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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 헌터’ 유순신의 Upgrade Your Career] (5) 2015년 꼭 기억해야 할 인사 트렌드 "SHEEP"
입력 : 2015.01.08 15: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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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Specialist) 국내 20대 그룹 인사부에서 미팅 요청이 들어왔다. 최근 주요 계열사에서 많은 수의 임원이 퇴사를 했는데, 이번 기회에 분야별 핵심 인재를 영입하겠다는 것이었다. 어느 기업에서든 ‘임원’이라는 별을 달았다는 것은 그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리더십도 검증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임원 영입을 위해 ‘어느 한 분야가 아닌 전 분야를 망라해서 전문가 목록을 작성하고, 일 년 내내 지속적인 인재 풀(Pool)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 그들의 요구 사항이었다.
진급, 연봉 상승을 조건으로 하는 기존의 스카우트 형식이 아니라, 동일 직급과 동일 연봉으로 수평 이동이지만 ‘진심으로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관심 대상이었다. 이와 같이 지금은 각 분야의 전문가가 주목 받고 인정받는 시대다. 고학력자가 넘쳐나고, 개인의 스펙이 점점 상향 평준화되어 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속한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있는 전문가가 주목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문가에 대한 선호는 이미 예전부터 있어 왔지만 2015년에는 그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H (Healing&Health) ‘힐링(Healing)’이라는 단어가 유행한 지 꽤 되었지만, 그 인기는 2015년에도 지속된다. 스트레스 관리 능력이 뛰어나고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 각광받을 것이다. 또한 새해에는 정신적 힐링과 더불어 신체적 건강 문제에도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요즘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힘쓰고 있다.
금연뿐만 아니라 절주, 체중관리 등 직원들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는 기업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기업들이 직접 나서서 직원의 건강을 관리하는 이유는 개인의 건강이 더 이상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곧 회사의 건강이기 때문이다. 흡연, 과음, 스트레스, 과체중 등 이유가 무엇이든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업무에 집중을 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은 개인의 경쟁력 상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회사 전체 이익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나의 건강이 회사의 경쟁력이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평소에 스스로 건강관리와 스트레스 관리에 소홀하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E (Ethic) 얼마 전 국내 굴지의 에너지 기업인 T사와 미팅을 하게 되었다. 새해를 맞아 조직 개편을 하면서 필요한 인재 영입을 요청한 것이다. T사의 인사담당자는 “전문성과 개인의 능력은 당연히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필수 역량이고, 무엇보다 윤리적 태도가 우선시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언급했다. 직원에게 막말을 한다거나 금전적인 비리, 성희롱이나 폭력, 학력이나 경력 위조 문제 등 윤리적 문제가 없는 사람을 채용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였다.
더 나아가 “개인 사생활이 깨끗한 사람, 즉 가정적으로 문제가 없는 사람을 원한다”며 “옛날 말에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고 했다. 가정도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이 회사에서 더 큰 조직을 어떻게 끌고 나가겠는가?”라는 말을 덧붙였다. 요즘 각종 언행 문제, 태도 논란 등이 사회적 이슈인데, 윤리적 문제는 직장인 개인에게도 중요한 사안이 되었다. 매일매일 벽돌을 쌓듯이 차근차근 평소에 스스로 윤리적 문제에 주의하며 도덕적으로 좋은 평판을 관리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현명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직전문성 강화를 위한 인사혁신처의 ‘인재 초빙 공모’가 시작되었다. 개방형 직위제가 시행된 지 10여 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외부 전문가보다 기존 공무원이 자리를 차지해서 무늬만 개방형이라는 비난을 받아왔기에 필자 또한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인재들을 추천해 달라는 전화 요청을 받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민간 전문가인 수장 임명과 더불어 실무적으로도 정부와 민간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이 확연히 느껴졌다. 외부 인재 영입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를 확인한 후 ‘이제 실질적 경쟁이 가능하겠구나, 해볼 만하겠다!’라는 생각에 주위 인사담당자들에게 열심히 알렸다.
그 결과 평소 10명 이내였던 지원자가 20명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고, 대다수가 민간 전문가였다. 이처럼 민(民)과 관(官)뿐만 아니라 여성과 남성의 벽, 고학력과 저학력의 벽, 국가 간의 벽을 넘어 인종의 벽까지 무너지는 혁신의 흐름이 점점 가속화될 것이다.
P (Powershift)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1990년에 다가올 미래의 변화를 누가 통제할 것인가의 문제를 다룬 <권력이동(Powershift)>이라는 저서를 발표했다. 그의 말대로 권력은 국가에서 기업으로, 그리고 기업에서 개인으로 이동했다. 이제 개인은 ‘기업’이라는 한 직장에 매여 있지 않고, 스스로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미련 없이 더 좋은 곳을 찾아 옮겨 다닌다. 기업은 능력 있는 개인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동원한다. 세계 최고 기업으로 우뚝 선 기업일지라도 경쟁에 밀려 선두 자리에서 내려갈 수도 있다는 불안감과 위기감을 항상 안고 있다. 최고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각과 기술, 환경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인재가 필요하다.
이들은 출중한 실력을 갖추고 있으며 세계 최고라 일컬어지는 외국 유수의 회사에서 대접받는, 한마디로 ‘골든(Golden) 인재’들이다. 많지는 않지만 국내기업 중에서도 최고의 위치를 유지하고자 이러한 인재를 영입하려는 의뢰를 한다. 하지만 현재 자기 자리에서 잘나가고 있는 사람들이고, 굳이 이질적인 문화에 대한 위험부담을 떠안고 한국으로 오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들에게 ‘돈벼락을 맞았다’고 할 정도로 최고의 대우를 하며 모셔 온다. 마치 성적이 좋은 유명 운동선수들이 높은 이적료를 받고 옮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고 파워의 중심은 점차적으로 개인에게 집중될 것이다.
구글의 회장인 에릭 슈미트는 “성공적인 글로벌 기업일수록 세계 최고의 인재들을 관리하고, 경영하는 법을 터득한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즉 ‘인재의 힘이 곧 기업의 힘이고,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2015년 을미년은 푸른 양의 해로, 온순하고 순박한 양의 기본 성질에 젊음과 영원함, 생명을 상징하는 푸른색이 더해져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을 나타낸다고 한다. 이와 같은 양의 기운을 받아 직장인 모두가 고유의 경쟁력을 보유한 ‘골든 인재’가 되어 성공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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