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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 부사장’ ‘라면 상무’ 탈출하는…세련된 ‘디스(Diss)’의 법칙
입력 : 2015.01.08 15: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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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모 씨의 기본적인 태도가 잘못됐다고 느낀 A부장은 이성의 끈을 반쯤 놓아버린 채 신입사원 강 모 씨와 그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직속상관을 함께 소환해 세워놓고 고성을 동반한 ‘분노의 30분’ 교육을 진행했다.
세련된 디스에 ‘분노’는 없다
조직의 리더는 인기를 먹고사는 록스타가 아니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고 비타민보다 효과가 좋다고 한들 조직에서 언제나 달콤한 말만 오갈 수 있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서로 소통하고 혹은 교육하는 과정에서 여러 패턴의 ‘싫은 소리’가 오갈 수 있다. 악의적으로 상대방에 트집을 잡거나 화풀이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로 상대방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디스(Diss : 다른 사람을 비판하는 언행이나 행동을 일컫는 신조어)’일 것이다.
그러나 회사에서 공공연하게 ‘분노의 30분’이라고 불리는 A부장의 경우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모양이다. 사무실에 불려가 1분 만에 자신의 태도가 잘못되었음을 인지한 신입사원 강 모 씨는 “잘못했습니다! 시정하겠습니다!”라고 수차례 말하며 반성했다. 하지만 가시방석에 ‘3시간 같은 30분’을 버티고 있자니 점점 1시간 내로 강의 자료를 얻어 숙지하라고 지시한 부서 대리의 명령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잘못은 했지만 소명 기회를 주지 않는 부장에 대한 반발심도 스멀스멀 올라오며 ‘이렇게 오랜 기간 지적받을 만큼 잘못한 사안인가? 지나친 거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고 사무실을 빠져나오면서도 ‘연좌죄’ 처벌을 받은 직속상관의 2차 폭격을 대비하느라 강 모 씨는 다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직속상관은 의외의 말을 던지며 어깨를 토닥였다.
“괜찮아? 매일 저러니까 크게 신경 쓰지 말고 앞으로는 트집잡히지 않게 조심해. A부장 회사에서 왕따니까 괜히 엮이거나 가까이하지 말고.”
박용만 회장의 모래시계 제프 킨들러 화이자 회장의 10센트 성공하는 리더의 자질 중 하나는 싫은 소리를 싫지 않게 하는 방식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싫은 소리를 제대로 못하면 ‘꼰대’가 되거나 심한 경우 따돌림을 받을 수도 있다. 가장 흔한 경우가 시도 때도 없이 분노하는 경우다. 화를 내는 방식은 절대 세련된 디스법이 아니다. 부부싸움 중 화가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피드백할 경우 흔히 싸움을 키우는 것처럼, 평소 근무태도 등 사안과 다른 문제를 끌어들여 트집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은연중에 칭찬을 해도 기분이 상한다는 빈정대는 말투나 비교형 화법이 나올 수도 있다.
“분노를 통해 부하 직원에게 불편한 피드백을 할 경우 직원들의 작동기억(Working Memory)을 손상시켜 전달되기 힘들 뿐더러 업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큽니다. 자신만의 5초 법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권상술 세계경영연구원 교수는 특정 상황인지와 동시에 즉각적인 분노의 피드백으로 연결되기 전에 잠시 멈추는 시간을 가지라며 ‘5초 법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짧은 시간만 멈추면 분노의 거품은 대부분 사라지고 이성적으로 피드백할 수 있는 상황 판단력이 돌아온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감정의 거품들만 싹 걷어내도 현실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기분 좋은 충고만 남는다는 것이다.
‘화를 참으면 병이 된다’는 신조를 가지고 분노의 피드백이 습관화된 경우 자신만의 방식을 개발할 것을 추천했다.
“박용만 두산 회장의 경우 모래시계를 사무실에 놓고 부하 직원에게 열이 받았을 때 뒤집어 놓고 잠시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대부분 화가 풀리고 혼낼 일이 아니라는 거죠. 설령 혼낼 일이 생겨도 상대방의 소명기회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제프 킨들러 화이자 회장은 10센트짜리 동전을 호주머니에 채워두고 부하직원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다른 쪽 주머니에 옮긴 후, 일정이 끝나면 얼마나 자신이 들었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반성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자신만의 제스처를 찾아 분노를 가라앉힐 시간을 갖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질책하며 대인배 되는 방법, ‘I-Message’ 부하 직원에게 보내는 불편한 메시지는 최대한 즉각적이고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정한 시간이 흐른 후에는 옳은 말을 해도 반발심을 부를 수 있고 목적이 불투명한 피드백은 비판만을 위한 화풀이가 될 뿐이다.
장소는 단둘이 대면할 수 있는 곳이 좋다는 것이 정설이다. 다른 조직원과 함께 있는 장소에서 하는 ‘인민재판’은 수치심을 유발할 가능성이 커 위험하다.
권 교수는 “몇몇 해외 교수들에 따르면 질책은 프라이빗 하게 하고 칭찬은 공개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한국 정서상 칭찬도 공개적으로 할 때는 조심해야 합니다. 공개적인 칭찬은 경쟁자의 질시를 얻을 수 있고 ‘같이 수행한 프로젝트에 공을 독차지하네’라는 불만도 나올 법 하죠.”라며 불편한 피드백에 있어 둘만의 소통을 강조하고 관찰한 사실을 객관적이고 담담하게 전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지각을 자주 하는 부하 직원에게 “이번 주에만 3번이나 늦었지. 허구한 날 지각인가?”라는 피드백을 생각했다면 ‘이나’ ‘허구한 날’이라는 부분은 제외하고 “지난주 주의를 줬음에도 이번 주에 3번 지각한 것으로 나타났군” 정도의 가치판단이 최대한 배제된 팩트 전달을 시작으로 소통을 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상대방에 피드백의 목적에 관해 알렸다면 다음은 그 언행이나 행동으로 인한 영향을 설명하는 과정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관점에서 표현하는 ‘You-Message’보다 그로 인한 나의 입장이나 감정을 설명하는 ‘I-Message’가 효과적이다.
“너의 태도의 문제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아나?” “지각을 계속하면서 회사생활을 유지할 수 있겠나?”와 같은 피드백보다는 “자네가 방금 취한 태도에 솔직히 조금 당황했네” “자네의 지각 횟수가 늘어나면서 어수선해진 분위기에 내 입장은 어떻게 되겠나?”처럼 자신이 느낀 감정이나 입장을 설명할 경우 상대방의 사고와 이해의 폭은 넓어지며 진정성을 전달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상습범’에게는 서면 경고가 특효약 I-Message를 통해 부하직원과의 공감을 이끌어낸 이후에는 상대방의 올바른 행동을 유도하기 위한 충격(Impact)을 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때는 개인의 관점이 아닌 고치려는 행동이 조직에게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네가 계속 지각을 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자네를 어떻게 보겠나?” “잦은 지각은 조직의 분위기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드나?”
“자네가 이렇게 하면 내 체면이 뭐가 되겠나?”
“자네가 고객사에게 이렇게 말하면 우리 회사 이미지가 안 좋아지고 결국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취소될 수 있네”
두 가지 피드백에서 모두 후자 쪽이 효과적인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다. 대망의 마무리는 기분 나쁘지 않은 선에서 질문형을 택하는 것도 좋다. ‘다시 지각하면 가만두지 않겠네’라는 강압적인 명령형의 마무리보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정도의 질문을 통해 앞으로의 계획을 직접 듣는 편이 바람직하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의 피드백을 통해서 개선되지 않는 경우다. 지적사항에 대해 개선되지 않거나 의지도 보이지 않을 때 상사로서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때는 서면을 통한 경고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같은 행동이 반복되면 감봉처리를 할 수밖에 없다’ 등 서면형태의 경고를 받을 경우 상대방은 대화를 통해 들었을 때보다 더 공식적인 경고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권상술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제안 상사가 꼭 알아야 할 불편한 피드백 노하우 6가지
•필요하다면 레이블링(Labeling)하라.
2. 꾸짖고자 하는 행동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기술하라 •정확하게 기술하고, 감정을 전혀 싣지 말고, 판단하지 마라.
3.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자신이 느낀 불편한 감정을 담담하게 설명하라 •흥분하지 말고 감정부터 가라앉히고 이야기하라.
•가슴이 두근거리는 등의 신체적 증상을 인지하라.
4. 고치려는 행동이 해당자 그리고 조직에 가져다줄 영향을 설명하라 •행동에서 우려되는 바를 말해주되, 진정성 있게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라.
•본인이 디스하는 의도를 분명히 밝혀라.
5. 해결방안을 상대에게 묻는다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 본인이 설명하게 하라.
•원인 분석을 함께해주는 것이 좋다.
•Knowledge & Skill은 어떤 것이 요구되고 그것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을지, 바람직한 태도를
설명해주고 자주 체크하라.
6. 개선 약속을 이끌어내라 [박지훈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2호(2015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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