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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사업법 개정으로 ‘을’ 권리 높아진 창업시장
입력 : 2014.09.12 15: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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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이라면 바뀐 가맹법에 대한 내용을 숙지해 부당하게 피해를 입는 일은 피해야 한다.
개정 가맹사업법의 주요 내용을 보면 본사의 정보공개를 강화하고 허위·과장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또 가맹점이 100개 이상인 프랜차이즈 업체에 대해서는 가맹계약을 체결할 때 예상매출을 반드시 제공하도록 했다. 이외에도 과중한 위약금을 부과하거나 불필요한 리모델링 요구, 부당한 영업시간 강요 등도 금지됐다.
이 같은 조치들은 결국 계약 관계에서 ‘을’의 입장인 개인 가맹점주들의 권리를 강화해 부당한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이다. 가맹점주의 실제 피해 사례를 통해 새로 바뀐 가맹사업법을 살펴본다.
# 사례 1
금융회사에 다니던 B씨는 3년 전 명예퇴직 후 창업을 위해 한 부대찌개·보쌈 업종 사업 설명회장을 찾았다.
본사 직원은 부대찌개는 월매출 4500만원에 순이익 630만~990만원, 보쌈은 월매출 6000만원에 순이익 780만~1680만원이라고 설명했다. 설명을 듣고 B씨는 퇴직금과 일부 대출금으로 부대찌개 가게를 창업했다.
하지만 창업을 하고 가맹점을 운영하면서 현실은 본사의 설명과 달랐다. 순이익은 물론 매출도 본사에서 설명한 금액보다 크게 낮았다. 본사는 상권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장사가 잘되는 ‘상위 5% 가맹점의 3개월 매출’만을 기준으로 매출과 순이익을 산출한 것이었다. 또 순이익 산정 시 고정자산의 감가상각비와 세금 등 비용항목을 공제하지 않아 실제 금액보다 부풀려졌다. 이 업체는 결국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시정명령과 함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개정 가맹법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이 가맹 계약을 체결할 때 본사는 점주에게 예상매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한 것이다. 물론 개정법이 시행되기 전에도 공정위는 매출과 관련해 거짓, 과장 광고한 본부에 대해서는 시정조치를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개정법은 가맹점주가 본사를 고발할 수 있게 하고 과징금 부과도 더욱 강화됐다. 또 예상 매출액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예상 매출 정보를 제공할 때는 반드시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해서 제공해야 한다.
B씨의 사례처럼 실제 매출이 예상매출과 차이가 크더라도 매출 산출 근거가 객관적이라면 과장 정보제공에 해당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상권의 같은 업종이라도 가맹점주에 따라 매출이 2~3배 차이나기도 한다”며 “점주의 노력도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점주의 노력 부족 등의 이유로 매출이 낮을 경우에는 본사에 대해 ‘과장 정보 제공’을 이유로 고발할 수 없다.
예상매출 산정서를 의무적으로 서면제출해야 하는 업체는 ‘가맹점 100개 이상’ 대형 가맹본부로 제한했다. 현재 400여 개의 가맹업체가 이에 속하는데 이보다 작은 업체는 예상 매출을 산정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규모가 작은 가맹업체는 예상매출을 부풀려 과장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들 업체도 객관적 근거 없이 매출을 부풀려 가맹점주를 모집하면 공정위에서 과태료가 부과된다.
최근 디저트 등 새로 인기를 끌고 있는 창업 업종은 아직 가맹점이 100개 미만인 곳들도 많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작은 규모의 업체라도 객관적인 예상 매출 정보를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가능하면 서면으로 받아두는 것이 향후 있을지도 모를 법적 분쟁에도 대비할 수 있다.
가맹사업자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가맹사업법 개정으로 가맹점주의 권리가 예전보다 향상됐다. 사진은 한 커피전문점의 창업교육 모습.
서울 도심에서 커피 가맹점을 운영하는 점주 A씨. 그는 4년 전 본사에서 황당한 통보를 받았다. 본사가 판촉행사의 일환으로 KT 올레 멤버십 회원에게 모든 음료를 10% 할인해주는 행사를 진행하는데 그 비용을 부담하라는 것이었다. 본사는 할인 행사에 대한 비용을 KT와 각각 50 대 50으로 부담키로 하면서 회사 분담분을 가맹점에 전가했다.
A씨를 포함해 가맹점주 40%가 이 판촉행사를 반대했지만 본사는 행사 진행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본사 행위는 자신의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가맹점주에 불이익을 제공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커피전문점은 또 가맹점의 인테리어 시공과 장비 구입을 특정 업체에서 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전에는 가맹점의 동의 없이 정기적으로 리모델링을 강요하거나 판촉행사 비용을 가맹점에 떠넘기는 것이 일종의 관행이었다. 심지어 일부 가맹본부는 친인척이 리모델링 회사를 운영하면서 이곳에서만 리모델링을 받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개정법에서는 가맹본부가 간판 디자인이나 인테리어 콘셉트를 변경했다고 일방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가맹점에게 인테리어 개선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했다.
여기서 ‘정당한 사유’는 점포의 시설과 장비, 인테리어 등의 노후화가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를 말한다. 또 위생이나 안전 결함으로 인해 가맹사업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어렵거나 정상적인 영업에 현저한 지장을 주는 경우이다.
또 정당한 사유로 리모델링을 요구할 때도 간판교체 비용과 인테리어 공사비용은 가맹본부가 일정금액을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가맹본부는 디자인이나 콘셉트를 개선하려고 할 때 강요보다 가맹점이 자발적으로 시행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판촉행사와 관련해서는 개정법과 별도로 올해 개정된 ‘프랜차이즈 표준계약서’에 명시돼 있다. 개정된 프랜차이즈 계약서는 판촉행사에 대해 가맹점주의 동의요건을 강화하고 판촉행사 비용부담을 완화하도록 했다.
‘약관’은 법률처럼 가맹본부를 강제적으로 구속할 수는 없지만 공정위의 불공정행위 판단기준이 되기 때문에 가맹본부는 이를 준수해야 한다. 예전에는 가맹본부가 사은품이나 이벤트 행사 등 판촉행사를 할 경우 전체 가맹점에 공평한 부담만 한다면 이를 강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개정된 약관에 따르면 판촉행사의 내용에 상관없이 일정 비율 이상 가맹점이 반대하면 이를 진행하지 못한다. 판촉행사에 필요한 전단지나 할인비용도 본사와 가맹점이 공평하게 부담해야 한다.
# 사례 3
C씨는 4년 전 한 베이커리 가맹본부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인근에 다른 가맹점이 들어서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가맹점에서 불과 100m가량 떨어진 동일 상권 내에 본사가 직영점을 설치했다. 직영점은 가맹점보다 매장 규모가 크고 일하는 직원들도 본사 정직원이어서 업무 숙달이나 고객 대응도 전문적이었다. 결국 C씨가 운영하는 가맹점은 적자에 빠졌고 가맹본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했다.
개정법 조항 가운데 가맹점의 영업지역보호 조항은 8월 14일부터 적용됐다. 예전에는 계약 시에 영업지역을 지정하지 않거나 보장하지 않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계약 시 반드시 영업지역을 설정하고 영업지역 내에는 동일한 업종의 가맹본부나 계열사의 가맹점과 직영점을 설치하지 못한다. 유사한 업종으로 여러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가맹본부도 있는데 이런 업체와 가맹계약을 할 때는 특히 영업지역 보호에 주의해야 한다.
가맹사업법이나 프랜차이즈 약관의 개정 방향은 ‘을’의 권리보호에 있다.
위의 조항 외에도 가맹본부는 가맹점들이 자신의 권익보호를 위해 사업자단체를 구성할 때 이를 방해하거나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 가맹점 사업자단체는 가맹계약의 변경 등 거래조건의 협의를 가맹본부에게 요청할 수 있어 사실상 ‘노조’와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국내 프랜차이즈산업도 가맹본부와 가맹점 사업자가 신뢰를 바탕으로 상생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서찬동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8호(2014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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