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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 시장 변화에 대비해야 지속성장 이룬다
입력 : 2014.11.14 16:2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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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오랫동안 침체기를 겪으며 주춤했던 자동차산업이 드디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자동차 관련기업들의 총주주수익률(TSR)을 분석한 결과 2009년부터 2013년까지 OEM기업은 연평균 TSR이 29%, 부품 제조기업은 33% 상승하며 다른 업종 평균치인 21%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성과가 높은 일부 소수 기업이 이끈 것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 현지 신용경색, 만연한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불안정한 경영환경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국가와 지역에서 성과가 발생하며 자동차산업이 다시 일어서게 된 것이다.
다만 개별 기업 간 실적 차이가 크다는 사실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장 높은 가치를 창출한 기업인 중국 창청자동차(Great Wall Motor Company)는 5개년 연평균 TSR이 109%에 이르지만 가장 낮은 기업은 -5%로 두 기업 간 격차는 무려 114%포인트에 달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상황과 업계 트렌드도 변수다. 지속 가능한 가치창출을 위해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자동차 OEM기업, 주력 시장에 따른 전략 차별화 필요 OEM기업은 주 무대로 활동하는 국가나 지역에 따라 가치창출전략에 차별화를 둘 필요가 있다. 신흥국에 주력할 경우 마진 개선과 판매량 확대를,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경우 내부 체계를 개편해 수익마진을 늘리거나 배당금, 주식환매의 형태로 주주들에게 현금을 되돌려 주는 것이 좋다.
1) 신흥시장 주력 OEM기업 전략-마진개선과 판매량 확대 신흥국에 주력하고 있는 OEM기업은 36~49%의 연평균 TSR을 창출했다. 이들 기업의 경우 신흥국의 부(富) 증대가 큰 역할을 했지만 단순히 현지 시장상황에 편승해 가치를 창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2009년에서 2013년까지 상위 10대 가치창출기업 순위에서 1~3위를 차지하며 기아자동차(Kia Motors), 타타자동차(Tata Motors) 등을 앞선 창청자동차, 화신자동차(Brilliance China Automotive), 창안자동차(Changan Automobile)의 경우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우수한 전략과 운영 효율성을 빠르게 수립하고자 노력했다. 마진개선과 판매량 확대 등을 통해 말이다.
그중에서도 인도의 바자즈자동차(Bajaj Auto)는 신흥시장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예다. 최근엔 주력 모델인 디스커버(Discover)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바자즈라는 이름이 새겨진 두 개의 신모델 100M과 125를 출시했다.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는 도시와 농촌 모두에서 3륜차가 주요 세그먼트인 만큼 3륜차 제품 라인을 대대적으로 재정비하는 작업에 돌입한 것이다.
바자즈자동차는 생산량 중 해외 수출 시장으로 공급되는 비중이 약 35%로 신흥국 자동차 기업 중 높은 편에 속한다. 회사는 수출을 진행하며 매출구조를 다각화시키고 내수(인도) 시장의 불안정성이 지속될 때 완충 장치 역할을 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현재 아프리카에서 수요가 가장 높은 브랜드 중 하나이며 아시아, 남미, 중동 진출 규모도 상당하다. 2륜 및 3륜 자동차를 대체할 수 있는 저렴하고 안전한 4륜 자동차 RE60을 통해 매출구조는 더욱 다각화될 것으로 보인다.
바자즈자동차가 도입한 접근법이 성공적이라는 사실은 TSR의 구성 비율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바자즈자동차가 기록한 TSR은 62%로 업계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이 중 매출액 증가는 20%포인트, 마진 개선은 10%포인트를 차지하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승수 상승이 전체 TSR에서 22%포인트를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주식 시장이 장기 하락 늪에 빠진 인도에 소재하고 있는 OEM기업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는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기아자동차의 경우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연평균 TSR이 55%로 시장의 승수가 떨어졌음에도 생산라인, 운영, 재무 포지션을 대대적으로 재편하며 자동차 업계 상위권에 진입하고 자사제품 수요를 크게 끌어올린 기업으로 꼽힌다.
기아차의 출발점이 미미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엄청난 성과다. 1944년에 설립된 기아차는 트럭과 승용차 브리사(Brisa)로 사업을 다각화하기 전까지 자전거 튜브와 부품을 생산하던 기업이었다.
초기 포드와의 제휴를 통해 꾸준히 성장한 뒤 1994년 미국에서 자사 이름을 내걸고 자동차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가 발생하면서 기아차는 파산 보호 신청을 냈고 1998년에 현대자동차에 인수돼 현대자동차그룹이 됐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2009년, 기아자동차는 여전히 성장성이 주춤한 딥밸류(deep value) 기업이었다. 딥밸류 기업이란 가치 제안이 차별화되지 않고 경쟁 우위도 분명하지 않아 매출총이익이 낮은(평균 18%로 전 세계 분석 대상 기업 평균의 절반 수준) 기업을 이른다. 경쟁 포지션이 취약하고 부채 비율이 높기 때문에 가치 평가도 낮은 것이 대부분이다. 딥밸류 기업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제품과 서비스의 차별화, 생산성과 마진 개선, 대차대조표 리스크 감소와 같은 내부 혁신을 실시해야 한다. 기아차는 즉시 이를 진행했고 2009년 초 100원에 불과하던 투자가치가 2013년 말 약 583.5원까지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했다.
기아자동차는 가장 먼저 제품 차별화에 중심을 둔 투자를 진행했다. ‘미래 핵심 성장 동력’을 디자인으로 선정, 피터 슈라이어(Peter Schreyer)를 최고 디자인 책임자로 영입했다. 슈라이어는 2006년 폭스바겐에서 아우디 TT를 탄생시킨 디자이너로 기아자동차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호랑이 코 모양의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을 탄생시켰다.
기아자동차는 국제적으로도 인정을 받았고 2012년 레드닷(Red Dot), iF, IDEA(International Design Excellence Award) 등 세계 3대 디자인상을 석권했다. 기아차는 디자인에 집중하면서 품질도 지속적으로 개선했다. JD파워(J.D. Power)가 주관하는 초기품질지수조사에서 2003년엔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2013년에는 34개 OEM 중 11위로 뛰어오른 것이다. 모기업 현대자동차그룹은 1위를 기록했다.
생산성과 마진도 보완했다. 2002년부터 기아자동차는 현지화 프로그램에 착수, 중국에 생산 시설을 짓고 슬로바키아(2006년)와 미국(2009년)에도 공장을 신축했다. 설비가동률을 꾸준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현지화를 추진한 결과 재고 회전률이 2007년 1.16에서 2013년에는 1.78로 높아졌다.
모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과 체계적으로 플랫폼을 공유함으로써 복잡성을 줄여 운영비용은 2006년 23%에서 2013년에는 17%로 줄일 수 있었다. 같은 기간 동안 기아자동차의 영업 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operating cash flow) 마진은 -2%에서 10%로 늘어났다.
마지막으로 대차대조표 리스크도 줄였다. 글로벌 재고를 2008년 초 약 5개월에서 2013년 말에는 2개월 미만으로 단축시킴으로써 총 부채를 65억달러 줄이고 순부채는 없앴다.
전 세계적인 시장 트렌드도 영향을 미친다. 일례로 자동차 수명이 늘어나면서 노후화된 마모 부품을 교체하려는 수요가 증가, 부품업체가 경제 위기 속 양호한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타며 자동차 산업의 양대 산맥인 OEM과 부품 제조 부문이 호조를 띠고 있다. 회복하고 있는 산업 분위기에 일부 기업은 한시름 놓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계경제는 여러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고 가변적인 만큼 변화하는 시장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전략수립은 필수다. 실제로 엔저 현상에 이은 위안화 약세 흐름으로 자동차 기업을 포함한 국내 수출기업들이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시장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지속적인 가치창출을 위해 자사의 주력시장은 물론 제2, 제3의 가능성을 대비한 전략을 세우자. 승자와 패자기업은 시장 변화에 대비한 개별 기업의 전략 여부에 따라 나뉠 것이다.
[사비에르 모스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디트로이트오피스 시니어파트너 저스틴 로즈 BCG 시카고오피스 파트너
락시타 아그라왈 BCG 애틀랜타오피스 이사 프랭크 플라스케 BCG 뮌헨오피스 파트너 사친 난드가온카 BCG 첸나이오피스 시니어파트너 마르코 헤리츠 BCG 베이징오피스 파트너]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0호(2014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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