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1월 출범 예정인 통합 산업은행…자회사 매각 위한 M&A 빅마켓 여나

    입력 : 2014.12.12 09:51:43

  • 산업은행발(發) M&A가 시작된다.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중소기업청은 지난 8월 26일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정책금융공사(이하 정금공)와 산업은행의 재통합이다. 2009년 정책금융 육성과 산업은행의 민영화를 위해 산업은행에서 분리됐던 정금공이 다시 산은과 통합하게 된 것이다. 금융위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 안정 기능이 중요해지면서 전문성을 보유한 산은의 정책기능 유지 필요성이 증대됐다”면서 “역할이 겹치는 정금공과 산은의 통합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산은과 정금공의 통합 계획 발표 이후 재계는 산은과 정금공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산은 계열의 금융계열사들과 대우조선, 대우건설은 물론이거니와, 정금공 산하의 한국항공우주(KAI)까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산은 계열 KDB대우증권이 보유하고 있는 중견건설사들 역시 통합 과정에서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커지면서 산은과 정금공의 통합 과정을 주목하고 있다. 5년 만에 다시 통합되는 산은과 정금공. 이 과정에서 매물로 나올 산은과 정금공이 보유 중인 알짜기업들을 살펴봤다.

    사진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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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은+정금공 통합 후 자회사 매각 금융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먼저 산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산은지주와 정금공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통합 산은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산은은 계열 자회사를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 산은 계열의 사회간접자본(SOC)투자를 맡고 있는 KDB인프라자산운용만이 그대로 유지될 뿐, 대우증권을 비롯한 산은캐피털, 산은자산운용, KDB생명 등이 모두 매각 대상이다.

    또한 역할 중복 논란이 일었던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는 현 체제를 유지하고, 정금공의 해외 업무 자산과 부채, 인력은 수출입은행으로 이관하기로 했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역시 현 체제로 운영된다.

    통합절차가 완료되면 정부와 정금공이 각각 9.7%, 90.3%씩을 보유했던 산은지주 지분은 사라지고, 정부가 통합 산은의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된다.

    산은 관계자에 따르면 산은과 정금공의 통합절차는 이미 상당부분 진척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 산은의 부서 및 역할에 대한 논의가 확정된 상태에서 시작된 만큼, 내부 인력 재배치 문제와 자회사 매각만이 숙제라는 설명이다.

    재계에서는 통합 산은 이후 시장에 나올 산은의 자회사들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산은은 현재 대우증권을 비롯해 산은캐피털과 산은자산운용, KDB생명을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대우조선과 대우건설의 지분, STX중공업과 STX조선도 보유하고 있다. 정금공 역시 국내 대표 방위사업체인 KAI의 상당 지분을 손에 쥐고 있다. 이뿐 아니다. 산은지주 계열사인 대우증권은 산하 펀드를 통해 경남기업과 팬텍, 금호산업, 한국증권금융 등의 기업 지분을 보유 중이다.

    재계에서는 이중 대우증권을 제외한 계열사 및 관계사들의 지분을 대거 매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금융 강화 차원에서 ‘통합 산은’을 출범시키는 만큼, 민간 기업들과 경쟁 소지가 있는 자회사들을 모두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홍기택 회장이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대우증권 매각은 통합 이후 시장 상황을 봐서 판단하겠다”고 밝혀 대우증권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왼쪽)STX그룹, (오른쪽)대우조선해양
    (왼쪽)STX그룹, (오른쪽)대우조선해양
    (왼쪽)대우증권
    (왼쪽)대우증권
    글로벌 No.1 조선업체가 산은? 제조업계에서는 일단 산은이 보유하고 있던 조선 계열 기업들의 매각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던 조선 경기가 최근 완만한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성장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서다. 대우조선은 1999년 8월 워크아웃을 신청한 뒤 2년 만인 2001년 8월 정상화됐는데, 이 과정에서 산은은 대우조선 정상화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했고, 이 자금은 고스란히 출자전환됐다. 그 결과 산은은 대우조선의 지분 31.5%를 보유한 1대주주다. 또 산은은 2012년 STX그룹 해체 과정에서 STX조선해양과 STX엔진, STX중공업 등도 관계회사로 추가했다. 이들 기업에 대출했던 자금을 출자로 전환하면서 주요주주가 된 것이다.

    재계에서는 통합 산은 과정에서 이들 조선업체들이 대거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대우조선은 매각 대상 1순위로 거론된다. 정상화 이후 2006년 이미 시장에 매물로 등장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이 시장에 나올 경우 재계에서는 한화그룹을 비롯해 현대중공업과 GS그룹 등이 인수후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GS그룹이 대우조선에 높은 관심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가격이다. 대우조선은 2006년 인수 과정에서도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해지면서 6조원을 돌파한 바 있다. M&A 업계 관계자들은 “2006년의 경우 조선 경기가 좋았고, 국내 산업계도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었다”며 “2010년 이후 조선경기가 하락세를 유지했고,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는 등 변수가 많아져 이전처럼 높은 금액을 받을지는 미지수”라고 입을 모았다.

    산은이 보유하고 있는 STX그룹 계열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조선 경기가 좋지 않아 매각이 성사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선업계 1위 대우조선이 매물로 나올 경우 STX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관심은 더욱 줄어들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조선업계 내부에서는 이런 점 때문에 산은이 정부 산하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조선기업들을 묶어 합병시킨 후 매각하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산은이 소유 중인 대우조선과 STX그룹 계열사 외에도 수출입은행이 성동조선과 대선조선을 관리하고 있으며, 우리은행은 SPP조선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한 조선업체 임원은 “대우조선을 제외한 STX그룹 계열과 성동조선 및 SPP조선을 합병시켜 덩치를 키워 팔거나, 아예 대우조선까지 포함해 대형 조선업체를 설립해 매각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산은 관계자는 “자회사 매각과 관련한 로드맵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면서 “업계의 예상처럼 조선업체 빅딜이 있을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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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그룹 버금가는 산은 금융계열사 눈길 제조업계가 통합 산은이 매각할 조선업체들에 관심이 쏠려 있다면, 금융권에서는 산은지주 산하의 금융계열사를 주목하고 있다. 산은지주 금융계열사를 모두 인수할 경우 삼성그룹 내 금융계열사들을 능가하는 소규모 금융그룹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산은지주는 현재 산은을 제외한 대우증권과 산은캐피털, KDB생명, 인프라자산운용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여기에 대우증권도 칸서스자산운용과 한국증권금융 등 알짜배기 금융사들이 집중돼 있다. 일단 산은은 내년 1월 1일 통합 산은 출범 이후 금융계열사 매각을 위한 수요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수요조사 결과에 따라 패키지딜과 개별딜로 금융계열사를 구분하고, 최대 3단계에 걸쳐 금융자회사들을 매각할 방침이다. 현재 매각이 진행 중인 우리금융지주와 유사한 방식이다.

    금융권에서는 대우증권에 KDB자산운용과 KDB생명을 붙이는 ‘대우증권+자산+생명’ 패키지딜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KDB생명 매각이 현재 진행 중이지만,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대우증권과 함께 매각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KDB생명은 올해 중반 매각에 나섰지만, 실패한 바 있다.

    산은캐피털은 개별 매각하거나 아예 매각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KDB인프라자산운용은 그대로 산은 계열로 남을 전망이다. 국가 기반사업인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산은 계열로 남아 있는 게 좋다는 판단에서다. 금융권에서는 대우증권 패키지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업계 1위에 빛나는 대우증권을 인수할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대우그룹 해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성장을 이어온 대우증권의 저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특히 대우증권이 산은과 함께 기업구조조정에도 참여해 건실한 중견건설사들의 지분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대우증권을 눈여겨볼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대우증권은 현재 팬텍과 경남기업, 금호산업 등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대우증권이 실제로 매물로 나올지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 홍기택 산은 회장이 국정감사에서 “대우증권은 시장상황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앞서 설명한 것처럼 대우증권은 현재 기업구조조정 채권을 상당수 가지고 있다. 산은의 역할 중 하나인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금융 지원 과정에 대우증권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우증권이 실제 매물로 나오더라도 높은 관심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현대증권이 매물로 나온 상황에서 또다시 대형 증권사가 매물로 나오면 가격만 떨어지고 딜은 성사되지 않을 수 있어서다. 외국계 컨설팅업체의 한 연구원은 “현대증권을 포함해 내년 상반기에는 상당수의 금융사들이 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대우증권까지 매물로 나오면 제대로 된 가격을 받는 것은 둘째 치고, 다른 금융사의 가격을 떨어뜨리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 가격 받기는 고사하고 다른 매물의 가격하락만 부채질할 것이란 지적이다.

    한국GM, KAI 지분도 관심 높아 한국GM과 KAI의 지분 역시 관심거리다. 산은은 금융계열사와 대우조선 외에도 현재 KAI의 지분 0.34%와 한국GM 17.02%, 신분당선 10.98%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KAI는 산은과 통합하는 정금공도 지분 26.41%를 보유 중이다. 재계에서는 KAI의 매각에 무게 추를 놓고 있다. 산업은행과 정금공을 제외한 삼성테크원(10%), 현대자동차(10%), 디아이피홀딩스(5%), 국민연금(7.07%) 등이 매각을 원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지난 10월 진웅섭 정금공 사장이 국정감사에서 “KAI 매각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통합 산은이 출범한 이후 다시 논의할 문제라는 설명이다.

    시장상황 역시 좋지 않다. KAI에 가장 높은 관심을 보여 왔던 한진그룹이 재무구조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다른 방위산업체들의 경우 KAI 인수에 나설 정도로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KAI 매각은 민영화 차원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방위산업의 특성상 매각에 나서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통합 산은이 출범하더라도 KAI 매각은 시간을 두고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대우증권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들도 관심거리다. 금융권에서는 통합 산은이 대우증권 매각 전에 대우증권이 가진 지분들을 매각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우증권은 금호산업과 경남기업, 오성Ist, 팬텍, 자일자동차판매, 대우송도개발 등을 보유하고 있다.

    산은과 정금공의 통합으로 새해 벽두부터 일어날 대규모 빅딜. 그 승자는 누가 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서종열 기자 사진 매경DB]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1호(2014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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