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제 뚫고 한반도 상륙한 핀테크…글로벌 금융기관 핀테크 기업 모시기 경쟁

    입력 : 2015.01.08 15:06:02

  • 미국 샌프란시스코 비자(Visa) 본사 모습
    미국 샌프란시스코 비자(Visa) 본사 모습
    최근 국내에서 ‘애플페이’ 때문에 해프닝이 벌어졌다. 아이폰6·6플러스에 탑재된 애플페이는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을 활용한 결제 수단으로 아직 한국에선 사용이 안 된다. 그런데 홈플러스, 스타벅스, GS25 등 일부 가맹점에서 애플페이 결제가 이뤄졌다. 일부 아이폰6 사용자 스마트폰에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미국 은행에서 발급받은 신용카드가 등록돼 있었고, 글로벌브랜드 카드사인 비자(Visa)가 개발한 NFC 결제시스템이 깔린 일부 가맹점에서 결제가 가능했던 것이다. 이와 관련해 비자코리아 관계자는 “홈플러스, 스타벅스, GS25 등 가맹점에는 비자 NFC 결제시스템 ‘비자페이웨이브(Visa payWave)’가 들어가 있다”며 “아이폰6 출시 후 애플페이 결제가 발생했고 최근에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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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페이 이미 한국 상륙 해외거래라는 간접 방식으로나마 애플페이가 한국에 상륙한 셈이다. ‘애플페이’로 상징되는 해외 ICT기업의 국내 금융시장 상륙, 다음카카오와 주요 통신사의 송금·결제 시장 진출로 모바일 금융 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하지만 전통적 금융기관 자세에서 한국과 미국 사이에 극명한 차이가 나타난다. 애플페이의 경우 출시하자마자 웰스파고·씨티뱅크·체이스·BOA 등 미국 주요 은행은 물론이고 비자·마스터·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글로벌 카드사와 제휴·협력 관계를 맺었다. 가맹점 계약을 한 곳도 홀푸드마켓·월그린·메이시스·맥도날드·나이키·스타벅스 등 수십 개에 달한다. 반면 다음카카오가 선보인 간편 결제서비스 ‘카카오페이’의 경우 가맹점이 카카오선물하기·카카오픽·GS홈쇼핑 등 일부에 불과하고, ‘뱅크월렛카카오’는 소액(1회 최대 10만원) 송금이라는 제약에 갇혀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캐피털 원 은행 내부 전경
    미국 샌프란시스코 캐피털 원 은행 내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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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훈 BC카드 플랫폼본부 모바일 실장은 “아직까진 금융과 비금융 영역이 법규상 구분돼 있지만 결국 공생할 수밖에 없다”며 “국내 전통적인 금융권도 새로운 플레이어를 받아들여 시장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년 전만 해도 비자의 영업 상대는 사실상 은행뿐이었다. 비자와 은행이 손잡고 세계 지급결제 시장 기준을 정하면 누구도 거기에 토를 달 수 없었다. 하지만 전자상거래 활성화와 스마트폰 등장으로 인해, 이를 활용한 다양한 시장 플레이어가 전통적 금융영역에 침투하기 시작했다. AT&T, 보다폰(Vodafone) 등 통신사뿐만 아니라 페이팔, 알리페이(Alipay) 등 지급결제 업체가 비자 주요 고객으로 떠오른 것이다.

    최근에는 샌프란시스코 인근 실리콘밸리에 집중된 ‘핀테크’ 기업이 핵심 고객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미국 모바일 결제 솔루션 개발업체인 스퀘어(Square)와 루프페이(LoopPay)가 대표적이다. 비자는 두 회사처럼 끊임없이 혁신적인 금융기술을 개발하는 핀테크 기업에 투자하고, 그들과 함께 새 결제상품을 내놓으려 한다. ‘인 카 페이먼트’(In Car Payment)도 비자와 몇몇 핀테크 기업이 함께 만든 것이다.

    테크 끌어안기에 나선 건 은행권도 마찬가지다. 시가총액 기준 미국 1위 은행인 웰스파고(Wells Fargo)는 최근 핀테크 기업 투자·육성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스마트폰 위치 정보를 활용한 카드결제 인증 서비스 제공업체인 주미고(Zumigo)를 비롯해 카시스토(Kasisto), 아이베리파이(EyeVerify) 등에 최대 수십만 달러를 쏟아붓는 것이다.미국 대형 은행인 캐피털 원(Capital One)은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중심가인 유니언 스퀘어 인근 지점의 지하1층부터 2층까지를 인터넷 카페 형식으로 꾸몄다. 핀테크 및 벤처사 관계자들이 근무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동시에 이미지 쇄신을 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국내 금융기관은 아직까지 핀테크에 호의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카카오페이와 뱅크월렛카카오가 국내 금융권의 지원보다는 견제를 더 받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뱅크월렛카카오는 오랜 기간에 걸친 금융감독원 보안성 심사 끝에 간신히 서비스가 개시됐다. 출시된 뒤에는 3주 만에 50만명 이상이 가입하면서 금융권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은 국내 카드사가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와 카드 정보를 공유하도록 했지만, 카드사 정보유출 가능성 등을 이유로 주저하고 있다.

    글로벌 벤처기업 소개 사이트인 벤처 스캔너(Venture Scanner)에 따르면, 핀테크 기업이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과 영국이고, 한국에는 단 한 곳도 없다. 매년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한 차례씩 열리는 세계 최대 금융기술 콘퍼런스인 피노베이트(Finovate)에서도 한국 핀테크 기업은 찾아볼 수 없다. 조윤정 산업은행 조사분석부 선임연구원은 “금융업계가 핀테크로 인한 변화, 그에 따른 위협과 기회를 인지하고 이를 비즈니스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며 “온라인·모바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을 적극 활용하고, 필요 시 핀테크 기업 인수·합병(M&A)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제윤 위원장 “핀테크 혁명 동참은 시대적 사명” 한국 금융이 ‘핀테크’라는 글로벌 트렌드에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전폭적인 지원의사를 밝혔다. 신제윤 위원장은 최근 한 심포지엄에 참석해 “핀테크 혁명에 동참하고 핀테크 혁명을 주도하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라며 “국내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핀테크 업체가 나올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와 규제 개선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INTERVIEW | 빌 가이다 비자 부사장 “디지털 현금이 최대 경쟁자… 삼성 애플은 물론 자동차 회사도 핵심 고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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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화된 현금(Digital currency)이 비자(Visa)의 새로운 경쟁자로 부상했다.” 빌 가이다(Bill Gajda) 비자 혁신·전략 파트너십 담당 부사장은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핀테크(FinTech) 발전이 비자의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줄 것 같냐”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비자의 주 수익원은 전 세계에 깔린 결제망 이용료이기 때문에 카드를 대체할 수 있는 현금이 최대 위협이다.

    신용·체크카드 사용이 일상화된 한국은 예외지만, 일본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 가운데는 현금 선호도가 높은 곳이 적지 않다. 금융기술을 등에 업고 온라인·모바일로 들어온 현금은 그 무게는 내려놓고 사용하긴 편해졌다. 비트코인도 같은 범주에 포함된다. 빌 가이다 부사장은 “5~6년 전부터 본격화된 비은행·비금융 기관의 결제 및 전자상거래 시장 진출이 보다 가속화되고 있다”며 “알리페이(Alipay) 등 지급결제업체 시스템은 카드가 현금을 사용하는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기관과 전략적 업무 제휴를 맺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자 고객군을 ▲AT&T, 보다폰 등 통신사 ▲삼성, IBM, 휴렛팩커드(HP), 마이크로소프트(MS) 등 IT기업 ▲페이팔, 알리페이, 스퀘어 등 결제 비즈니스 업체 ▲애플, 이베이 등 잠재적 금융 고객을 보유한 회사 ▲벤처캐피털 및 벤처사 ▲은행·카드사 등 6개로 나누고 있다.

    주목해야 할 건 은행·카드사를 제외한 나머지 고객군은 핀테크 영역에 해당한다는 사실이다. 가이다 부사장은 “비자의 생존을 위해서는 핀테크 기업을 비자가 구축한 금융생태시스템 속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내년 1월 핀테크 벤처 육성 센터도 지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스크린을 통해 결제하는 ‘인 카 페이먼트(In Car Payment)’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대형 자동차 생산업체도 비자의 고객이 된다. 비은행·비금융 기관의 결제시장 진출은 고객정보 보안에 대한 우려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하자 그는 “고정관념일 뿐이고 3년 안에 보안 얘기는 나오지도 않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가이다 부사장은 “핀테크는 보안 영역에서도 빠른 속도로 발달하고 있다”며 “소비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유섭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2호(2015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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