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억 소비자 보유한 아프리카 소비자를 분석하라!

    입력 : 2015.01.08 15:02:46

  • 사진설명
    “아프리카를 단순히 자원으로 여기지 않는다. 아프리카에서, 우리의 경제성장을 위해, 땅에서 자원 캐내는 것만 바라지 않는다. 투자를 통해,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되는, 그런 경제적 성장을 바란다.” 2012년 8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국-아프리카 기업포럼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 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부와 민간 기업이 함께 아프리카 대륙에 330억달러(약 34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미국의 태도는 급성장하는 아프리카와의 관계 설정에 나선 것이면서, 한 발 앞서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잇따랐다. 어떤 경우든, 아프리카가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달라지고 있음을 뜻한다.



    아프리카는 여러 측면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대륙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젊은 인구 층을 갖고 있어 노동인구가 풍부하다는 점, 점차 안정되는 정치, 그리고 넓은 토지 자원 등 투자전망을 밝혀주는 요소가 많다. 경제성장에 따른 중산층의 증가로 기존의 자원, 광산 중심의 성장에서 관광, 은행, 식료품 등으로 산업의 스펙트럼도 넓어지고 있다. 가능성을 인지한 국내외 많은 기업들도 아프리카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인구는 10억명에 달하고, 사용되는 언어는 2100여 개, 나라만도 54개국이 있다. 특히 중국, 미국, 인도, 유럽을 모두 합한 것보다 규모도 크다. 무작정 가능성만 보고 뛰어들기보다는 기존 시장과 다른 아프리카만의 독특한 특징을 파악해야 한다. 수많은 아프리카 소비자를 일반화하는 것은 어렵지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이를 통해 기업에 시사하는 바를 고민해보자.

    (위)남아공 쇼핑가 세일 문구(아래)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쇼핑타운
    (위)남아공 쇼핑가 세일 문구(아래)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쇼핑타운
    1.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며 소비욕구가 크다 지난 10년간 아프리카의 GDP성장률은 세계 평균을 웃돌았다. 최근 2년간 북아프리카 등 정치적 혼란을 겪은 지역에서는 낙관적인 소비자 정서가 덜하긴 하지만 대다수의 아프리카 소비자는 미래가 현재보다 나을 것이라고 믿고 있고 발전 가능성도 높이 평가한다. 미래에 대한 낙관주의와 함께 시작된 경제 성장, 도시화는 소비에 불을 지피고 있다.

    많은 아프리카 소비자는 가까운 미래에 노트북 구매, 휴대폰 변경, 여가생활, 자동차, 교육에 대한 지출을 늘릴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소비 관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아프리카인들은 더 많은 것을 갖고자 하는 욕구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수입도 증가함에 따라 도시에 거주하는 아프리카 소비자들은 새로운 제품을 사용해보고 좀 더 고가의 제품으로 업그레이드하는 형태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소비욕구와 경향은 기업에 중요한 성장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2. 기업가 정신이 돋보이며 도전적이다 아프리카는 고등교육 시스템이 미흡해 대학 진학률이 10%도 미치지 못한다. 아프리카의 4개 대학만이 세계 400대 대학 순위에 든다. 보다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아프리카에 진출하고 아프리카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아프리칸 챌린저들이 등장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아프리카인들은 전문적인 직업 선택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아프리카를 무대로 하는 다국적 기업들에게 인재 채용과 유지가 최우선 과제인 이유다.

    아프리카인들은 스스로 기회를 만들고자 하는 기업가 정신과 도전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기업들은 이 같은 점을 잘 활용해 상품 유통이나 프로모션에서 현지 기업가들과 협업하며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



    3. 디지털디바이스와 SNS 이용도가 높다 지난 10년간 아프리카 내 기술, 인터넷 그리고 정보 접근성의 발전은 괄목할 만하다. 아프리카의 정치, 경제적 안정을 가져온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특히 모바일 기술은 아프리카 대륙의 인프라 부재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준다. 아프리카 내에서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사용률과 보급률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일부 아프리카인들은 휴대폰 사용으로 인해 식사를 거르기도 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기술의 발달에 따라 사회적 관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드인과 같은 SNS에 대한 이용도 높아지는 추세다. 바이럴 커뮤니케이션이 점차 아프리카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된 것이다. 기업들은 인터넷과 SNS를 이용한 광고, 입소문, 소비자 교육을 진행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부부와 제이콥 주마 남아공 대통령 부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부부와 제이콥 주마 남아공 대통령 부부
    4. 글로벌 브랜드에 대한 욕구가 크다 아프리카 소비자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글로벌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높다. 단순히 인지도가 높은 것뿐만 아니라 좋아하고 구매까지 이어진다. 모로코에서는 ‘타이드(Tide)’가 세탁 세제를 의미하고, 콩고 민주공화국에서는 면도기를 ‘질레트(Gillette)’라고 부른다. 글로벌 브랜드 이름이 상품군을 대표하는 명칭이 되는 셈이다. 블랙베리를 사용하고 소니의 평면TV를 보며 코카콜라와 펩시를 마시고 도리토스를 먹는 아프리카인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처럼 글로벌 브랜드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선전할 수 있는 이유는 현지 브랜드의 힘이 압도적인 중국과 인도와 달리, 아프리카에는 대륙 전체를 아우르는 현지 브랜드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브랜드는 보통 한 국가, 한 시장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고 소비자에 대한 접근성이 부족해 사업을 확장시키기 위해 필요한 투자에 적극적이지 못한다. 이 점은 아프리카로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에게 기회가 충분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경쟁이 덜한 지금 시점에 아프리카 시장에 진출한다면 브랜드 우위를 수월하게 점할 수 있다.



    5. 브랜드 충성도가 높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프리카 소비자들의 브랜드 충성도는 아시아보다 더 높게 나타난다. “내가 아는 브랜드, 익숙한 것만 사용한다”는 정서인 셈이다.

    지출할 수 있는 돈이 한정적인 소비자들은 새로운 상품을 도전해보는 리스크를 떠안으려 하지 않으며 가족, 친구, 동료들로부터 소개받은 브랜드를 신뢰하고 고수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기업들은 두 가지 선택사항이 있다. 첫째, 상품을 확장시키고 다양화하는 우산효과를 활용한다. 아프리카 소비자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브랜드 안에서 동일 계열 상품으로 소비를 뻗어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샘플을 이용한 프로모션을 활용한다. 새로운 상품이나 브랜드에 대해 도전하기 주저하는 아프리카 소비자들의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아직 물건을 살 능력이 없는 소비자들에 대한 마케팅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나중에 소득이 증가하면 평소 갖고 싶던 브랜드를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국가에 비해 새로운 상품 유통에 어려움이 많다 하더라도 일단 아프리카 소비자의 마음을 얻으면 오랜 기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위)남아공 더반 국제 컨벤션센터(아래)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아프리카연합 빌딩
    (위)남아공 더반 국제 컨벤션센터(아래)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아프리카연합 빌딩
    6. 품질이 좋다면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할 의향이 있다 아프리카의 많은 소비자들은 제한된 지출예산을 갖고 있다. 하지만 늘 저렴한 상품만을 찾는 것은 아니다. 특히 품질이 높다면(내구재의 경우 오래 쓸 수 있다면) 기꺼이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하고자 한다. 가격 못지않게 품질에 대해 높은 기준을 갖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인도 오토바이 제조업체인 바자즈 자동차(Bajaj Auto)는 ‘박서(Boxer)’라는 오토바이로 나이지리아에 진출했다. 중국 모델보다 30% 높은 가격을 책정했지만, ‘박서(Boxer)’는 2년 만에 크게 성공을 거뒀으며 현재 아프리카에서 가장 잘 팔리는 오토바이가 됐다.

    하지만 아프리카 소비자들이 글로벌 브랜드를 선호한다고 해서 무작정 글로벌 상품을 내놓아서는 안 된다. 다국적 기업들은 소비자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반드시 파악하고, 품질과 가격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각 시장에 맞게 상품을 디자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이 전원용 서지 프로텍터(Power surge protector)를 내장한 텔레비전을 만들고 프랑스 자동차 회사 르노(Renault)가 저렴하지만 고품질인 자동차 ‘다키아(Dacia)’를 만든 것은 좋은 예다.



    7. 시장 잠재력이 과소평가되어 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리서치와 데이터 마이닝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구체적인 데이터가 있다고 해도 시장, 소비자 등에 대해 제공되는 정보는 체계적이지 않거나 신뢰도가 낮은 경우가 많다. 또한 병행수입과 비공식적 항목들이 공식수치에 포함되지 않아 시장의 규모가 저평가되는 일이 빈번하다.

    이에 기업들은 세 가지를 유념해야 한다. 첫째, 아프리카 시장 잠재력이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정확한 시장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심층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둘째, 시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셋째, 공식수치에 포함되지 않은 항목이 많다는 것을 인지하고 이 부문에 대해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



    8. 선호하는 소매점 유형이 진화하고 있다 미국, 유럽의 슈퍼마켓 같은 현대식 소매점포가 아프리카 내에서 증가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 대용량, 고품질, 신선함, 깨끗함 등으로 아프리카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 같은 현대화에도 불구하고 전통적 소매점들은 여전히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적 소매점은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부분에 접해 있어 접근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 다국적 기업들은 반드시 두 가지 소매점 유형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을 사용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극대화시켜야 한다. 첫째, 전통적 소매점에서의 성공을 위해서는 저용량 제품, 작은 크기의 전시물 등이 필요하다. 점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 제품 홍보를 독려하는 것도 방법이다. 둘째, 현대식 소매점은 시장의 새로운 진입자가 채널 중심의 전략을 펼칠 수 있는 좋은 기반이다. 모든 채널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전에 현대식 소매점 채널을 적극 활용해 성공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아프리카가 중요한 성장 기회를 갖고 있고 발전 잠재력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아직 많은 도전과제들이 남아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중산층이 증가하고 있으나 여전히 인구의 상당수는 빈곤 속에 살고 있다. 빠른 속도로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으나 아프리카 내 포장도로 비율은 아직 19%에 불과해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찾는 방법 역시 풀어야 할 과제다.

    ‘아프리카는 교역소 아니면 자원공급소’였던 시대는 끝났다. 21세기 아프리카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현지 소비자와 시장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최적화된 상품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현지 파트너들과 협업을 진행하는 등 진정한 현지화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패트릭 뒤프(Patrick Dupoux)·스테판 휴즈(Stephane Heuze) BCG 카사블랑카오피스 파트너

    스테파노 니아바스(Stefano Niavas)·텐바이트 에르미아스(Tenbite Ermias) BCG 요하네스버그오피스 파트너]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2호(2015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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