는 국내 최대 행사다. 게임사가 이용자와 만나는 B2C관과 비즈니스용 B2B관으로 나뉘어 개최된다. 한쪽에선 신작이 공개되고 체험판을 플레이하도록 구성된 반면, 다른 한쪽에선 비즈니스를 위해 업체들 간 물밑 움직임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B2C관과 B2B관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도 모바일 게임의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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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바일 게임, 온라인·콘솔게임과 어깨 나란히 B2C관에선 모바일 게임 이용자들이 모이는 커뮤니티 업체 ‘헝그리앱’의 전시부스가 상징적이었다. 헝그리앱은 게임 분석은 물론, 홍보와 마케팅을 도와주며 수익을 올리는 온라인 커뮤니티다. 헝그리앱은 NHN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모바일 게임사와 협조해 대형 부스를 차리고 게임체험을 마련한 것은 물론 행사도 활발하게 벌였다. 미국에서 육체파 배우로 유명한 케이트 업튼과 걸그룹 걸스데이의 혜리를 홍보 모델로 불러 사람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대형 게임사 넥슨도 15개로 역대 가장 많은 신작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6개가 모바일 기반 게임이었다. 전략시뮬레이션 ‘광개토태왕’과 액션롤플레잉 ‘영웅의 군단 : 레이드’를 시연할 수 있도록 전시해 관람객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게임에 많은 관심을 표해온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광개토태왕을 플레이하고 “재미있다”는 호평을 남기기도 했다. 과거 한게임이 이름을 바꾼 NHN엔터테인먼트는 벡스코 광장에 모바일 레이싱 게임 ‘드리프트 걸즈’ 대전장을 마련했다. 김종민 NHN엔터 과장은 “NHN엔터 야외 부스에만 5000명 가까운 관람객이 찾아 플레이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고 설명했다.

    2002년 창사 이래 처음 지스타에 B2C 부스를 마련한 개발사 스마일게이트도 다양한 게임을 들고 관람객들을 만났다. 동물육성 모바일게임 ‘프로젝트 퍼피’는 실감나는 그래픽과 강아지의 움직임이 돋보였다.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는 여성 관람객이 많이 모여 있는 게 특징이었다. 스마일게이트는 이외에도 그동안 ‘프로젝트T’로만 알려진 MMORPG ‘로스트 아크’를 공개하고 본격적으로 국내 이용자와 만날 것임을 선언했다. 중국에서 슈팅게임(FPS) ‘크로스 파이어’가 대성공을 거둬 연간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업체가 됐지만 국내 흥행작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졌던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회장이 직접 단상에서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도 달라진 행보를 증언하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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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열한 물밑 접촉 B2B관도 대세는 모바일 업체들 사이 치열한 비즈니스 현장이 된 지스타 B2B관도 전면에는 모바일 게임업체가 있었다. 모바일 전용 게임사는 B2B관에만 부스를 차리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계열사 관계인 컴투스와 게임빌은 B2B관에 커다란 전시관을 마련했지만 B2C관은 참여하지 않았다. 게임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른 업체와 제휴를 강화하는 자리로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자리였다. 모바일 강자 다음카카오 자회사 다음게임즈도 B2B관에 많은 공을 들였다.

    참가한 업체의 국적도 손에 다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했다. 중국 IT콘텐츠 공룡인 텐센트의 부스는 규모와 현대적인 디자인이 눈에 띄었다. 일본 대형 IT업체 디엔에이(DeNA)는 올해 처음 부스에서 한국 개발사 등과 교류하며 합작 게임 등을 공개했다. 박근혜 정부가 동남아 국가들과 협력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아세안(ASEAN)국가 업체도 대거 지스타에 참석했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브루나이 등의 IT콘텐츠 업체가 부스를 열었다. 참가를 지원한 문기봉 한·아세안센터 무역투자부 부부장은 “단순히 한 번 참가해본다는 마음으로 지스타를 왔는데 예상외로 큰 규모와 다국적성에 깜짝 놀랐다”며 “참가 업체들도 만족하고 진정한 교류의 장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중소규모 개발사가 다수 참석한 영국에서는 사지드 자비드 문화미디어체육관광부 장관이 직접 지스타를 방문했다. 한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오지 않은 자리였기 때문에 그만큼 사람들이 주목했다.

    자비드 장관은 “한국의 발전된 게임사와 영국 업체 간 교류를 지원하기 위해 왔다”며 “한국의 발전된 게임산업에 감명을 받았다”고 전했다. 룩셈부르크와 폴란드,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정부는 한국 게임사를 직접 유치하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부스를 열었다.

    미하엘 리베 조직위원은 “독일은 국가적으로 게임을 문화산업으로 인정하고 규제가 아닌 적극적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면서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는 청년문화 중심지로 완벽한 인프라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B2B관의 성장은 지표로도 나타난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온 유료 바이어는 1397명에서 1656명으로 1년 새 18.5% 증가했다. 수출 등 상담건수는 5379건으로 같은 기간 29.8% 늘었고 계약으로 이어진 수출실적도 1억9814만달러로 6.8% 증가했다. 지스타 사무국 관계자는 “B2B관 규모 확대와 한국 게임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유로 바이어가 증가하면서 좋은 실적이 나타났다”고 짚었다. 국내 모바일 게임이 주목받으면서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김앤장법률사무소도 재작년에 이어 2014년에도 B2B관에 2년 연속으로 자리를 잡았다. 최근 게임산업 규모가 커지고 법률 관련 이슈가 많아지면서다. 국내 변호사는 물론, 중국·일본·미국 변호사가 부스에서 무료 상담에 나섰다. 은현호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사회공헌 차원에서 요청을 받고 게임업체들의 법률 상담을 도우러 나왔다”며 “향후 다양한 이슈와 관련해 고객관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재언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2호(2015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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